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집고] 최근 입주가 시작된 경기도 오산의 한 아파트에서 시공사가 시행사 측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며 아파트의 도어락 비밀번호를 초기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민들이 시공사를 입주 방해로 경찰에 신고해 경찰관들이 출동하기도 했다.
24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경기 오산시 고현동 ‘오산라온프라이빗스위트’ 아파트에 입주할 예정인 A씨가 지난 23일 아파트를 찾았다가 집안으로 출입하지 못했다. A 씨는 입주지원센터로부터 “시공사가 출입문 비밀번호를 초기화해 마스터키로도 문을 열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23일부터 입주가 시작된 오산라온프라이빗스위트는 438가구 규모의 분양 아파트이다. 입주는 시작됐으나 이날까지 한 달간 절반도 안 되는 180여가구만 입주했다.
시공사인 라온건설이 시행사인 다온개발 측에 공사비 정산을 문제 삼으며 아파트 문을 열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행사 측은 계약서에 명시된 공사비 잔액 89억원을 모두 지급하겠다고 했지만, 라온건설 측은 공사비가 증액돼 그것만 받을 순 없다는 입장이다.
다온개발 측은 “공사비는 순차적으로 지급해왔고, 계약상 잔액이 89억원 남아 있어 모두 지급하겠다고 했는데도 라온건설은 뜬금없이 192억원을 요구하고 나섰다”며 “중견 건설사인 라온건설은 공동예금에서 1원도 인출하지 못하게끔 정산 합의서를 써주지 않는 방식으로 우리 같은 소규모 사업자의 목을 조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다온개발 측은 현재 공동예금으로 260억원이 넘는 재원이 있는 만큼 정산할 공사비는 물론, 라온건설이 요구하는 추가 공사비 또한 소송을 통해 공식적으로 인정받으면 그 부분까지 지급해 줄 여력이 있다는 입장이다.
다온개발 측은 라온건설에 ▲도어락 원상복구 ▲입주민에 대한 손해배상 ▲필수 사업비 지출 동의 ▲시행사 초기 투자비 지급 동의 ▲증액 공사비 관련 소송 제기 등을 공식적으로 요청했다.
손효영 라온건설 대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게 해서 죄송하고 입주민들께 피해를 드려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24일부터 입주민 불편이 없게 업무를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입주민들은 안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단지 입주자대표회 회장은 “입주자들이 불편 없이 입주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나 아직 시행사·시공사 간 합의가 완료되지 않은 만큼 불씨는 살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김리영 땅집고 기자 rykimhp2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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