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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25일 발표한 2024년 세법개정안에는 폐지까지 거론됐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이 막판에 빠졌다. 상속·증여세 최고 세율을 낮추고 자녀 상속 공제 한도를 10배 높이는 파격적인 개편안을 내놓은 만큼 국회를 설득해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데 힘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세법개정안이 최종적으로 확정되기 직전인 지난주 금요일만 해도 종부세 개편안을 세법개정 항목 가운데 하나로 넣었다. 세부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중과세 폐지 같은 내용이 담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22일 진행한 세법개정안 공식 사전 브리핑에서는 종부세라는 단어 자체가 사라졌다. 주말을 거치면서 사흘 만에 종부세 개편안이 사라진 것이다. 최 경제부총리는 이를 두고 “종부세는 아직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 있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그보다도 근본적인 종부세 개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더 컸다”며 “전반적·근본적 개편을 하려면 종부세가 지방 재정에 미치는 영향, 재산세와의 관계 등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이번 세법개정안에는 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정부 안팎에서는 상증세 개편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고육책 아니었겠느냐고 입을 모은다. 더불어민주당을 포함한 야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증세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만 해도 버거웠을 것이라는 뜻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안 그래도 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공격을 받아야 하는 형편에 전략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정부 들어 1주택자의 종부세 부담이 상당히 낮아진 상황에서 3주택 이상 다주택자 세금 부담까지 완화할 경우 야당의 반발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도 “이번에 상속세를 대폭 개편했기 때문에 종부세까지 개편하기에는 정부의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전선을 좁히기 위해 노력했지만 야당의 ‘부자감세’ 프레임을 넘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는 지적이 많다. 기재부에 따르면 이번 세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고소득자의 세 부담은 1664억 원 줄어드는 반면 서민과 중산층(총 급여 8400만 원 이하)는 6282억 원 감소한다. 수치만 놓고 보면 서민·중산층 감세이지만 상증세 부담 완화라는 점에서 야당의 공격이 거셀 수 있다. 실제로 상속세의 경우 세부담 귀착 효과 분석이 쉽지 않다.
국회 주도권을 쥔 더불어민주당은 현재 상속세 일괄 공제 한도를 상향하는 안에 대해서는 긍정적이지만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최고세율 하향과 최대주주 할증 폐지는 부자 감세라며 반대하고 있다. 최고세율 하향은 초고액 자산가에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한 회계법인 대표는 “현행 최고세율 40%의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부자이기 때문에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국한돼 있다”며 “부자 감세라는 비판이 불가피하고 민주당이 찬성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2022년에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는 세제개편안을 발표했지만 부자 감세라는 야당의 반대에 부딪혀 1%포인트 낮추는 데 그쳤다.
전문가들은 상속세만 해도 부자감세 프레임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이필상 서울대 경제학부 특임교수는 “최고세율을 40%로 낮추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에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부자감세라는 지적이 나올 수 있지만 기업에 할증과세를 하는 악법적인 요소들도 있어 저성장 극복을 위해 상속세 개편은 필요하다”고 짚었다.
정부는 최대한 야당을 설득하겠다는 입장이다. 최 부총리는 “상속세와 관련해 부자감세 논란이 있을 수 있겠지만 상속세는 25년 여 동안 고쳐지지 않으면서 우리 경제 여건 변화를 반영하지 못했다”며 “단순히 정부가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기업 승계나 경제의 선순환 측면에서 상속세가 여러 제약이 된다는 점을 (야당에) 잘 설명하면 접점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2022년 법인세와 마찬가지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필요성을 상세히 설명하고 설득, 협의하는 것 이외에는 다른 전략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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