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가 조만간 시작된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투자자들이 BBB 이하 투기등급 회사채까지 몰려들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 전에 최대한 높은 수익률을 확보해두려는 움직임이다. 투기등급 회사채는 경제 상황이 악화할 경우 투자등급에 비해 원리금을 안정적으로 상환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더 높은 금리를 제시한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연 3.046%를 기록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 5월(3일 연 3.500%) 이후 3개월째 기준금리(3.5%)를 밑돌고 있다. 이른바 역캐리 현상(국고채 금리가 조달 금리보다 낮은 현상)이다. 지난 11일만 해도 3.163%로 3.1%대에 머물던 국고채 3년물은 12일 하루에만 62bp(0.062%P) 빠져 연 3.101%, 15일 연 3.076% 16일 연 3.035%로 순식간에 내려왔다.
국고채 금리의 최근 인하 폭은 유독 가파르다. 하반기 예정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와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관련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자, 국내 채권시장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국고채 3년물 금리가 이미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선반영한 셈이다.
국고 금리가 기준금리를 크게 밑돌면서 비우량 회사채의 금리 매력이 한층 짙어지는 모습이다.지난 17일 AJ네트웍스(BBB+)는 2년물과 3년물 400억 원 조달에 2500억 원 가까운 투자수요가 몰려들었고, 발행금리는 민간 평균 대비 최대 80bp 낮게 형성됐다. AJ네트웍스의 3년물 조달금리는 연 6%대로 다음날(18일) 수요예측에 나선 신세계푸드(A+)가 3%선에 금리 레벨을 정한 것과 비교해서 ‘금리 메리트’가 두드러진다.
이달 초 수요예측에 나선 두산퓨얼셀(BBB0) 은 4000억 주문에 2450억 원 자금이 몰려 800억 원가량 증액을 결정했다. 발행금리도 민평 수익률보다 60bp 낮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한진(BBB+)은 지난 12일 총 1.5년물과 2년물 총 700억 원을 모집하는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1220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통상 7월 말은 계절적으로 공모 회사채 발행이 줄어드는 시기임에도 고금리 크레딧 수요가 이어지자 발행사들도 분주해졌다. 고금리 회사채 수요가 몰리는 틈을 타서 발행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이달 수요예측에 나선 BBB급 공모채는 풀무원까지 4곳에 이르며, 건설 업황 둔화로 시장에서 외면받던 롯데건설(A+), SK에코플랜트(A-) 등도 속속들이 공모채 시장 문을 두드렸다.
한편 하반기 금리 인하가 시작해도 오는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불확실성이 확대해 미국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걸 피하기 위해 자금 조달 일정을 앞당겼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국고채 금리가 다시 튀어오르면 국내 국고채 금리도 다시 되돌림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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