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근로자들이 화장품 회사를 상대로 ‘감정노동 수당’ ‘감정노동 휴일’ 등을 요구하는 노사 협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26일 전해졌다. 감정노동은 근로자가 고객 기분을 맞추기 위해 자신의 감정을 억제해야 하는 것을 뜻한다.
이날 노동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백화점면세점판매서비스노조(백면노조)는 최근 사측과 제7차 집단 교섭을 진행했다. 백면노조는 샤넬, 로레알, 시세이도, 록시땅, 부루벨, 클라랑스, 하이코스 소속 직원으로 화장품을 백화점과 면세점에서 판매하는 근로자 3000여 명으로 구성됐다.
백면노조는 매달 감정노동 수당 2만원을 지급할 것을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감정노동 휴일을 제공하고, 직원들에 대한 보호 문구를 제작해 판매 현장에 게시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현재 감정노동 수당 지급에는 대부분 회사가 합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감정노동 휴일에 대해서는 아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다음 교섭은 다음 달 9일로 예정돼 있다.
백면노조 소속 근로자들은 주로 백화점 1층이나 면세점에서 화장품을 판매한다. 립스틱, 파운데이션 등을 고객에게 발라주면서 화장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판매를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고객의 폭언·폭행 등에 시달리기도 한다. 지난 2018년 7월 경기 용인의 한 백화점에선 40대 고객이 “제품 불량으로 피부에 문제가 생겼다” “죽여버리겠다”며 화장품을 집어 던지고 판매 직원을 밀치는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국내 감정노동자는 약 703만명(2019년 기준)으로 추산된다. 감정 억제와 심리적 압박이 반복되면 신체·정신 건강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이는 기업 생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고객의 횡포로 감정노동자가 우울증에 걸리면 이를 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있다.
로레알 등 일부 업체는 지난 2006년부터 직원들에게 매달 감정노동 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이번 집단 교섭이 합의되면 각 기업이 개별적으로 지급하던 감정노동 수당이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