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의 디지털 중독을 예방하기 위한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있다. 알고리즘으로 청소년의 동영상·사회관계망서비스(SNS) 체류 시간을 과도하게 늘리는 ‘토끼굴’ 효과를 예방하고, 정부가 디지털중독 예방 정책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한다.
업계 일각에선 단발적인 법안 발의를 넘어 디지털 유해콘텐츠를 막는 종합적인 법체계인 유럽연합(EU)의 디지털서비스법(DSA)을 참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디지털 중독 예방과 관련한 국회의 법안발의 움직임이 주목받고 있다.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은 법안은 ‘중독성 콘텐츠’ 개념을 신설하고, 이를 관리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중독성콘텐츠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게시·제공하는 콘텐츠다. 중독성 콘텐츠 기준은 정부가 지정하게 되는데, 유튜브나 메타 등이 알고리즘을 이용해 이용자가 흥미롭게 본 콘텐츠와 유사한 콘텐츠를 끊임없이 재생하도록 유도하는 경우에 해당한다.
개정안은 중독성콘텐츠를 제공하는 기업이 미성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할 경우, 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 동의하지 않을 경우 알고리즘이 아닌 시간 순서대로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해 청소년의 콘텐츠 중독을 예방한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보다 포괄적인 콘텐츠 보호 취지의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부가 SNS 유해매체물로부터 아동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을 수립·시행하도록 규정한다. 14세 미만 아동에게는 SNS 가입을 제한한다.
알고리즘으로 무장한 글로벌 SNS와 동영상서비스가 특정유형의 콘텐츠와 확증편향을 유발하는 ‘토끼굴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비판이 확산한다. 성인의 확증편향도 물론 문제이지만, 최소한 청소년에 대해서라도 사전에 보호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반영됐다.
국회의 법안 논의를 앞두고, EU 사례도 주목받고 있다. DSA는 거대 콘텐츠 기업에게 자율적인 콘텐츠 정화 책임을 부여하는 법안이다. EU는 DSA에 근거해 구글, 메타, 아마존 등을 초거대온라인플랫폼(VLOP)로 지정한다. VLOP는 시스템적 위험을 스스로 진단해 연 1회 위험성 보고서를 자체 작성해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위험성 보고서에 명시된 내용을 위반하거 허위로 기재할 경우 제재 대상이 된다.
EU는 메타에 대해 청소년 인터넷 중독 위험을 부실하게 기재해 사회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끼쳤는지 등을 놓고 조사를 진행중이다. 이 과정에서 메타는 중독 예방 장치 등을 충분히 만들었다며 반론을 제시하고 있다.
미디어업계 관계자는 “토끼굴 효과는 사회 문제는 물론이고, 미디어 시장에서도 정부 규제를 받는 유료·공영방송 사업자와 역차별을 유발하며 수익을 독식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며 “기존 존재하는 정보통신망 법 등을 국내 실정에 맞도록 업그레이드해 한국판 DSA를 만드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지성 기자 jisu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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