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회 위원장 겸 창업자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23일 새벽 검찰에 구속됐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 측의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최대주주 지위가 변경될 확률은 낮을 것으로 봤다. SM엔터테인먼트 지분 매각명령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매각명령이 나오더라도 처분해야 하는 지분이 적기 때문이다.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영향 적을 듯”
2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22일 진행된 영장실질심사 끝에 이날 새벽 1시쯤 구속됐다.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와 배재현 투자총괄대표가 하이브의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엔터테인먼트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김범수 창업자의 영장실질심사는 시세조종 혐의와 공시의무 위반 혐의 중 시세조종 혐의만 적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법조계 전문가들은 만약 김범수 창업자와 카카오에 시세조종·공시의무 위반 혐의가 모두 대법원에서 최종 인정되는 카카오 입장의 최악을 가정하더라도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타의로 매각할 가능성은 낮다고 예상했다.
시세조종 혐의는 인정되더라도 주식을 강제로 매각하라는 처분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주식 강제 매각은 5% 공시의무를 위반한 혐의가 인정돼야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만약 매각명령이 내려져도 매각 대상이 되는 지분은 5%를 초과하는 의무 위반분으로 한정된다. 카카오 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명의로 취득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 중 공시의무를 위반하지 않은 부분에는 금융위원회가 주식 매각명령을 내릴 수 없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3월 28일 기준 공개매수를 통해 SM엔터테인먼트 지분 35%에 해당하는 주식 833만3641주를 확보했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 공개매수 전 보유하고 있던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은 총 4.9%다. 5%가 되지 않는다.
김광식 법률사무소여암 변호사는 “카카오 측이 받는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되더라도 이미 카카오가 취득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에 금융위원회가 처분명령을 내릴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며 “만약 처분명령은 행정처분이라 형사재판 결과를 보고 금융위원회가 처분명령을 내릴 정도의 사안인지 검토하기 시작할텐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카카오가 공시의무 위반 혐의를 받는 이유는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 말미에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을 2.9%가량 매입한 기타법인이 카카오와 특수관계일 가능성 때문이다. 이 경우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 지분이 5%를 넘을 수 있다는 이유다. 검찰은 카카오가 사모펀드 운용사 원아시아파트너스와 함께 2400억원쯤을 들여 SM엔터테인먼트 주식을 고가에 매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한 변호사는 “솔직히 김범수 창업자가 구속될 줄 몰랐다”며 “보통 검찰이 처음부터 사건을 인지하고 수사하다가 압수수색하고 경황이 없는 와중에 증거자료가 딱 나왔을 때 구속되고 그러는데 카카오 SM엔터테인먼트 사건은 그런 인지수사도 아닌데 얼마나 티가 났으면 구속됐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범수, 공시의무 위반 혐의 벗은 건 아냐
영장실질심사에선 공시의무 위반 혐의를 다루지 않았지만 김범수 창업자가 여전히 공시의무 위반 혐의로 기소될 가능성은 존재한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검찰이 보다 확실하게 혐의를 입증할 수 있는 시세조종 혐의로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봤다. 김범수 창업자에 앞서 구속 재판을 받다 보석으로 석방된 배재현 투자총괄대표는 시세조종 혐의와 공시의무 위반 혐의를 모두 받고 있다.
만약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주식 5% 이상을 확보하고도 공시해야 하는 의무를 위반했다면 자본시장법에 따른 처벌을 받게 된다. 자본시장법상 양벌규정에 따라 법인인 키카오뿐 아니라 김범수 창업자에게도 영향이 미칠 수 있는 셈이다. 양벌규정은 범죄 행위자와 함께 행위자와 일정한 관계가 있는 자연인 또는 법인에도 형을 부과하도록 하는 규정을 말한다. 카카오가 공시하지 않았어도 김범수 창업자가 회사와 함께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다른 변호사는 “5% 이상 지분을 확보하고도 공시하지 않았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의 처벌과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시는 카카오가 해야 하지만 김범수 창업자도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 관계자는 “현재 상황이 안타까우나 정신아 CA협의체 공동의장을 중심으로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변인호 기자 juba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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