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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 원 시대’ 이후의 최저임금, 남은 과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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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저임금 심의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30원으로 결정됐다. 마침내 ‘최저임금 1만 원’ 시대가 왔지만, 그간 ‘최저임금 1만 원’ 구호를 외쳐왔던 노동계는 정작 이를 크게 반기지 않는 모양새다. 올해를 포함 최근 3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물가상승률을 밑돌아 실질임금이 삭감된 탓이다.

최저임금 심의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저임금 노동자의 삶을 광범위하게 개선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는 데 있어 최저임금만 한 정책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그렇다면 1만 원 시대 이후 최저임금 운동은 어떤 길을 가야 할까. 이를 주제로 한 집담회가 평등노동자회, 알바연대, 권문석추모회의 공동주최로 25일 서울 강서 공공운수노조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은 향후 최저임금 운동 방향으로 플랫폼·특수고용 확대 적용과 을들의 연대 강화,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 결정구조 개편 등을 제안했다.

▲ 평등노동자회, 알바연대, 권문석추모회가 25일 서울 강서 공공운수노조에서 주최한 ‘1만 원 이후 최저임금 운동’ 집담회. ⓒ프레시안(최용락)

“최임위는 10~50원 자율성만 보장된 ‘쇼’, 해체하고 새 기구 만들자”

올해 최저임금 심의 과정의 특징 중 하나는 라이더, 웹툰작가 등 플랫폼, 특수고용 노동자들이 최저임금 적용을 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양대 노총도 최저임금위원회가 도급제 노동자의 최저임금을 논의할 수 있게 한 최저임금법 5조 3항을 근거로 플랫폼, 특수고용노동자 최저임금 확대 적용을 요구했다. 다만 이 요구가 실현되지는 못했다.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위원장은 “임금노동자가 줄고 비임금노동자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면서 최저임금 영향률(새 최저임금이 적용될 노동자 비율)이 급속히 하락했다”며 제도 사각지대 문제를 제기한 뒤 “비임금노동자 중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등은 자영업자·프리랜서로 위장돼있을 뿐 사실상 노동자인 이들이 다수”라고 최저임금 확대 적용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이어 “글로벌 노동운동은 차등적용, 플랫폼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적용하는 사례를 만들어냈다”며 뉴욕시의 라이더·앱 택시 기사 최저임금, 호주의 안전운임제 부활과 플랫폼 노동자 최저보수 보장 등을 담은 ‘구멍막기법(Closing the Loopholes bill)’ 등을 예로 들었다.

오 집행위원장은 한국사회에서 최저임금을 확대 적용하기 위해 “새로운 실태조사로 데이터를 축적하고, ‘최저임금 1만 원’을 처음 이야기할 때 이전까지 최저임금 요구안 근거로 쓰던 ‘5인 이상 사업장 임금 평균 50%’ 대신 가구생계비를 찾아 제시한 것처럼 관성을 허물고 새로운 논리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들의 독립적인 최저임금 운동을 조직해야 한다”고도 했다.

저임금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 간 을(乙)들의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구교현 알바연대 대표는 “12년 전 최저임금 1만 원을 기획할 때 노동자에게 1만 원을 줄 수 있는 사회적 변화를 만들자는 목표가 있었다”며 “이를 위해 프랜차이즈 본사를 상대로 편의점 점주 등 소상인들과 연대를 시도했다”고 회상했다.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 역시 “최저임금 1만 원 운동 초기 소상인들의 임금 지급 여력 확보를 위해 대형 프랜차이즈 규제, 원·하청 간 불공정거래 문제를 제기하며 을들의 연대를 모색했다”며 “최저임금 확대 적용 과정에서는 독점적 지위를 가진 플랫폼 기업에 맞선 새로운 을들의 연대를 모색할 수 있었다. 배달의민족 수수료 인상 등에 대한 라이더유니온, 자영업자들의 연대 파업과 집회가 그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최저임금 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문제 제기도 있었다. 현재 최저임금은 노동자·사용자·공익위원각 9인 동수로 구성된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 때문에 ‘캐스팅 보트’ 격인 공익위원들이 노사 위원들에게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최저임금이 결정되는 일이 제도 시행 이래 거의 매해 반복돼 왔다.

박 부위원장은 올해 최임위 심의에 노동자위원으로 참여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공익위원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갖고 있다”며 “공익위원이 ‘논의하라’면 하고, ‘다음에 하자’면 넘어가야 한다. ‘이제 됐으니 투표하라’면 투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회의 공개”가 공익위원을 견제할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임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 집행위원장은 “최임위는 공익위원들이 이미 결정한 아주 좁은 심의구간 내에서 10~50원 정도의 자율성만 보장된 ‘쇼’에 불과하다”며 “현재의 최임위는 사실상 그 의의와 수명을 다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위원회를 해체하고, 새로운 결정구조를 만들자는 주장을 펴고 논리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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