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특정 고객층이나 질병에 맞춰 보장 항목·규모·기간 등을 강화한 ‘특화보험’이 성장 한계를 마주한 보험업계의 새로운 돌파구로 떠오르고 있다. 치열한 차별화 경쟁 속에서도 연달아 흥행에 성공 중인 만큼, 경쟁력 개선과 브랜딩이 절실한 중소형사 위주로 특화보험에 집중하는 경향이 짙어질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2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NH농협생명이 지난 8일 출시한 ‘암플러스NH치료보험(갱신형·비갱신형·무배당)’은 판매 12일 만에 계약 건수 1만 건을 돌파했다. 해당 상품은 암치료비 특화보험으로 원발암·재발암·전이암·소액암 등의 구분 없이 암으로 발생하는 치료비용을 매년 최대 1억원씩 10년 동안 보장한다. 1회성 진단보험금 지급에 그치는 기존 암보험과 달리 보장을 암치료에 최적화시켜 인기를 끌고 있다.
한화손해보험은 여성 특화보험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는 중이다. 유방·난소·자궁·갑상선 등 여성특화통합진단비 보장에 출산지원패키지·난임케어패키지 등을 더한 ‘한화 시그니처 여성 건강보험’이 대표 상품이다. 출시 시점인 지난해 7월부터 지난달까지 해당 상품으로 거둔 원수보험료만 929억원에 이른다. 여성 소비자의 연령대별 보장 요구를 상품 구성에 반영했다는 점이 꾸준히 수요를 만들어내고 있다.
여성 특화보험의 성공은 호실적으로도 이어졌다. 한화손보의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995억원) 대비 25.5% 증가한 1249억원으로, 이는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신계약 보험계약마진(CSM)의 경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9% 늘어난 1986억원으로 집계됐다.
시니어 보험에서는 현대해상의 60~90세 특화 상품인 ‘현대해상6090Hero종합보험’이 돋보인다. 보장이 제한적이었던 기존 상품에 암·뇌·심장 등에 대한 주요 진단비는 물론이고, 입원 일당·수술·골절·치매 등의 담보까지 추가했다는 점이 인기 요인이다. 이 상품은 지난해 10월 출시돼 그해 연말까지 단 2개월 동안 2억원의 실적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는 특화보험이 기존 상품의 보장 공백을 적절히 공략했다고 입을 모은다. 다른 상품의 ‘틈새’를 핵심 보장으로 내세워 관심을 끌었다는 분석이다. 또한, 상품 가입을 늘리기보다 자신에게 적합한 보험에 ‘선택과 집중’ 하는 형태로 변화 중인 소비심리를 특화보험이 만족시켰다는 설명도 이어진다.
이처럼 특화보험의 눈에 띄는 판매 성과가 계속됨에 따라 상품 다양성 역시 높아지고 있다. 각 보험사가 선택하는 특화 ‘포인트’가 점점 다채로워지는 모양새다.
삼성생명은 지난 8일 업계 최초로 경도인지장애 및 최경증 치매까지 보장범위를 확대한 ‘삼성 치매보험’을 출시했다. 노인 1000만 명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는 치매를 특화 포인트로 삼은 셈이다.
교보생명은 암과 함께 한국인의 3대 질병으로 꼽히는 뇌혈관질환과 심장질환에 주목해 지난 2월 ‘교보뇌·심장보험(무배당)’을 선보였다. 해당 상품은 뇌·심장질환 특화보험으로 뇌·심장질환 진단부터 수술, 치료, 입·통원, 장애간병지원 등을 보장한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 포화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면서 특화보험과 같이 차별점이 뚜렷한 상품으로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여성 전문보험사로 브랜딩 중인 한화손보처럼 특정 분야의 특화보험사를 표방하는 업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 점유율이나 브랜드 인지도 등을 끌어올려야 하는 중소형사를 중심으로 특화보험사 전환 시도가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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