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오픈채팅방에서 월 500만원대 원리금을 감당하면서도 청약을 넣겠다는 글이 등장했다. 공사비 상승 여파가 분양가 폭탄으로 돌아와 고금리 시기에 무거운 이자 비용을 감당해야 함에도 ‘내 집 마련’에 나서겠다는 수요자들이 늘고 있다. 주요 아파트 분양가가 3.3㎡(평)당 7000만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까봐 영혼까지 끌어모은 ‘영끌 대출’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 수요가 급증하며 영끌족의 파산도 우려된다. 26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에 따르면 지난 4일 가계대출 잔액은 총 710조7558억원으로 6월 말과 비교해 나흘 만에 2조1835억원이 급증했다.
경기 침체로 인한 불황과 고금리 장기화로 올해 상반기 원리금을 갚지 못해 발생한 부동산 경매 신청이 늘어난 점도 우려를 키운다.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임의·강제경매 개시결정등기가 신청된 건수는 10만8134건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인 2013년 상반기(12만3192건) 이후 11년 만의 최대 규모다. 지난해 상반기보다 32.97%, 2022년 상반기와 비교하면 73.59%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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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경매 1년새 15.52%↑… 연쇄 파산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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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점은 강제경매 신청 건수도 급증한 것이다. 통상 은행 등 금융기관이 채권자이면 임의경매를, 임차인이면 강제경매를 하는데 올해 상반기 강제경매 신청은 3만6779건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4940건(15.52%) 늘었다. 지난해는 40건(0.13%) 늘어나는 데 그친 것과 차이를 보인다. 강제경매는 개인(임대인)이 개인(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더 위험하다는 평가다.
고금리 장기화의 영향으로 경매 물건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 있다. 무리해서 주택을 구매한 임대인이 전세금을 돌려주지 못할 경우 채권자가 연쇄 파산할 위험도 커진다. 경매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경우 낙찰까지 장시간이 소요되고 빌려준 돈의 전부를 회수하는 것도 쉽지 않다.
건설회사의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원가 상승’이 주택을 구매하는 수요자에게 전가되고 있다는 우려도 커진다. 높은 분양가에도 무리해서 영끌을 선택하는 수요자가 늘면서 ‘패닉 바잉'(집값 급등을 우려한 공포 구매)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건설 기술 개발과 고도화를 통해 건설 단가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단기적으로는 최대한 자기 자본을 투입해 주택을 매수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인만 김인만경제연구소 소장은 “불안으로 인한 매수를 안정시킬 수 있도록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규제 강화를 해야 한다”며 “성급한 주택 구입보다 소득 대비 상환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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