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그룹이 하반기 ‘2기 함영주호(號)’ 출범을 위한 본격적인 시동을 건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임기가 내년 3월 종료되는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그가 연임에 도전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함 회장이 연임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사법 리스크’를 극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늦어도 올해 안에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가동해야 한다. 함 회장의 임기가 내년 3월 끝나는데, 금융당국에서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해야 한다고 권고했기 때문이다.
현재로서는 함 회장의 연임과 새로운 인물의 등장 등 모든 가능성이 열려있지만 함 회장이 초임인 데다가 취임 이후 실적으로 성과를 입증한 만큼 연임에 도전할 가능성이 높다.
2기 함영주호 출범을 위해서는 사법 리스크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 현재 함 회장은 파생결합펀드(DLF) 중징계 취소, 채용비리 의혹 등 송사에 얽혀 있다. 두 사건 모두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상태다. DLF 중징계 취소 소송은 1심에서 패소했지만 항소심에서 판결이 뒤집혀 함 회장이 유리한 고지에 있다. 그러나 채용비리 의혹은 반대로 1심에서 무죄,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두 사건 중 하나라도 최종 패소하면 함 회장의 연임은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적으로 승소하거나 대법원 판결이 늦어져야 사법 리스크가 함 회장의 발목을 붙잡지 않을 전망이다. 함 회장이 처음 하나금융 회장 후보로 추천됐을 당시에도 관련 소송이 진행 중이었지만 확정 판결이 나지 않아 그대로 회장직에 취임할 수 있었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비롯한 사외이사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사외이사들은 회추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금융당국과의 소통 확대가 차기 회장 추천 과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은행 사업 강화도 함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해 하나은행이 거둬들인 당기순이익은 3조4766억원으로 그룹 전체 순익(3조4516억원)보다 많았다. 올해도 1분기까지 하나은행이 8432억원의 순이익을 올려 하나금융 순익(1조340억원)의 81.5%를 차지했다.
하나금융은 비은행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KDB생명 인수를 추진했지만 실사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인수를 포기했다. 이후로는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하나금융이 장고를 거듭하는 사이 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은 비은행 부문을 바탕으로 ‘1위 경쟁’을 벌이면서 하나금융은 상위권 경쟁에서 아예 밀려났다.
비은행 계열사가 부진을 겪는 와중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하나은행이 호실적을 기록하며 함 회장의 리더십 역량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하나은행은 재작년과 작년 국내 은행 중 가장 큰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그룹 차원의 당기순이익은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더 많았지만 주력 계열사인 은행 간 경쟁에서는 하나금융이 1위를 차지했다.
함 회장이 취임한 2022년 하나은행은 3조95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려 신한은행(3조450억원), KB국민은행(2조9960억원)을 제쳤다. 작년에도 3조476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면서 KB국민은행(3조2615억원), 신한은행(3조677억원)을 눌렀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은행장 출신인 함 회장이 이승열 하나은행장과 합을 맞춰 은행 실적을 견인했다고 보고 있다. 올해도 하나은행은 1분기 84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리면서 신한은행(9286억원)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2분기 실적은 오는 26일 발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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