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등 서방 채권단과 수개월 논의 끝 합의
3년간 110억 달러 이상 부채 절감
국가재건사업·채권 발행 등 수월해질 듯
우크라이나가 전쟁 중 디폴트(채무불이행)라는 최악의 위기에서 벗어났다. 대신 개별 국가로는 처음으로 전시에 채권단과 부채 구조조정에 합의한 국가가 됐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날 열린 예비 협상에서 블랙록, 핌코 등 서방 채권단은 수개월 간의 논의를 끝내고 우크라이나와 합의했다. 채권단에는 민간 투자자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러시아의 침공 전에 쌓였던 200억 달러(약 28조 원) 상당의 대외 부채와 수십억 달러의 이자 청구서를 놓고 그간 우크라이나와 협상해 왔다. 이번 합의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3년간 110억 달러 넘는 자금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애초 내달 초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크라이나는 그로부터 열흘 후 디폴트에 처할 상황이었다. 이는 전장에서의 손실이 늘어나고 서방의 지원은 약해지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특히 우크라이나 정부는 디폴트로 인해 향후 투자자들이 현지 재건 사업 참여에 머뭇거리게 되고 IMF와 같은 대출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다고 WSJ는 설명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합의 소식을 환영했다. 데니스 슈미할 우크라이나 총리는 엑스(X·옛 트위터)에 “우린 부채의 지속가능성을 회복하는 길을 가고 있다”며 “오늘의 합의는 부채 재조정 과정에서 중요한 단계로, 부채 절감을 통해 국방, 사회복지, 재건을 위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쟁 중인 한 국가가 이번과 같은 부채 구조조정을 합의하고 디폴트에서 벗어난 것은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재정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서 우크라이나의 자금조달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투자은행 드래건캐피털의 올레나 빌란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국 채권단에게 상환하려면 국방과 같은 다른 우선순위에서의 지출을 전환해야 하지만, 이번 거래에 따른 이자 상환은 우크라이나 예산에 적합한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를 통해 우크라이나는 안보 위험이 진정되는 즉시 채권 시장을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우크라이나를 위한 4개의 새로운 안보 협정을 준비하고 있다”며 “협상은 곧 시작할 것이고 이는 우리에게 방위 지원, 재정·인도주의적 협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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