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최보식 편집인]
집권 2년반도 안 돼 당에 대한 ‘그립(grip)’을 한동훈에게 빼앗긴 윤석열 대통령의 심사에서 24일 대통령실 만찬을 바라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당선되기를 가장 원치 않았던 한동훈 대표를 대통령실 만찬에 초대했다. 하지만 이 자리에 한동훈과 피튀기는 싸움을 벌였던 원희룡 나경원 등 낙선자들까지 불렀다. 참석자들이 거의 서른명 가까이 됐다. 한동훈의 대표 당선을 오로지 축하하는 자리라기보다, 대통령이 주인공처럼 당 지도부 전체를 격려하는 자리로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와 따로 독대를 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을 별로 인정하고 싶지 않고 감정적으로 파경에 갔던 둘 관계가 회복될 수 없음을 보여준 것이다.
물론 서로 정치적 필요로 둘은 같이 밥을 먹고 좋은 얘기를 할 수밖에 없는 관계가 됐다. 그리고 상대가 명백한 ‘적(敵)’으로 돌아서지 않도록 덕담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관리해야 했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한 가족이다. 이제 전당대회가 끝났으니까 뭉쳐서 같이 잘하자”고 말하자, 한 대표는 “대통령님의 성공과 윤석열 정부의 성공, 정권 재창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대통령 중심으로 우리가 뭉쳐야 한다”고 응답했다.
윤 대통령은 또 “우리 한 대표를 외롭게 만들지 말라. 팔짱 끼고 한 대표가 잘하나 안 하나 쳐다보지 말고, 무조건 다 도와주라. 어려운 일이 있을 때 혼자 해결하도록 놔두지 말고 주위에서 잘 도와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은 한 대표를 ‘우리 한동훈’이라고 부르며 함께 검사로 근무했던 옛 이야기를 풀어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과거 얘기가 한동훈에게 먹혀들었을까. 한동훈은 자신이 더 이상 검사 시절 윤석열 지시를 받던 ‘그때의 한동훈’이 아니라고 생각했지 않았을까.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이날 만찬에서 각각 맥주와 콜라로 잔을 채워 러브샷을 했다. 대외적으로 ‘윤·한 갈등’ 이 끝났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둘의 관계는 ‘채상병 특검법’ ‘김건희 특검법’ ‘한동훈 특검법’ 등 구체적 사안으로 들어갈 때 언제라도 파탄 가능성이 있다. 특히 탄핵 위기까지 맞고 있는 상황에서 윤 대통령은 야심만만한 한동훈이 자기 편에 설 것으로 과연 믿을까.
그런 불신과 격노 분출 속에서 윤 대통령은 점점 ‘미래권력’ 한동훈에게 끌려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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