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조정석이 영화 ‘파일럿’(감독 김한결)으로 여름 극장가 출격 준비를 마쳤다. 특유의 유쾌한 에너지를 장착하고 돌아온 그는 “코미디는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라며 동료 배우와 감독, 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파일럿’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조정석 분)가 파격 변신 이후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코미디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로 성공적인 데뷔를 치른 김한결 감독의 차기작이자, 조정석의 ‘엑시트’(2019) 이후 5년 만의 스크린 컴백작으로 주목받고 있다.
극 중 조정석은 스타 파일럿에서 하루아침에 실직자가 된 한정우부터 파격 변신 이후 항공사에 재취업해 한에어의 새로운 얼굴이 된 한정미까지 자유자재로 오가며 ‘코미디 장인’다운 존재감을 보여준다. 능청스럽고 유쾌한 코믹 열연은 물론, 역대급 변신으로 관객을 매료한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조정석은 오랜만에 관객을 만난 소감부터 ‘파일럿’을 택한 이유, 캐릭터 구축 과정 등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어느덧 20년 차를 맞은 그의 점점 더 뜨거워지는 열정도 확인할 수 있었다.
-‘엑시트’ 이후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소감은. 전작이 워낙 흥행했기 때문에 부담감도 클 것 같다.
“조금 떨렸는데 괜찮아졌다. 시사회 전날에는 잠도 못잤다. 재밌게 봐줬으면 좋겠고 어떻게 봤을지 걱정도 되고 그랬는데 다행히 좋게 봐주신 것 같아 좋다. 난 재밌게 봤다. (완성된 영화를) 거의 처음 본 거였는데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상상했던 그림과 코미디, 장면들이 결과물로 잘 나온 것 같아서 만족한다. 부담감은 엄청 크다. 지금도 느낀다.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위치인 것 같다. 잘 이겨내 보려고 한다.”
-스크린 복귀작으로 ‘파일럿’을 택한 이유는.
“작품을 택할 때 보면 시나리오를 읽은 첫 느낌이 제일 중요한데 ‘파일럿’은 처음 읽을 때부터 너무 재밌었다. 설정 자체가 웃겼다. 이 설정 자체가 많은 분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면 코미디적 상황들이 잘 펼쳐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결과물로 봤을 때도 그런 장면, 상황들을 보고 많은 분들이 웃어줘서 기분이 좋았다.”
-조정석표 코미디를 향한 관객의 기대치도 높다. 이에 대한 생각은.
“사실 난 웃긴 사람은 아니다. 말도 느리고 대화하다가 (말이 느려서) 끊기기도 하고 그렇다. 나 혼자 재밌게 할 수 있는 부분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함께한 동료들과 합이 극대화된 코미디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아주 사소한 것일지라도 그것들이 쌓이면 엄청난 힘이 된다. 부담감은 언제나 느끼고 있지만 나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기 때문에, 동료들이 있기에 그런 부담감을 덜 수 있는 것 같다.”
-여장에도 도전했다. 신경 쓴 것은. 외적 표현에 있어 아이디어를 낸 지점도 있나.
“연기를 하더라도 그 사람의 감정에 이입하고 그 사람의 마음을 진정성 있게 표현한다면 내가 변신했을 때 그 설정 자체를 거부감 없이 징그럽지 않게 볼 수 있지 않을까 믿음을 갖고 연기했다. 목소리 톤도 과장된 연기로 표현하는 것보다 내 목소리를 활용하는 게 가장 자연스럽고 진정 어린 표현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목소리 중 높은 음역을 많이 사용하려고 노력했다. 체중 감량도 했다. 식단과 운동을 열심히 했다. (아이디어를 낸 것은) 묶음 머리가 너무 괜찮더라. 잘 어울렸다. 긴 머리도 있었는데 안 어울렸다. 피부톤은 원래 하얀 편이긴 해서 ‘쿨톤’에 맞는 메이크업을 했다. 의상은 의상팀이 잘 준비해 줬는데 원피스가 마음에 들었다.(웃음)”
-불편한 점이나 고충은 없었나.
“뮤지컬 ‘헤드윅’을 해서 여장이 익숙하기도 하고 아주 불편하거나 그런 것은 없었는데 촬영 시간이 길어지면서 느낀 것은 아무래도 이너웨어가 다르니까 불편하더라. 뛸 때 힐을 신고 찍는 것도 힘들었다. 치마를 입고 빨리 달려야 하니까 그게 조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코미디 외에 아빠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실제 아빠가 된 경험이 도움이 됐을 것 같은데.
“‘슬기로운 의사생활’ 때도 우주 아빠였는데 시즌1을 찍을 때는 아이가 없었고 시즌2를 찍을 때는 아이가 태어났다. 시즌1과 2 때 느낌이 달랐다. 경험하고 나니 그 경험에서 나오는 감정과 생각이 기본적으로 깔려서 나오는 연기가 있더라. 그게 가장 좋은 연기겠지. 이번에도 그런 감정을 충분히 느꼈고 촬영할 때도 뭉클한 순간이 많았다. 영화를 보면서도 뭉클했다.”
-김한결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섬세하고 디테일하다. 웃음도 많다. 본인은 웃음이 많지 않다고 하는데 일부러 웃어준 거라면 그런 방법도 나쁘지 않았던 것 같다. 진짜 잘 웃는다. ‘컷’을 못할 정도로 자지러지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그의 웃음이 ‘파일럿’ 촬영하면서 동력이 됐다.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 참 대단한 감독이구나 생각했다.”
-동료 배우들과의 호흡은.
“한선화는 ‘술꾼도시여자들’을 재밌고 좋게 봤는데 실제로 만나서 연기해 보니 더할 나위 없이 에너지가 있고 텐션이 좋아서 왜 이제야 만났지 생각이 들 정도로 좋았다. 이주명은 ‘슬기로운 의사생활’ 때 정경호의 헤어진 여자친구로 잠깐 나왔는데 그때 인상 깊어서 눈여겨봤던 배우였는데 이번에 같이 해보니 역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신승호는 또 다른 옷을 입은 것 같은 느낌이다. 너무 잘하니까 좋고 고맙고 감사했다. 엄마로 나온 오민애 선배도 그렇고 한국항공 서재희 선배, 현봉식까지 다 너무 좋았다.”
-쉼 없이 달려오고 있다.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배우라는 직업이 상상력과 창의적인 발상이 도움이 되는 직업이라고 생각하는데 다행스럽게도 내가 그런 걸 너무 좋아한다. 음악도 만들어 보고 춤도 춰보고 그런 것도 재밌고 어떤 장면들이 머릿속에 막 떠오르고 이러는 게 너무 재밌다. 내가 재밌는 이야기보따리를 꺼냈을 때 누군가 즐겁게 반색해 주면 그것 자체가 내겐 즐거움이고 기쁨이고 행복이다. 물론 결혼을 해서 한 아이의 아빠가 되고 가장이 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그 자체를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 체력적으로 번아웃이 된 경우는 많이 있었는데 그럴 때는 온전히 쉰다.”
-중심을 잃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약속이 있나.
“하고 나면 후회하지 말자는 거다. ‘파일럿’에서 오민애 선배가 낚시하면서 ‘쪽팔리게 살진 말자’는 대사를 한다. 그 마음이 내게도 있다. 잘했다는 만족감보다 깨달음이 있다. 성공이 있으면 실패가 아닌 배울 게 있다고 생각한다. 실패를 했으면 깨닫는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후회하지 말자는 건 과정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는 거다. 최선을 다하지 못하면 후회스럽지 않나. 그런 날들을 만들지 말자는 마음.”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헤드윅’으로 뮤지컬 무대에 서기도 했다. 무대에서 얻는 에너지는 또 다를 것 같다.
“20대 때 나와의 약속이었다. 20대 때 처음 ‘헤드윅’을 했는데 굉장히 혈기 왕성하고 뜨거운 심장으로 연기했다. 40대에 ‘헤드윅’을 다시 하면 어떨까 궁금했고 40대가 되면 ‘헤드윅’을 해야지 했는데 그 약속을 지켜 기분 좋다. 확실히 다르긴 하더라. 체력이 다르기도 하고 연차가 생기고 무대에서의 경험이나 매체에서 다른 경험을 쌓고 공연을 하다 보니 연륜이나 노련함을 나름대로 느꼈다. 20대 나 자신과 했던 약속을 지킨 것 같아 좋다.”
-‘파일럿’이 관객들에게 어떤 영화로 다가가길 바라나.
“계절로 따지면 여름과 잘 어울리는 영화다. 봄 가을 겨울과는 어울리지 않는 느낌이다. 시원한 영화다. 많은 분들이 극장에 와서 시원하게 즐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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