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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하이퍼 충전기 시장…전기차 캐즘 돌파구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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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에 고속 충전소 'E-pit'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출처=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이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에 고속 충전소 ‘E-pit’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사진출처=현대자동차그룹]

【투데이신문 노만영 기자】 국내 초급속 전기차 충전기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기차 시장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소비자들의 최대 불편 요소인 충전 문제를 해소해 판매량 회복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2일 전기차 업계에 따르면 최근 최대 출력량 200kW 이상 초급속 충전기, 이른바 하이퍼 차저(Hyper Charger)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하이퍼 차저는 기존 급속 충전기 보다 출력량을 높여 충전시간을 단축시킨 것이 특징이다. 현재 가장 많이 보급된 7kW 충전기의 경우 전기차 완충에 통상 5~6시간이 소요되고 사용 환경에 따라 10시간까지 걸리기도 하지만 하이퍼 충전기는 15분대에 80%까지 충전이 가능하다. 

급속 충전기는 완속 충전기와 달리 설비 과정에서 억 단위의 비용이 발생해 환경부나 한국전력이 시장을 주도해왔다. 실제 국내 50kW 이상급 급속 충전기 3만9000여대 중 30% 이상이 환경부(8000기)와 한전(5300기) 소유다. 하지만 최근에는 민간기업들도 200kW 이상의 하이퍼 충전기 보급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민간기업 중 가장 많은 하이퍼 충전기를 운영 중인 SK일렉링크는 연내 200kW 이상 충전기 200여기를 추가 보급해 총 1000기 이상을 설치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350kW급 충전기 이피트(E-pit)을 현재 286기에서 2030년까지 500기 수준으로 확대하는 동시에 한국전기차충전서비스를 통해 내년까지 200kW급 충전기 3000기를 보급한다는 방침이다. 테슬라코리아는 지난 연말 250kW급 수퍼차저 V3 등 국내 160개 급속 충전소를 타사 차량에 개방하며 급속 충전기에 대한 전기차 사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였다. 

민간과 정부가 최근 200kW 이상 고출력 충전기 보급 및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낮은 국내 급속 충전기 보급률이 전기차 판매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국내 보급된 전기차 충전기 대수는 약 35만5000기, 전기차 누적 등록 대수는 50만대로 충전기 1기당 1.4대 수준이다. 하지만 급속 충전기 비중은 10%에 불과해 소비자 불만이 높은 상황이다. 실제 지난 5월 한국환경공단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전기차 이용자 절반 이상이 구매 전 충전 문제를 걱정했다고 답했다. 

200kW급 초고속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청주(서울) 휴게소 [사진출처=한국도로공사]
200kW급 초고속 전기차 충전기가 설치된 청주(서울) 휴게소 [사진출처=한국도로공사]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급속 충전시장 확대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최근 KDI가 발표한 ‘친환경차 보급정책 개선 방향’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국내 전기차 급속 충전기는 10.4% 수준으로 중국(43.2%), 미국(21.9%), 영국(17.0%), 독일(16.9%), 일본(13.9%) 등 주요 국가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이에 따라 KDI는 “향후 전기차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위해서는 장거리 운행이 더 용이해질 수 있도록 고속도로 휴게소 등 이동거점에 급속 충전기를 충분히 배치하는 방향으로 정책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도 급속 충전기 보급을 위해 정부 지원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완속 충전기의 경우 단가가 저렴해 정부 지원금 등을 받으면 100~200만원대로 설치가 가능하지만 고압 전력을 사용하는 급속 충전기는 설비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1억원 이상이 필요하다. 

전기차 충전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금이 들어간 상황에서 전기차 보급이 아직 성숙기에 접어들진 않아 투자비 회수가 오래 걸려 시장에 진입하는 사업자들의 수가 소수”라며 “구축 보조금과 별개로 수소충전기 정책처럼 운영 보조금을 지원해주는 방식으로 정책 전환이 이뤄진다면 민간 중심으로 급속충전기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전문가 역시 급속 충전기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보급률 확대가 캐즘 극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김필수 교수는 “작년말부터 생기는 전기차 캐즘은 3~4년 정도 갈 것으로 본다”며 “전기차, 충전기, 배터리가 한박자로 움직이는 만큼 캐즘으로 배터리, 충전기 시장도 동반 정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급속 충전기는 출력량이 크기 때문에 전기 배선 등 인프라 구축이 한계로 지적되고 있으나 급속 충전기가 충분히 보급되지 않으면 전기차 보급에도 한계가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정부가 매년 급속 충전기 보급을 확대해나가고 있다”며 “급속 충전기가 확대되면 3~4년 뒤 캐즘 극복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불편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데이신문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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