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대선 후보 사퇴를 발표한 가운데 민주당의 선택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린다. 유력 후보로 꼽히는 카멀라 해리스(59) 부통령이 무난하게 바통을 이어받을지, 아니면 미니 경선을 통해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질 것인 지가 아직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21일(현지시간) CNN 등에 따르면 해리스는 이날 민주당 지도부의 지지를 얻기 위해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및 하킴 제프리스 하원 원내대표와 통화를 가졌다. 구체적인 통화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해리스 자신에 대한 지지를 촉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을 비롯해 클린턴 부부 등의 공개 지지 속에 해리스가 ‘대세론’으로 부각되는 모양새이지만, 일부 민주당 원로들이 침묵을 지키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CNN에 따르면 민주당 소속 상원의원 51명(무소속 4명 포함) 가운데 최소 27명, 하원의원 최소 60명이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대권 잠룡으로 거론됐던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조시 셔피로 펜실베이니아 주지사,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등도 해리스를 공개 지지했다.
그러나 민주당 일인자로 통하는 슈머와 제프리스가 바이든의 사퇴를 환영하면서도, 해리스에 대해서는 침묵을 유지했다. 더구나 바이든의 대선 포기를 강하게 압박한 낸시 펠로시 전 하원의장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지 않았다. 특히 오바마는 성명에서 “나는 우리 당의 지도자들이 뛰어난 후보가 나올 수 있는 과정을 만들어낼 것으로 확신한다”며 미니 경선을 촉구하는 듯한 모습마저 보였다.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와 J.B. 프리츠커 일리노이 주지사 등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밝히지 않은 일부 잠룡들이 당내 경선을 요구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지난 5월 무소속으로 전향한 조 맨친 상원의원이 민주당 당원으로 재등록해 대권 경쟁에 뛰어들려 한다는 소식도 나오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민주당 지도부가 ‘해리스 대관식’ 논란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당 지도부마저 바이든 사퇴 직후 해리스를 공개 지지했다가는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는 공화당의 비판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일부 외신들은 주류 민주당원이 해리스에 도전장을 내밀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고 봤다. 대선이 얼마 안 남은 만큼, ‘맨땅에 헤딩’하기나 마찬가지여서다. 해리스는 9600만 달러(약 1333억원) 규모의 바이든 선거캠프 자금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뿐더러 흑인 및 히스패닉계 의원들의 지지를 확보한 상황이다. 경쟁자는 선거 모금부터 지지자 확보까지 처음부터 시작해야 한다.
한편, 민주당은 다음 달 19~22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대통령 후보를 공식 지명할 예정이다. 바이든의 중도하차로 4천명에 가까운 대의원들은 자유롭게 자신들이 원하는 후보에 투표를 할 수 있게 된 가운데, 대선 후보로 지명되기 위해서는 과반인 대의원 1986명 이상의 지지가 필요하다고 미국 정치 전문 매체 더힐은 전했다. 만일 이를 넘지 못한다면, 슈퍼 대의원으로 통하는 당연직 대의원 793명의 표까지 합쳐 투표하게 된다.
아울러 민주당 전국위원회는 대의원들이 언제 어떻게 대선 후보를 뽑을지를 이른 시일 내 결정해야 한다. 오하이오주의 경우, 내달 7일까지 대선 후보 등록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그 이전에 온라인 투표가 실시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후보 확정 시기를 8월 19~22일 전당대회까지 미뤄 경쟁을 보장하자는 의견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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