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박설민 기자 국내 연구진이 북극에 서식하는 토착 식물들의 유전체 정보를 분석하는데 성공했다. 기후위기에 따른 산림 생태계 변화 예측 및 새로운 식물자원 확보 연구 등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극지연구소(KOPRI)는 이유경 책임연구원팀과 김준 충남대학교 교수팀이 북극 식물 13종의 유전체 분석에 성공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연구에 사용된 식물종은 북극 다산과학기지가 위치한 스발바르 제도에서 채집한 것이다.
북극은 남극과 함께 지구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을 가장 심하게 받는 곳이다. 최근 빙하가 녹는 등 서식지 특성이 급변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진화하는 북극 생물이 많다. 이러한 생물의 진화는 유전체 수준의 연구를 통해 추적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북극 생물의 유전체 지도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번 공동 연구팀이 분석한 식물종은 북극황새풀, 스발바르양귀비, 북극이끼장구채, 씨범꼬리, 나도수영, 자주범의귀, 그린란드고추냉이, 북극콩버들, 북극담자리꽃나무, 북극종꽃나무, 북방꽃고비, 북극풍선장구채, 난장이자작 등 13종이다. 연구팀은 이 중 8종의 유전체 크기를 추정하고 ‘텔로미어’ 진화를 밝혀냈다. 텔로미어란 진핵생물 염색체 말단의 염기서열이다. 노화를 일으키는 핵심 유전체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연구진은 이 중 나도수영과 그린란드고추냉이에 집중, 유전체 지도를 최초로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 두 식물 종은 북극 원주민에게 비타민 C를 공급하는 식재료기도 하다. 유전체 분석 결과, 염기쌍은 나도수영이 약 6억개, 그린란드고추냉이가 약 2억5,000만개로 확인됐다. 30억개 유전체를 가진 사람과 비교하면 각각 5분의 1, 12분의 1 수준이다.
극지연구소는 “극지 식물의 유전체 정보와 고품질 유전체 지도는 향후 북극 생물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이라며 “급변하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변화하는 생물의 진화와 적응 방식 연구에도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이유경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지구상에서 가장 빨리 더워지는 북극에서 툰드라 식물이 사라지기 전에 이들 식물이 극한 환경에 적응한 비밀을 찾아내겠다”며 “이들을 보전하는 방법을 찾는 데 유전체 연구가 기여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데이터(Scientific Data)’ 온라인판에 7월 18일자로 게재됐다. 사이언티픽 데이터는 국제 저명학술지 ‘네이처(Nature)’의 자매지로 다학제 분야 연구 상위 12% 저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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