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식의언론=최보식 편집인]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보면서 보수정당 당원들이 이렇게까지 ‘특수부 검사’ 출신을 좋아하는구나 싶었다. 특히 한동훈은 박근혜· 양승태· 이재용을 비롯해 보수 진영을 거의 궤멸시키다시피한 칼날을 휘둘렸는데 그 정당의 당원들조차 60%넘게 지지했다.
나는 이런 모순과 이율배반을 보면서 국민의힘은 과연 정당으로서의 정체성을 갖고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됐다.
언론계에 오래 몸담고 있으면 검사들, 특히 그 집단 속 특수부 검사들의 생태를 보고 듣고 겪는 게 많다. 이들 대부분은 보통 사람의 삶과 동떨어진 특권의식으로 무장돼있고, 보통 사람들을 결코 ‘동료시민’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한동훈 지지자들은 특수부 검사 출신인 그에게 상식과 합리적인 이미지를 부여했다. 한동훈이 ‘오만 독선’ 윤 대통령과 긴장 관계를 형성해 국정 변화를 이끌어낼 것으로 믿고 있다. 그를 보수 정당의 차기 대통령 후보로 생각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검사 출신 윤 대통령의 ‘무능’을 지금 눈으로 보고 있으면서 그 아류(亞流) 정치 검사는 완전히 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해 폭은 어쩌면 9수를 하고 술 좋아하는 윤통 쪽이 한동훈보다 더 넓은데도 말이다. 이런 환영을 보는 대중의 안목(?)이 내게 신기하기만 하다.
연예계나 패션업계에서 그렇듯이, 대중들은 정치판에서도 ‘신상’을 좋아한다. 정치인 경력이 핸드캡이 되는 게 정치판이다. 한동훈 당선에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치 초보’라는 게 오히려 가산점이 됐다. 대중들은 새로운 것을 갈구하고 그 실체 이상의 기대를 갖는다. 윤 대통령의 등장 때도 그렇게 몰려갔다가 지금 낭패를 보고 있는 것이다.
거꾸로 나경원 원희룡 윤상현 등은 보수 정당 안에서 거의 20년 이상 커왔다. 바깥에 내놓을만한 국힘당 간판 정치인들이라고 할 만하다. 하지만 이들 세명의 후보가 모두 합쳐도 검사 출신 ‘정치 초보‘ 한동훈 한 명을 당해내지 못했다
.이번 전당대회는 이들 3인이 그동안 쌓아온 정치 경력의 가치가 얼마나 별 거 아닌지를 보여줬다. 보수 정당 안에 오래 있을수록 몸값을 낮게 쳐준다면 이런 보수 정당은 문을 닫아야 하는 것 아닌가. 물론 이들 3인이 토론회 등에서 자신의 실력을 밑천까지 드러내보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일주일 전쯤 내가 <한동훈에겐 마치 소시오패스처럼 ‘인간‘이 빠져있는 것 같다!>라는 글을 쓴 뒤, 각계 인사들이 연락해와 ‘우리 정치가 왜 이렇게 저급한 수준이 됐는지’를 한탄했다. 이들이 무슨 정파적 이익이나 다른 이해 관계가 있어 그러는 것은 아니었다. ‘한동훈 현상’은 ‘한동훈 문제’로 바라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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