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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함도 세계문화유산 등재…日, 이번엔 약속 지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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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강제 노역이 이뤄졌던 사도(佐渡)광산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 2015년 조선인들의 강제 노역 피해가 있었던 군함도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강제 노역 사실을 적시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는 일본이 이번에는 강제 동원을 비롯해 전체 역사를 반영할 것인지 주목된다.

인도 뉴델리에서 제46차 유네스코세계유산위원회(WHC, World Heritage Committee)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유네스코는 27일(이하 현지시각)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를 결정했다. 한국 정부는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현장에’ 반영하라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의 권고와 위원회의 결정을 일본이 성실히 이행할 것과 이를 위한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전제로 등재 결정에 동의하였다.

카노 다케히로(加納雄大) 주유네스코 일본 대사는 이날 회의에서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를 종합적으로 반영하는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개발할 것이며, 사도광산의 모든 노동자, 특히 한국인 노동자를 진심으로 추모한다”고 밝혔다.

그는 “위원회 권고를 이행함에 있어, 일본 정부는 그동안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채택된 모든 관련 결정과 이에 관한 일본의 약속들을 명심할(bearing in mind) 것이며, 앞으로도 한국과 긴밀한 협의 하에 해석과 전시 전략 및 시설을 계속 개선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약속 이행 의지를 분명히 하기 위해 일본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처했던 가혹한 노동환경과 그들의 고난을 기리기 위한 새로운 전시물을 사도광산 현장에 이미 설치했다”며 “향후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을 매년 사도섬에서 개최할 것”이라고 전했다.

위 발언은 세계유산위원회 결정문에 각주로 포함되어 결정문의 일부로 간주된다. 일본 측에 따르면 사도광산 현장에 이미 설치한 주요 전시물에는 “전시에 국가총동원법, 국민징용령 및 기타 관련 조치들은 한반도에서도 시행되었다. 초기에는 조선총독부의 관여하에 ‘모집’, ‘관 알선’이 순차적으로 시행되었고, 1944년 9월부터는 ‘징용’이 시행되어 노동자들에게 의무적으로 작업이 부여되고 위반자는 수감되거나 벌금을 부과받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또 한국인 노동자들이 바위 뚫기, 버팀목 설치, 운반과 같이 갱내 위험한 작업을 더 많이 했다는 기록, 노동 조건에 대한 분쟁과 식량부족‧사망 사고에 대한 기록, 한국인 노동자의 한 달 평균 노동일이 28일이었다는 기록, 한국인 노동자들의 탈출과 수감 기록 등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사도광산 인근의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에 한국인 노동자들이 사도광산에 오게 된 과정, 노동자 규모 및 생활과 노동 환경의 열악함 등을 보여주는 역사 자료를 설치했다고 외교부가 밝혔다. 또 한국인 노동자들이 생활했던 기숙사 등 직접 관련된 장소에는 안내판이 설치되고, 안내자료 등을 통해서도 소개될 예정이다.

또한, 사도광산 노동자들을 위한 추도식이 올해부터 매년 7~8월경 사도 현지에서 개최되는데, 여기에는 일본 정부 당국자들도 참석한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다만 어느 정도 직위의 당국자가 참석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외교부는 이번 등재에서 기타자와(Kitazawa) 산업시설이 에도 시대와 관계없는 근대의 산업시설이라는 이유로 제외된 데 대해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사도광산이 광산과 기타자와 산업시설 등 두 가지가 핵심 시설인데 이 핵심시설 중 하나가 빠진 것은 사도광산의 등재 자체를 반대하는 시각에서는 불완전한 등재로 해석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 사도 광산 중 하나인 도유(道遊)갱 내부의 모습. ⓒ교도통신=연합뉴스

그런데 이번 등재 결정에서 노동자들의 노역이 식민지배 당시 국가총동원법, 국민징용령 등의 조치가 시행되어 벌어진 일이라고 적시된 것과 관련, 조선인 동원의 강제성 문제가 명확히 부각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26일 기자들과 만난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에는 일본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집중해서 논의했다”며 “(강제성과 관련해) 서로 다르게 설명할 수 있는데, 끝이 없는 말싸움이 될 수 있어서 이번에는 그 부분에 대한 논의를 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그는 “전시 내용 그대로, (표시된) 글자 그대로 보고 더 이상 자기 해석을 강조하지 않고 판단하자는 것이 한일 간 합의 정신”이라며 “일본이 2015년 (군함도 등 메이지시대산업시설 유네스코 등재 당시) 합의를 포함해서 모든 약속들을 다 인정을 하고 있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2015년 7월 5일 일본 측 사토 구니(佐藤地) 유네스코 대사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군함도 등의 등재 확정과 함께 “수많은 조선인 등이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against their will) 연행되어 가혹한 환경에 서 노동을 강요당했다(forced to work)”고 밝힌 바 있다.

이미 일본이 당시 조선인들의 강제 노동을 인정하는 발언을 했고, 이번 한일 간 협의에서도 이 부분이 포함됐으니 강제성에 대해 일본 측에서 어느 정도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어 보인다.

다만 유네스코 등재 직후인 2015년 7월 6일 당시 기시다 후미오 외무상은 ‘forced to work’가 “강제 노동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을 바꾸기도 했다. 이에 따라 2015년 위원회에서 일본 정부 대표 발언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즉 일본이 스스로 한 말에 대해서도 등재 전후로 다른 설명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측의 이행 조치 약속 여부 및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동원 인식에 대해 한일 간 다른 의미로 해석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설명이다.

강제성 문제는 일제의 식민 지배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와 관련이 있는 사안이다. 조선에 대한 식민 지배를 합법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일본은 국가총동원법 등에 의해 조선인 노동자가 사도광산에서 합법적으로 ‘노동’을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하지만 식민 지배를 불법으로 보는 시각에서는 조선인 노동자들이 일제에 의해 사도광산에 강제 동원되어 노역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때문에 조선인 노동자들의 강제 노역을 어떻게 해석할지는 식민 지배를 바라보는 기본 입장에 따라 달라져 왔다.

한편 지난해 2월 일본 측은 사도광산의 세계유산으로서의가치를 에도시대인 17~19세기에 한정해 신청서를 제출했다. 이는 조선인을 비롯한 노동자들의 강제동원이 이뤄졌던 20세기의 역사를 제외시키려는 시도라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후 올해 6월 7일 유네스코의 자문‧심사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이코모스)는 보류(refer)를 권고하면서 기타자와 산업시설의 경우 일본이 등재하려는 에도시대와 관계 없으므로 세계유산에서 제외할 것을 언급했다. 또 에도시대뿐만 아니라 20세기가 포함된 전체 역사를 설명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정부는 유산의 시대를 임의적으로 한정하여 일부 역사를 제외하는 것은 수용할 수 없으며, 반드시 ‘전체 역사’가 반영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지속적으로 이코모스에 관련 자료를 제공해 왔다”며 이러한 한국 정부의 입장이 이코모스의 보류(refer) 권고와 세계유산위원회의 결정에 반영됐고, 이것이 조치를 이끌어낸 데 기여했다고 평가했다.

외교부는 “이번 등재와 관련된 일본의 조치들은 우리 정부가 2015년 일본의 근대산업시설 등재와 관련한 산업유산정보센터 설치 지연 및 전시 장소와 내용의 미흡성 등 교훈을 토대로, 일본과의 합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 결과”라며 일본의 실제 행동 및 조치에 초점을 두고 일본과 협의를 진행해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가 외교적 성과로 제시한 ‘아이카와 향토박물관’ 내 역사자료를 전시하는 것과 관련, 조국혁신당 김준형 의원은 “이 박물관은 오래된 지역 민속박물관으로, 지도에서 찾기도 어려운 곳”이라며 “일본은 역사를 제대로 알리려는 의도가 전혀 없다. 그저 구색만 맞추려는 속임수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사도광산에는 새로 지은 관광센터와 전시관이 있다. 전체 면적 330평 규모에, 주차장에는 승용차 157대와 관광버스 3대가 주차할 수 있다. 반면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은 승용차 20대밖에 (주차가) 되지 않는다. 누가 봐도 사람들이 많이 찾을 곳은 따로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이 ‘전체 역사의 반영’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것처럼 포장하기에는 너무나도 구석지고 외진 곳이다. 일본은 우리의 자존심과 역사마저도 구석에 처박았다”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외교부장관은 지난 1월 취임사에서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고, 국민적 자긍심을 확산시키고, 외교는 국민을 위한 것임을 잊지 말자고 발언했다”며 “우리의 아픈 역사가 반백 년 된 시골 촌구석 건물에 전시되는 것이 말하는 과거의 아픔을 치유하는 방법인가? 26일인 어제 라오스에서 일본 외무상과 협의할 때 반백 년 된 향토박물관에 우리 역사를 기록한다는 데 대해 아무런 이상함을 못 느끼셨나”라고 반문했다.

김 의원은 “일본의 행태는 진정한 역사 반영의 의지가 없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더 이상 일본의 거짓말과 윤석열 정부의 헛된말에 속을 수는 없다”며 “윤석열 정부는 사도광산에 관한 굴욕적인 합의를 당장 멈추고, 재검토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아이카와 향토박물관의 정면(왼쪽) 및 시설 외관. ⓒ외교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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