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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 현장인력 어디서 구하나… “숙련자들 일본·대만 탈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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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현장 인력난이 날로 심화하는 가운데 업계는 외국인 근로자들의 비자 요건을 완화해 부족한 인력을 공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은 지난 6월 서울 성동구의 한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의 모습. /사진=뉴스1

내국인 근로자의 고령화와 청년층 유입 부진으로 건설현장 인력난이 날로 심화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외국 인력 활용을 위한 규제 개선 요구를 지속하고 있다. 건설업에 종사하는 외국인의 비자 요건을 완화해 부족한 인력을 공급하고 전문 인력을 키워야 한다는 취지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전문건설협회로부터 접수한 ‘건설업 전문 외국인력 비자 요건 완화’ 등 건의사항에 대해 법무부와 내부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법무부와 협의 중인 사안”이라며 “법무부도 제도 개선을 긍정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는 수년째 건설현장 구인난을 이유로 외국인 근로자를 장기 고용할 수 있는 비자 완화를 주장해왔다. 업계는 단순노무를 위한 E-9(비전문취업) 비자를 전문인력에게 발급하는 E-7(특정활동) 비자로 전환하는 요건 기준을 완화하고 전환 인원을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E-7 비자는 법무부 장관이 지정한 88개 직종의 취업을 허용하는 비자로 ▲전문직(E-7-1) ▲준전문직(E-7-2) ▲일반기능직(E-7-3) ▲숙련기능인력(E-7-4)으로 구분된다. 업계가 요구한 E-7 비자는 통상 E-7-4(숙련기능인력) 비자를 말한다. E-7-4 비자는 4년 이상 근무한 외국인 근로자가 소득과 한국어 능력 등 일정 기준을 충족시 장기 취업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올해부터 E-7-4 비자를 취득할 수 있는 외국인 근로자의 총인원은 연 3만5000명으로 확대됐다. 건설업계는 한해 300명까지 E-7-4 전환이 가능하지만 사실상 전환 인원은 거의 없다고 토로한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상용직 근로자의 20% 범위에서 신청할 수 있는데 건설현장은 일용직 근로자가 대다수”라며 “이외에도 연봉 2600만원 이상, 잔여 공사기간 2년 이상 등 여러 제약이 있어 신청을 해도 연 20명 전환의 문턱이 높다”고 토로했다.

현재 E-9 비자로는 최대 3년, 고용주 요청시 1년 10개월을 연장해 최대 4년10개월 국내에 체류할 수 있다. 그러나 이후 비자를 연장하려면 자국으로 출국했다가 돌아와야 하는 등의 조건이 까다로워 숙련 외국인 근로자를 지속 고용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생산성 물오를 때 경쟁국 유출… 울며 겨자먹기로 불법 인력 활용

정부는 제조업에 치중돼있는 숙련기능인력 제도에 대해 올해 말까지 개선안을 발표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에서는 미온적 태도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8월 인천의 한 건설현장에서 근로자들이 공사를 진행하는 모습. /사진=뉴스1

업계는 외국인이 아니면 현장이 안 돌아간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내국인 근로자 수는 158만명 규모다. 현장에선 176만명의 인력을 필요로 해 수급에는 약 20만명의 괴리가 있다. 실제로 건설업의 내국 인력 부족분은 2022년 16만5700명에서 2024년 17만3500명으로 증가했다. 전문공사 내국인 근로자의 50대 이상 비중은 2017년 75.2%에서 2021년 79.6%로 고령화가 심화됐다.

박광배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설산업이 자동화된 생산시설을 갖추기에 제약이 있는 업종으로 노동력을 많이 투입해야 한다”며 “기존 내국인 근로자의 연령대가 높아지고 있으므로 노동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7-4 비자는 3년 단위로 갱신할 수 있고 가족들과 함께 지낼 수 있다. 박 연구위원은 “해당 비자를 받기 위해서는 사업자가 신원 보증을 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에 대해 충성도가 올라가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7-1과 E-7-3 비자 발급 대상을 확대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건설업계는 외국인 근로자의 비자 정책에서 건설업이 소외됐다고 주장한다. 기술인력 비자 발급 대상에 제조·조선·항공업과 같이 건설업을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E-7-1의 경우 건설업도 이론적으로는 포함되지만 실제 입국이 허가된 사례는 없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올해 베트남에서 시범 테스트를 통해 기술자 13명을 E-7-1 비자로 입국 신청했지만 5월 초에 접수한 게 지금까지 심사 중”이라고 말했다.

법무부는 숙련기능인력 제도가 제조업에 치중돼있다는 점에 공감하며 올해 말 개선안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법무부가 미온적이라는 불만이 표출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장에서 오늘 체류 기간이 만료돼 출국해야 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고 토로했다.

전국건설노동조합에 따르면 현장에 있는 불법 외국인 근로자 수는 30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대한전문건설협회 관계자는 “도급 계약 후 건물을 완성하지 못하면 각종 페널티가 있어 불법체류자를 고용하게 된다”고 귀띔했다.

법무부의 행정 처리 지연으로 불법체류자가 양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대만의 경우 한국보다 이민 정책이 완화돼 있어 기술직 근로자가 다 빠져나간다”며 “한국이 기술을 가르쳐 놓으면 경쟁국이 이득을 본다. 생산성이 물올랐을 때 출국하거나 불법으로 전향해버리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머니s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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