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최근 가입했던 한화생명의 ‘2030 목돈 마련 디딤돌저축보험’을 해지했다. 인터넷에서 해당 상품을 보고 관심이 생겨 보험설계사 지인을 통해 가입했으나 계약 후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해지했다. A씨는 “다른 곳에 급전이 필요해 가입한 기간이 길지 않은 저축보험부터 깼다”고 했다. A씨가 가입했다가 해지한 이 상품은 국내 보험업계 최초 상생보험으로 꼽히는 상품이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금융권에 ‘상생금융’을 주문한 이후 전 금융권에서 상생금융 정책을 속속 출시했다. 보험업계도 상생 성격을 띤 상품을 내놓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동안 보험 판매 건수 중 상생보험 비중은 1%대에 그쳤다.
26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업무 현황 보고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1년 동안 상생보험으로 분류된 보험 상품 판매 건수는 15만5000건이다. 상생금융에 특화된 보험상품은 주로 생명보험업계에서 개발됐다. 같은 기간 전체 생명보험사의 개인보험(변액보험 제외) 신계약 건수는 1056만건이다. 이 수치 대비 상생보험 판매 실적은 1.47%에 불과하다.
상생보험 판매 실적이 많지 않은 이유는 일단 상품 수가 적기 때문이다. 3대 대형 생보사(삼성·한화·교보)가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출시한 상생보험 상품 수는 5개다. 대형 보험사 한 곳이 해마다 10여개에서 많게는 20개가량의 신상품을 쏟아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상생보험 출시 건수는 많지 않은 편이다.
보험 가입이 새로운 지출을 유발한다는 특성 때문에 경제적 취약 계층의 선호가 적다는 점도 상생보험 실적이 저조한 이유다. 은행권이나 카드업계는 상생금융에 동참하면서 대출 금리 등을 낮추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는 기존 지출의 부담을 줄여주는 구조이나 보험 상품은 새로 가입하면 보험료를 납부해 새로운 지출이 생긴다. 이 때문에 지급 능력에 한계가 있는 취약 계층의 신규 가입이 적었다는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현장에서 영업을 뛰는 보험설계사들도 상생보험 판매에 소극적이다. 상생보험의 주요 부류 중 하나는 저축보험이다. 저축보험 특성상 보험설계사에게 돌아가는 판매 수수료가 없다 보니 적극적인 영업이 없었다는 게 보험설계사들의 얘기다. 수도권에서 사업하는 한 보험대리점 지사장은 “우리 지사에서 지난해부터 지금까지 상생보험 판매 건수는 1건에 불과하다”고 귀띔했다.
다만 보험사들은 보험업계 전체가 상생금융에 투입한 금액은 다른 금융권과 동등한 수준일 것이라고 해명했다. 손해보험업계가 상생금융 동참으로 시행한 자동차보험료 인하와 생명보험업계가 출시한 상생보험의 5~10년 지원 예상치를 고려하면 금액 규모에서 다른 금융권에 뒤처지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지난해 3월부터 올해 3월까지, 은행과 여신전문금융사를 통한 취약 계층 지원 금액은 1조1000억원 수준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명보험사가 출시한 상생보험의 가입 건수만 봤을 때는 실적이 적은 게 사실이다”며 “보험업권 특성상 상생금융 지원 금액이 곧바로 집계되지 않는 측면이 있는데 보험사들이 실제로 투입하는 비용은 다른 금융권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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