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경제TV 최태호 기자] 주주환원 재원 규모에 대한 견해차이로 시작된 KISCO홀딩스와 주주연대간 경영권 분쟁 소송이 길어지고 있다. 당초 적극적인 주주행동으로 상승했던 주가는 다시 하락하며 제자리로 돌아갔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KISCO홀딩스는 지난 19일 주주총회 결의 취소의 소에 대한 항소를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김월기 사외이사의 본래 임기인 내년 3월 이후까지 소송이 길어질 전망이다.
지난해 KISCO홀딩스의 주주총회에서는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을 두고, 대주주와 소액주주연대 사이에서 표대결이 펼쳐졌다. KISCO홀딩스 측이 제안했던 김월기 당시 후보가 2만표 차이로 당선됐으나 의결권 행사 오류 지적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운용하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이 의결권 위임 없이 표를 행사했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6월 이스트스프링자산운용, 국민연금공단, 당시 주주제안 후보였던 심혜섭 변호사는 김 사외이사 선임 주주총회 결의를 취소해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소 제기 약 1년만인 지난달 해당 결의를 취소하는 판결을 내렸다.
항소심 제기로 소송이 길어지며 주주연대의 활동도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등 향후 KISCO홀딩스 주가 흐름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KISCO홀딩스의 주가는 주주연대의 활동으로 상승세를 보였다. KISCO홀딩스는 지난해 9월25일 장중 주주연대가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사진촬영, 복사 등)를 허가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공시했다. 또 같은날 사측은 자사주를 300억원 매입 계획도 밝혔다. KISCO홀딩스 관계자는 “지난해 주주총회 주주제안에서 자사주를 500억원 매입해달라는 요구를 일부 수용해 자사주를 매입했다”고 밝혔다.
이 영향으로 KISCO홀딩스 주가는 꾸준히 상승세를 보여 올 1월22일까지 35% 가량 상승했다. 하지만 주주연대가 이사회 의사록 열람 및 등사 허가 소송에서 패소했다고 공시하면서 상승흐름이 꺾여 이후 일주일간 10% 넘게 빠졌다.
지난 2월엔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으로 주목받아 한때 신고가인 2만9200원까지 주가가 치솟기도 했지만, 줄곧 하락해 이달 들어 경영권분쟁 소송 전 주가와 비슷한 1만9000원 내외에 거래되고 있다.
KISCO홀딩스와 주주연대가 소송전을 벌이는 이유는 주주환원 가능 재원에 대한 견해차 때문이다.
심 변호사는 “KISCO홀딩스는 자회사를 합치면 시가총액의 3배인 1조원에 달하는 유동자산을 보유중인 기업”이라며 “이사회 진입 후 자본배치와 주주환원을 건의하려 했다”고 말했다.
반면 KISCO홀딩스 관계자는 “주주연대가 주장하는 재원은 연결기준으로 자회사를 합친 것”이라며 “상장사인 한국철강도 포함돼 있어 자회사 주주들의 입장을 고려할 때 당장 재원으로 활용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KISCO홀딩스의 자회사를 포함한 연결기준 △단기매매금융자산(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2235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 1150억원 △단기금융상품 6877억원이었다. 연대측의 주장대로 합산액이 1조263억원이다.
반면 자회사를 제외한 별도기준으로 보면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 89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 2억6000만원 △단기금융상품 511억원으로 주주환원에 사용가능한 재원은 약 603억원에 불과하다.
다만 KISCO홀딩스가 직접 언급한 한국철강 몫만을 제외하면 결과는 다르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철강의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은 1121억원,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304억원, 단기금융상품은 3647억원이다. 모두 합치면 5073억원으로 KISCO홀딩스의 연결기준 재원에서 해당 몫을 빼도 절반인 5190억원이 남는다. 한국철강은 KISCO홀딩스 자회사 중 유일한 상장사다.
다른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계열사의 재원도 충분히 주주환원 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며 “지주사의 배당성향을 계산할 때에도 연결기준으로 계산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종가 기준 KISCO홀딩스의 PBR은 0.23배였다. PBR은 기업의 주가가 순자산의 몇배에 거래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PBR이 1배 미만이면 기업이 당장 회사의 자산을 다 팔아도 시가총액보다 높다는 뜻으로 주가 저평가 상태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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