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그 길, 나는 중도에 있다.”
밴드 자우림 보컬이자 싱어송라이터 김윤아는 어느날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 22일 유튜브 채널 ‘세바시 강연 Sebasi Talk’을 통해 김윤아는 죽음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어렸을 때부터 항상 긴장 속에서 살았던 김윤아. 집 소파에 앉아 있는 건, 아플 때뿐이었고 항상 분주하게 뭔가를 하고 있었다.
2011년 자우림의 8번째 정규앨범을 만든 이후, 김윤아에게 뇌신경 마비가 찾아왔다. 매달 치료를 받는 선천성 면역 결핍자였던 그였다. 김윤아는 당시 뇌신경 마비로 후각, 미각, 청각, 통각, 냉온감, 상체 근육과 미주 신경까지 문제가 생겼다.
지금도 뇌신경 마비 후유증 때문에 몇 가지 기능이 제대로 돌아오지 않았다. 약간의 발성장애도 남았다. 김윤아는 “힘으로 억누르고 있다”고 말했다.
뇌신경 마비로 입원했던 김윤아는 병원에서 고생해서 만들었던 8집 앨범을 받았다. 그는 앨범을 보며 ‘나와 자우림이 만든 마지막 앨범이 될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다. 다시 청각에 이상이 왔기 때문에 장담할 수 없었다. 몸은 점차 회복됐지만 그때 그 경험 이후 항상 이번 일이 마지막 작업이 될 지 모른다 생각하게 됐다.
음악에 대한 포기는 없었다. 김윤아는 더욱더 모든 걸 쏟아부으면서 일하게 됐다. 그는 “마지막이 언제 올 지 모르는데 그렇다면 바로 이 순간 가장 밝게 타올라야 하지 않은가 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윤아는 “죽음이 언제 올 지 모른다면 오늘 여기에서 최선을 다해서 웃고 울고 살고 있어야 하지 않은가”라며 “아직도 저에게 가보지 않은 길이 이렇게 많이 존재하고 제 안에 등불은 여전히 밝게 타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윤아는 앞으로도 계속 모험하고 싶다. 그는 “어떤 모험에서는 꽃을 따오기도 하고 친구를 얻어오기도 하고 또 어떤 모험에서는 다쳐서 돌아올 때도 있다”며 “하지만 뭐 어떠냐? 살아있는 동안에만 할 수 있는 일이 이렇게나 많은데”라고 말했다.
김윤아는 이 맥락에서 환하게 빛날 노래인 ‘장밋빛 인생’ 불렀다.
“영원히 사랑만 할 수 있다면 좋겠네. 떨어지는 장미 꽃잎 같은 나날 속에 마지막이 없다면 그 무엇이 아름다우리. 사랑은 마지막 장면에 완성되리.”
그에게 음악은 생명과도 같았을까? 그는 이렇게 다짐했다.
“나는 중도에 있다. 시간과 장소와 사람을 가르는 무수한 갈림길 사이에서 많은 선택을 하고 계속 방황하다가도 언제나 나로 돌아올 것이다. 살아있는 동안 음악은 계속되고 나는 기꺼이 죽음과 함께 춤을 출 것이다.”
– 김윤아 정규 5집 ‘관능소설’ 산문집 중
양아라 에디터 / ara.yang@huffpost.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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