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전두성 기자 국회 국민동의청원 제도가 ‘정쟁 도구’로 변질된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를 요청하는 청원이 14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주목을 받았지만, 이후 ‘신원식 국방부 장관 탄핵소추안 발의 청원’, ‘더불어민주당 정당해산 청원’ 등 상대 정당을 겨냥한 청원들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에서조차 ‘정치 실종’이 가속화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여야가 극한 대립을 이어가자 각 당의 지지자도 이에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정치가 강성 지지층의 의사를 반영하면서 이러한 현상이 발생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 ‘민주당 해산 청원’도 등장
23일 국회 국민동의청원 사이트에 따르면, ‘대통령 탄핵 소추 발의 반대 청원’, ‘국회의원 제명 청원’, ‘정당 해산 청원’ 등 상대 정당을 겨냥한 청원 글이 올라와 있다.
이러한 현상에 불을 지핀 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 요청에 관한 청원’이었다. 이는 지난 20일 최종적으로 143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고 종료됐다. 소관 국회 상임위원회인 법제사법위원회는 이와 관련한 청문회를 지난 19일 한 차례 열었고, 오는 26일 2차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국민의힘 측 인사가 올린 것으로 알려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 발의 반대에 관한 청원’도 11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면서 법사위에 회부됐다. 이 또한 민주당은 오는 8월 2차례의 청문회를 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처럼 대통령 탄핵 소추 발의 찬반에 대한 청원을 기점으로 상대 정당을 겨냥한 청원 글이 올라왔다. 대표적으로 ‘민주당 정당해산심판 청구 촉구결의안에 관한 청원’이다. 이는 지난 11일 청원 글이 올라왔고 전날(22일) 국회 심사 요건인 5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다.
청원인은 민주당이 헌법 내 ‘자유민주주의’ 용어에서 ‘자유’를 삭제하려 시도했고, 진보당원 3명의 국회 진입을 지원함으로써 ‘위헌 정당인 진보당의 숙주’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재명 (전) 대표의 사법리스크 방탄을 위해 사법권 독립 침해 활동을 자행했다고 했다.
아울러 민주당 소속인 정청래 법사위원장 해임 요청에 관한 청원도 7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심사 요건을 충족했다. 청원인은 정 위원장이 법사위를 독단 운영하고, 막말‧협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정 위원장은 “정청래 청문회도 대환영”이라며 “누가 국회법을 어겼고 누가 국회법을 준수하는지 시시비비를 가려보자”고 응수하기도 했다.
이외에도 ‘정청래 의원 제명에 관한 청원’, ‘신원식 국방부 장관 탄핵소추안 즉각 발의를 요청하는 청원’, ‘문재인 전 대통령의 수사 촉구에 관한 청원’ 등이 올라온 상황이다.
이를 두고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정치권이 너무 (상대를) 적대시하는 것 같다. 서로 제압해야 되는 대상으로 보고 있다”며 “정치 실종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가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과정에서 생긴 현상으로 봤다. 그는 통화에서 “정치가 강성 지지층에 의해 끌려다니고 있다”며 “현재 대한민국 정치에서 합리성이라는 걸 찾아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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