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티안=뉴스1) 노민호 기자 =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 관련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계기로 라오스에서 한일 외교장관회담이 개최됐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26일 오후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과 라오스 비엔티안 내셔널 컨벤션센터(NCC)에서 만나 양자 회담을 가졌다.
조 장관은 “두 장관이 상호 신뢰를 토대로 각종 외교 현안을 심도 있게 수시로 편하게 만나서 이야기하는 것들이 굉장히 중요하고 또 그렇게 우리가 바꿀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밝혔다.
또한 “세계 평화와 안보가 심각한 위협을 받는 지금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는 한일 양국이 함께 협력하고 연대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우리는 그 시점에서 매우 소중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가미카와 외무상은 시의적절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일한 간 협력을 양국 국민들에게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게 더욱 굳건하고 폭넓은 것으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 사회가 역사의 전환점에 놓인 가운데 자유롭고 열린 인도 태평양을 유지 강화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과제”라며 “이런 과제들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도 일한간 공조는 더욱 중요하다”라고 했다.
두 장관의 모두발언에서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 회담은 27일 인도 뉴델리에서 열릴 제46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이뤄질 사도광산 등재 결정 하루 앞두고 열린 것이다.
이에 앞서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한일 간 투표 대결 없이 사도광산의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예상된다”라며 일본이 ‘전체 역사 반영’하겠다고 약속했고 관련 ‘실질 조치’를 이미 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사도광산의 세계유산 등재에 한일 양국이 ‘잠정 합의’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는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그는 특히 2015년 ‘군함도’ 등재시에 했던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과 달리, 이번엔 이행 약속만 받은 것이 아니라 “이행의 구체적 내용에 합의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이끌어 냈다”라고 강조했다.
실질 조치가 무엇인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일부에선 일본 아사히신문이 이날 ‘한일이 조선인 노동자 역사를 현지에서 전시하는 데 합의했다’라고 보도한 것을 주목하고 있다.
신문은 또한 ‘조선인 노동자 존재를 현지 전시로 소개할 것’과 이에 대한 입장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표명할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이 이뤄진 곳이다. 그러나 일본은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면서 에도시기가 중심인 16~19세기로 한정하며 ‘꼼수 등재’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에 정부는 그간 ‘사도광산의 전체 역사 반영’을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의 조건으로 제시해 왔다.
그러다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이코모스)는 지난달 사도광산 등재 ‘보류'(refer) 권고를 내리며 ‘전체 역사를 현장 수준에서 포괄적으로 다루는 설명·전시 전략을 책정해 시설·설비를 갖추라’고 했다. 이를 두고 한국 측의 입장이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다만 일본은 그간 ‘전체 역사 반영’이라는 이코모스의 권고에 대한 직접적인 입장은 표명하지 않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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