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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巨野 설득이 최대 과제”… 공염불 위기의 세법 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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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세법개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2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4년 세법개정안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정부가 상속세 개편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핵심으로 하는 세법개정안을 발표했지만, 국회 문턱을 통과할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상속세 세율 인하와 최대 주주 할증 폐지, 법인세 완화 등을 ‘부자 감세’로 규정하고 반대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기획재정위원회 의원들은 정부가 전날 발표한 세법개정안에 대해 “국민의 자산불평등을 심화시키고 부의 대물림을 강화함으로써 사회의 역동성을 크게 저하시킬 것”이라며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정부 세법개정안을 현실화하려면 소득세법을 비롯해 상속세및증여세법, 조세특례제한법 등 15개의 법을 개정해야 한다. 특히 세법 개정안에 담긴 정부의 세제 개편 방안 191개 중 88%에 달하는 168개가 법을 개정해야 한다. 거대 야당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면 세법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사장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야당은 이번 세법 개정안의 핵심인 상속세율 인하와 밸류업 세제 지원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상속세와 관련해선 중산층의 부담 경감을 위해 공제금액을 상향하는 것에 대해선 야당에서도 긍정적인 입장이다. 2000년 이후 상속세제를 사실상 방치해 집 한 채만 물려줘도 상속세를 내야하는 상황은 바꿔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 차장 출신인 임광현 민주당 의원은 현행 5억원인 상속세 일괄공제를 10억원으로 상향하는 법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에서도 상속세 공제와 관련해선 일괄공제 상향과 자녀 공제 확대를 검토했으나, 저출산 상황을 고려해 자녀 공제를 늘리는 방향을 택했다. 세부적인 방법론은 다르지만 방향성은 같다는 점에서 자녀공제 확대는 다소 조정돼 통과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다만 상속세 최고세율을 ‘30억원 초과 50%’에서 ‘10억원 초과 40%’로 하향한 것에 대해선 야당의 반발이 거세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안도걸 민주당 의원은 “상속세 최고세율을 50%에서 40%로 인하한 정부의 이번 세제 개편이 시행될 경우 과표구간이 500억원을 초과하는 29명의 1인당 상속세 감면액이 445억4000만원이고, 총 감세액은 1조2918억원에 달한다”면서 “이보다 더한 부자감세는 없었다”라고 주장했다.

주주가치를 끌어올린 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밸류업 세제 지원’도 야당에서 반대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밸류업 세제지원의 핵심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 확대 계획을 정부 가이드라인대로 공시하고, 직전 3년 평균보다 배당을 5% 넘게 늘린 회사를 대상으로 직전 3개년 대비 5% 초과분 배당액의 5%만큼 법인세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깎아주는 방안을 말한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의원들은 “기업 오너가 스스로 배당을 많이 해 자기 주머니를 채우면 자기 소유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라고 꼬집었다.

그래픽=손민균
그래픽=손민균

금투세에 대해선 야당 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금투세는 주식과 채권, 펀드, 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소득에 대해 매기는 세금을 말한다. 금투세는 2020년 12월 국회를 통과해, 2023년 1월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출범 이후 금투세 시행 시기를 2년 연기했다가 이번 세법개정안에선 폐지하겠다고 선언했다.

금투세에 대한 민주당 입장은 다소 엇갈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금투세는 제도 정비를 위해 유예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 대표도 폐지 자체를 동의하진 않는다. 그는 지난 24일 KBS 민주당 당대표 후보 토론회에서 “금투세 자체를 폐지하면 고소득자들의 세금이 빠져나간다”면서 “과세 기준을 연간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해야 한다”며 금투세 과세대상 축소를 제안했다.

반면, 민주당 내 의견그룹 ‘더좋은미래’는 금투세를 당초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더좋은미래는 최근 입장문을 내고 “과세 대상이 극소수에 불과한 금투세의 시행 유예는, 곧 자본시장 초고소득자에 대한 사실상의 부자 감세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세수 부족으로 재정 여건이 열악해지는 가운데 추가적인 감세 정책을 추진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민주당 기재위원들은 “이번 세법의 감세효과를 누적법으로 계산하면 향후 5년간 18조4000억원에 달한다”면서 “대기업 최대주주 할증과세 폐지와 가업상속공제 확대에 따른 감소분을 고려하면 감세 규모는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올해 국세 수입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내년 이후에는 수출 증가에 따른 기업 실적 호조가 예상된다”며 “투자·소비 촉진을 위해 그간 추진해 왔던 정책의 효과가 나타난다면 전반적으로 세입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최 부총리는 세법개정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 설득 방안을 묻는 말엔 “부자들을 감세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상속세가 갖고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 기업 승계와 우리 경제의 선순환이라는 측면에서 제약이 된다는 점을 잘 설명하면 접점이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최 부총리가 ‘접점’을 언급했지만, 정부 내에서도 올해 세법개정안 처리는 상당히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정정훈 기재부 세제실장은 “상속세와 법인세는 (국회 논의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필요성을 소상히, 성실히 설명하고 설득하는 것 이외에 다른 전략이 있겠느냐”고 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상속세 최고세율 인하나 금투세 폐지 등 야당의 반대가 명확한 것은 사실상 국회 통과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며 “정부가 내놓은 ‘경제 선순환’이라는 경제 논리보다 정치 논리가 앞서는 만큼 국회 합의 없이는 세법개정안이 공수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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