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메뉴 바로가기 (상단) 본문 컨텐츠 바로가기 주요 메뉴 바로가기 (하단)

[조동근 칼럼] 밸류업(value-up) 역행하는 反시장적 이사 충실의무 확대

이투데이 조회수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ㆍ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

모든 주주이익 동시 보호는 불가능
기업사냥꾼도 대상…이치에 안맞아
배임죄 완화해야 기업가정신 살아나


상법개정 논의는 금년 초 윤석열 대통령이 “소액주주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할 수 있는 상법개정을 추진하겠다”는 발언에 의해 추동됐다. 후속 조치로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서 ‘회사와 주주의 비례적 이익’으로 확대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유시장경제를 주창(主唱)하지만 의식은 ‘경제민주화 망령’에 상당 부분 갇혀있다. 윤 대통령의 발언에 “기업의 사업구조 개편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수주주의 이익이 침해되고 있다”는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기 때문이다. 그 자체가 주주를 지배주주와 소액주주로 갈라치기하고 있는 것이다. 상법개정의 목적이 ‘오너경영 중심의 기업 지배구조 혁파’로 귀결되면 윤 대통령 스스로 ‘좌파 프레임’에 들어가는 것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가 맞다면 논리적으로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넘어 이해관계자의 이익’까지 보호해야 한다. 그만큼 상법개정 논의는 포퓰리즘에 경도되어 있다.

상법개정에서 ‘소액주주 우대’ 취지는 첫 단추를 잘못 끼운 것이다. 우선 ‘소수주주와 지배주주의 이익’이 별개일 수 없다. 그리고 공정거래법, 상법, 자본시장법 등의 촘촘한 규제로 지배주주가 소액주주의 이익을 침탈할 여지는 없다. 그렇다면 소수주주가 지배주주보다 더 보호받아야 할 이유는 없다. 이는 ‘1주 1의결권’의 주주평등주의에 위배되는 것이다.

물론 기업구조조정 과정에서 소액주주의 이익이 침해될 가능성을 경계할 필요는 있다. 잘 알려진 대로 ‘물적분할’이 그 범주에 속한다. 그러면 부족하지 않게 방어수단을 설계하면 된다. 2022년에 제도화된 ‘주식매수청구권’과 물적분할과 관련된 ‘상장심사·공시 강화’ 등이 안전장치이다. 개연적 피해 방지를 위해 이사의 충실의무를 주주로까지 확대해 상법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치명적 정책 과용이다. ‘닭 잡는 데 소 잡는 칼’을 휘두르는 격이다.

이사의 충실의무가 주주로까지 확대되면 대표소송이나 업무상배임죄 처벌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회사 성장을 위한 구조조정이나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소수주주가 이사들이 내린 의사결정이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결정’이었다고 소송(訴訟)을 제기하면 이를 피할 수 없다. 이사는 법정에서 모든 의사결정에 대해 “소수주주를 포함한 일반주주에의 영향을 검토했고 보완책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입증해야 한다. 이사의 과다한 입증책임 부담은 그 자체가 희소한 경영자원의 낭비이다.

기업에 투자하는 주체는 ‘장기투자자, 단기투자자, 국민연금 등 각종 연기금, 국내외 행동주의펀드 및 경영권 공격세력, 일반투자자’ 등 다양하다. 각각 다른 동기와 이유로 주식을 보유하는 모든 주주의 이익을 동시에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 주주의 이익을 비례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상법개정안 대로라면 엘리엇펀드 등 기업사냥꾼의 이익도 보호해야 한다. 그 자체가 블랙 코미디다.

대주주와 소수주주의 의견이 다르면, 지분에 따른 다수결 원칙을 적용되면 된다. 미국 모범회사법은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믿는 바대로’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로 한정한 것이다. 델라웨어 등 일부 주에서 회사와 주주에 대한 이중 충실의무를 요구하고 있지만 미국은 한국과 달리 배임죄 규정이 없다. 만약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가 법제화되면 한국의 이사는 회사·주주에 대한 충실의무와 함께 배임죄 처벌까지 부담해야 한다.

이사의 충실의무 원천은 민법의 위임규정과 이를 준용한 상법 규정에 따른 회사와 이사 간에 맺은 계약이기에 충실의무 대상은 계약관계 당사자인 회사로 한정돼야 논리에 맞다. 상법상 이사는 회사의 대리인으로 주주와 계약을 체결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사의 주주로의 충실의무 확대는 법적 근거가 없는, 법치에 반한 것이다.

한국 증시는 박스권에 갇혀있다. 윤 정부가 심혈을 기울이는 밸류업 프로그램은 ‘주가순자산비율’이 1 미만인 저평가된 주식이 제값을 받도록 하자는 것이다. 상속세 완화, 금융투자소득세 면제 등은 옳은 방향이지만 상법개정 논의는 ‘투자결정과 신산업 진출’ 주체인 기업에 불확실성을 더하는 것이다. 이사에게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과할 게 아니라, 명문화된 ‘경영판단원칙’을 허용해 기업가정신을 북돋아주고 이현령비현령의 배임죄 적용을 막아줘야 한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댓글0

300

댓글0

[경제] 랭킹 뉴스

  • 올림픽 맛있게 응원하자…집관족 취향저격 ‘올림픽 에디션’
  •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3.7%...1년 11개월 만에 최고점 찍었다
  • 질병청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 첫 발간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8월 극장가 '재개봉 러시'…인생영화 다시 스크린으로

[경제] 공감 뉴스

  • 케이뱅크, MY체크카드 90만장 넘었다..."인뱅 유일 K 패스 기능 탑재"
  • 삼정KPMG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슬립테크 부상”
  • "‘용인 스마일 보이’ 우상혁이 웃었다"...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응원'하고 '격려'
  • ‘나는 솔로’ 21기 최종 선택 대반전…순자, 영철 직진에도 선택 포기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젊음과 낭만의 거리,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학로 맛집 BEST5
  • 진득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까지! 칼국수 맛집 BEST5
  • ‘감칠맛 최고봉’ 보글보글 끓이는 소리마저 맛있는 꽃게탕 맛집 BEST5
  • 고소한 맛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는 파전 맛집 5곳
  • [맥스무비레터 #78번째 편지] 극장 온도 급상승 ‘히든페이스’ 문제작의 탄생💔
  • [인터뷰] 봄의 햇살 닮은 채서은, 영화 ‘문을 여는 법’으로 증명한 가능성
  • “야한데 야하지 않은 영화”…’히든페이스’ 관객 후기 살펴보니
  • [위클리 이슈 모음zip] 민희진 아일릿 대표 고소·개그맨 성용 사망·’정년이’ 끝나도 화제 계속 외

함께 보면 좋은 뉴스

  • 1
    '美친 것 아냐…'→하룻밤에 맥주 70병 드링킹한 인터밀란 MF→"난 알코올 중독자…코로나 시기에 완전히 망가졌다" 충격 고백

    스포츠 

  • 2
    [인터뷰] 김윤경 "NAC UNIVERSE서 한국 피트니스 위상 높이고 싶어"

    뉴스 

  • 3
    한국 남자축구계에 만화 같은 선수가 등장했다… 오랜만에 들려온 기쁜 소식

    스포츠 

  • 4
    윤 대통령, 후반기 국정과제는 '양극화 해소'…김한길과 대책 논의

    뉴스 

  • 5
    [인터뷰] NAC코리아 이경란 "피트니스 선수로서 목표는 우주정복"

    뉴스 

[경제] 인기 뉴스

  • 올림픽 맛있게 응원하자…집관족 취향저격 ‘올림픽 에디션’
  •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 93.7%...1년 11개월 만에 최고점 찍었다
  • 질병청 '성인 패혈증 초기치료지침' 첫 발간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불량 자재 탓에 에어컨 없이 폭염 견디는 송도 '송일국 아파트'
  • 8월 극장가 '재개봉 러시'…인생영화 다시 스크린으로

지금 뜨는 뉴스

  • 1
    국내 겨울 축제 추천 BEST 3(간절곶 해맞이, 태백산 눈축제, 화천산천어축제)

    여행맛집 

  • 2
    [맥스무비레터 #78번째 편지] 극장 온도 급상승 '히든페이스' 문제작의 탄생💔

    연예 

  • 3
    최준희, -49kg 後 자신감 ↑…옷 안 입은 듯한 운동복 자태 '공개'

    연예 

  • 4
    이현이, 무리하다 '건강 적신호'→스케줄 취소 '울상'

    연예 

  • 5
    "기대했는데, 사녹이라니"…로제X브루노 마스 '2024 MAMA' 무대에 '원성 폭발' [MD이슈]

    연예 

[경제] 추천 뉴스

  • 케이뱅크, MY체크카드 90만장 넘었다..."인뱅 유일 K 패스 기능 탑재"
  • 삼정KPMG “디지털 헬스케어 활성화에 슬립테크 부상”
  • "‘용인 스마일 보이’ 우상혁이 웃었다"...이상일 용인특례시장, 높이뛰기 우상혁 선수 '응원'하고 '격려'
  • ‘나는 솔로’ 21기 최종 선택 대반전…순자, 영철 직진에도 선택 포기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 삼성자산운용, 공식 유튜브 채널 정보 시리즈 인기몰이

당신을 위한 인기글

  • 젊음과 낭만의 거리, 늘 사람들로 북적이는 대학로 맛집 BEST5
  • 진득한 국물에 쫄깃한 면발까지! 칼국수 맛집 BEST5
  • ‘감칠맛 최고봉’ 보글보글 끓이는 소리마저 맛있는 꽃게탕 맛집 BEST5
  • 고소한 맛을 입안 가득 느낄 수 있는 파전 맛집 5곳
  • [맥스무비레터 #78번째 편지] 극장 온도 급상승 ‘히든페이스’ 문제작의 탄생💔
  • [인터뷰] 봄의 햇살 닮은 채서은, 영화 ‘문을 여는 법’으로 증명한 가능성
  • “야한데 야하지 않은 영화”…’히든페이스’ 관객 후기 살펴보니
  • [위클리 이슈 모음zip] 민희진 아일릿 대표 고소·개그맨 성용 사망·’정년이’ 끝나도 화제 계속 외

추천 뉴스

  • 1
    '美친 것 아냐…'→하룻밤에 맥주 70병 드링킹한 인터밀란 MF→"난 알코올 중독자…코로나 시기에 완전히 망가졌다" 충격 고백

    스포츠 

  • 2
    [인터뷰] 김윤경 "NAC UNIVERSE서 한국 피트니스 위상 높이고 싶어"

    뉴스 

  • 3
    한국 남자축구계에 만화 같은 선수가 등장했다… 오랜만에 들려온 기쁜 소식

    스포츠 

  • 4
    윤 대통령, 후반기 국정과제는 '양극화 해소'…김한길과 대책 논의

    뉴스 

  • 5
    [인터뷰] NAC코리아 이경란 "피트니스 선수로서 목표는 우주정복"

    뉴스 

지금 뜨는 뉴스

  • 1
    국내 겨울 축제 추천 BEST 3(간절곶 해맞이, 태백산 눈축제, 화천산천어축제)

    여행맛집 

  • 2
    [맥스무비레터 #78번째 편지] 극장 온도 급상승 '히든페이스' 문제작의 탄생💔

    연예 

  • 3
    최준희, -49kg 後 자신감 ↑…옷 안 입은 듯한 운동복 자태 '공개'

    연예 

  • 4
    이현이, 무리하다 '건강 적신호'→스케줄 취소 '울상'

    연예 

  • 5
    "기대했는데, 사녹이라니"…로제X브루노 마스 '2024 MAMA' 무대에 '원성 폭발' [MD이슈]

    연예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