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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바이오 등 첨단산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력망을 대폭 확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가 기간 인프라인인 전력망에 대한 투자 없이는 국가 경쟁력이 뒤처질 수 있는 만큼 전기요금 정상화를 통해 천문학적인 투자 비용의 일부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유재국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관은 24일 서울 영등포구 한전 남서울본부에서 열린 ‘전력망 적기 확충을 위한 혁신 대토론회’에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2~2036년)상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 목표를 달성하려면 2029년까지 연평균 증가율이 3.11%여야 하는데 지난해까지는 0.46%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실질적인 송·변전 투자와 확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뜻이다.
원활한 전기 공급을 위해서는 지난해 3만 5494㎞였던 송전선로가 2050년 8만 1500㎞로 약 2.4배 늘어야 한다는 게 한전의 추산이다. 한국전력거래소에 따르면 발전설비가 2012년 8만 1806㎿에서 2023년 13만 8018㎿로 69% 증가하는 동안 송전 설비는 14%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가율이 5분의 1 수준인 셈이다. 유 조사관은 “맹지에 길을 닦아야 토지의 활용이 제대로 이뤄지듯 송전선 건설만이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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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철 한국전력 사장은 이날 전력망 투자의 어려움을 호소했다. 그는 “AI와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 확산으로 2038년 최대 전력수요가 129.3GW로 전망된다”며 “급증하는 미래 전력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송·변전 전력망 투자비는 10차 (장기 송·변전 설비 계획) 때 전망했던 56조 5000억 원을 대폭 상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신규 배전망 투자비가 31조 원을 넘을뿐더러 정전 대비 전력 설비 유지·보수비도 65조 원 이상”이라고 덧붙였다. 전체적으로 최소 152조 5000억 원가량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김 사장은 “전력망 확충과 전력 설비 유지·보수 등에 150조 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재원을 조달해야 한다”면서 “누적 적자로 인해 한전채 발행이 어려운 현재의 여건상 최소한의 전기요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말 현재 한전의 부채는 202조 4502억 원으로 부채비율이 543%에 달한다. 자체적으로는 더 이상 대규모 투자가 어렵다는 게 한전과 정부의 시각이다.
그는 또 “항후 50여 년간 미래 먹거리가 될 반도체·바이오, 그리고 AI 등의 첨단산업이 모두 전력 산업 기반 위에 존재한다”며 “탄소 중립 실천, 안정적 전력 공급, 국가 미래 성장 기여라는 세 가지 측면에서 국가 기간망 신속 확충이 필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학계에서는 전기요금 일부 인상과 함께 전력망 요금을 따로 떼어내 부과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이병준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해외와 같이 전력망 요금을 분리 고지하는 아이디어도 검토해봄 직하다”고 제안했다. 유 조사관은 분산에너지활성화특별법상 송전혼잡비용을 발전사들로부터 걷어 한전이 재투자하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전력망 구축에 들어가는 돈을 전부 전력 소비자에게 전가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송·변전 설비 건설 시 낮은 주민 수용성을 높일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전에 따르면 345㎸ 가공(공중에 설치) 선로 기준 표본 건설 기간은 9년이지만 대부분 지켜지지 못했다. 실제로는 이보다 4년 가량 지체된 13년 걸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특히 북당진~신탕정 구간은 당초 목표했던 2012년 6월 대비 150개월이나 늦어진 올해 말에야 준공될 것으로 보인다. 유연태 명지대 전기공학과 교수는 “송전선로 준공 지연이 지속되면서 동해안에 있는 비교적 값싼 화력발전소들이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며 “수도권 인근에 있는 발전단가가 높은 발전설비를 돌려 전력 수요를 감당하는 바람에 결국 전력 공급 비용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1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된 ‘국가기간전력망확충특별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과 김한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특별법을 재발의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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