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행 가능 거리 346㎞.’
지난 23일 기아(000270)의 소형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차) ‘EV3’를 타고 서울에서 강원도 속초의 한 리조트까지 주행한 뒤 확인한 주행 가능 거리다. 다시 서울로 돌아가고도 남을 배터리다.
기아 국내사업본부장인 정원정 부사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EV3는 전기차 대중화 시대를 여는 모델”이라며 “출시하면서 신경 쓴 부분이 항속거리”라고 말했다.
기아가 보급형 전기차 EV3를 출시하고 본격적인 고객 인도에 나섰다. 이날 시승한 차량의 트림은 19인치 타이어를 장착한 ‘롱레인지 GT-Line’ 풀옵션 모델이다. 가격은 5108만 원이며, 서울시 보조금 지급 기준 4502만 원이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 갤러리아포레에서 마주한 EV3의 모습은 작은 EV9을 보는 것 같았다. EV9은 기아의 대형 전기 SUV다. EV3 차 길이(전장)는 4310㎜며 차폭(전폭)은 1850㎜다. 높이(전고)는 1570㎜며 휠베이스는 2680㎜다.
EV3의 최대 강점은 넉넉한 주행 거리다. 완충 시 최대 501㎞(17인치 타이어, 롱레인지 모델)에 달한다. 상위 모델인 EV6보다 길다. 충전 없이 서울과 속초를 왕복할 수 있으며, 서울에서 부산까지 쉬지 않고 달릴 수 있다.
기아는 EV3 최대 주행 가능 거리, 충전 속도 등을 확보하기 위해 신기술을 대거 적용했다. 81.4㎾h(스탠다드 모델 58.3㎾h) 용량의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를 탑재했고, 현대차그룹 최초로 사이드 실 언더커버를 적용했다. 최적의 공기 흐름을 구현하면서 공기저항계수 0.27을 달성했다.
급속충전 속도를 높이기 위해 충전 중 배터리 온도를 낮추는 수랭식 냉각 시스템을 적용했다. 그 결과, 동일한 400V 시스템을 탑재한 니로 EV보다 충전 시간을 12분 단축했다. EV3는 배터리 용량 10%에서 80%까지 충전하는 데 31분이 걸린다.
이날 시승을 마치고 디스플레이에 나타난 전비는 ㎾h당 6.6㎞였다. 일부 참가자는 7.9㎞를 기록하기도 했다. 정부 인증 기록(5.1㎞)보다 월등하게 높다.
주행 성능도 인상적이었다. 이전보다 성능을 개선한 ‘아이 페달 3.0’(i-Pedal 3.0) 등이 눈길을 끌었다.
아이페달 3.0은 가속 페달 조작만으로 가속, 감속, 정차가 가능한 기능으로 모든 회생제동 단계에서 작동할 수 있다. 스티어링 휠 좌측의 패들 시프트를 1초 이상 당기면 켜고 끌 수 있다. 전기차를 처음 운전하는 사람도 빠르게 적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회생제동 특유의 울컥거림도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무엇보다 브레이크를 자주 밟을 필요가 없어 편리한 주행이 가능했다. 시승 구간 중 구불구불한 내리막길을 내려올 때도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될 정도였다. 정체로 브레이크를 자주 밟아야 하는 도심에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기능이다.
가속 성능은 전기차답게 빠르게 치고 나가며 곡선 길도 크게 흔들림 없이 안정적으로 주행했다. 차량 특성을 고려하면 만족할 만한 수준이었다.
시승 당일 많은 비가 내렸지만, 실내는 조용했다. 기아는 EV3 전륜 멤버에 프레임 스테이 브라켓을, 후륜 멤버에 다이내믹 댐퍼를 적용해 노면 소음이 차체로 전달되는 것을 최소화했다.
실내 공간은 소형급인데도 여유가 있었다. 뒷좌석도 주먹 1개 이상의 무릎 공간을 제공했다. 특히 조수석은 줄어든 공조 시스템(HVAC) 덕분에 운전석만큼이나 넉넉했다. 기아는 EV3에 HVAC 상하 크기를 33% 줄인 ‘THIN HVAC’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적용했다. 이를 통해 조수석 승객 발 거주 공간을 이전보다 6㎝ 더 넓혔다.
기존 음성 비서 기능에 생성형 인공지능(AI)를 접목한 ‘기아 AI 어시스턴트’도 흥미로웠다. 운전 중 ‘헤이 기아’를 외치면 원하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국승용 AI CX Lab 랩장은 “운전 중 불필요하게 화면을 터치하거나 버튼을 누르지 않아도 바로 음성으로 할 수 있어 편리함은 물론 안전도 제공한다”고 말했다.
(속초=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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