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고금리로 인한 인플레이션으로 미국의 소비재가 폭등한 가운데, 특히 여성용품의 가격이 급격하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대와 탐폰을 비롯한 여성용품은 일반 식자재처럼 줄일 수 있는 품목이 아닌 필수재이기 때문에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22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몇년 새 여성용품인 생리대와 탐폰의 가격이 식품가격보다도 훨씬 빠르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 조사기업 NIQ에 따르면 생리대와 탐폰의 미국 시장 연간 판매량은 2020년 이후 각각 12%, 16% 감소했다. 소비재업계 공룡 P&G는 지속적인 가격 인상으로 인해 지난 1분기에도 여성용품의 글로벌 판매량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미국 여성들은 여성용품 가격 충당을 위해 남성들보다도 다른 소비를 더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30대 여성 에린 브라운에 따르면 여성용품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한달 평균 22달러(약 3만원) 정도다. 이는 그의 소비재 전체에 대한 한 달 예산인 200달러(약 27만원)의 10%를 넘는 돈이다. 그는 매달 비용 충당을 위해 간식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주식으로 먹던 파스타 면도 더 싼 것으로 바꾸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 서카나에 따르면 생리대 한 팩의 평균 가격은 미국에서 6.5달러다. 2019년 이후 41% 치솟은 수치다. 탐폰 한박스의 가격도 같은 기간 36% 상승해 8.29달러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에서 여성용품은 대기업들이 시장 점유율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저렴한 대체상품이 없다는 점이 문제다.
소비재기업 P&G는 미국 내 35억 달러 규모의 여성용품 산업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생리대와 탐폰 매출의 약 60%를 차지한다. 나머지 40%는 킴벌리 클라크와 엣지웰 두 기업이 양분하고 있다. 탐폰은 의료기기로서 연방 정부의 허가를 받아야한다. 즉 비누나 샴푸 등 다른 위생 제품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기 때문에 이들을 대체할 수 있는 슈퍼마켓의 자체제작 상품이나 신생 브랜드가 없다는 것이다.
여성용품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미국의 여성들은 생리대나 탐폰을 최대한 덜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부 여성들은 신생아용 기저귀를 대신 사용한다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이는 샴푸나 컨디셔너를 줄이고 단순히 저품질의 음식을 먹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위험이다. 예컨대 생리대 교체가 충분하지 않을 시 질이나 요로 감염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탐폰을 8시간 이상 체내에 방치하면 독성 쇼크 증후군의 위험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미국에서 월경 연령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된다. 청년층인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월경이 끝나가는 세대인 그 전 X세대보다 더 큰 집단이고 늘어나고 있다. 또한 최근 출생하는 소녀들의 월경 시작 시기는 더 빨라지고 있다. WSJ가 인용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1950년대에 태어난 사람들의 평균 월경 시작 시기는 12.5세였으나, 2000년대는 11.9세로 빨라졌으며 최근에는 9세에 월경을 시작하는 소녀들도 늘어나고 있다.
미국 사회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미국 내 28개 주 및 컬럼비아 특별구역에서는 학교에서 생리대를 무료로 배포하는 법을 통과시켜 여학생들이 생리대 부족으로 학교를 빠지지 않도록 조치했다. 또한 20개 주에서는 인디애나, 미시시피, 테네시를 비롯한 20개 주에서는 여성용품 기업들에게 판매세를 부과하고 있다. WSJ는 “미국인들이 인플레이션으로 점점 더 어려운 상황에 놓이고 있는 가운데 여성들은 삶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관심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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