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신문 권신영 기자】 지난해 전국 고등학생이 50명 중 1명꼴로 학교를 중퇴한 것으로 조사된 가운데, 그 원인 중 하나로 ‘수능 출제 방식과 학교 교육의 연계 미흡’이 지목됐다.
23일 종로학원이 교육부 교육정보 공시서비스 ‘학교알리미’에 등록된 전국 고등학교 2379곳의 학업 중단 비율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학교를 떠난 고등학생은 전체(127만6890명)의 2.0%인 2만5792명으로 분석됐다.
전국 고등학생 학업 중단 비율은 지난 2021년 1.5%(2만116명)에서 지난 2022년 1.9%(2만3980명), 지난해 2.0%(2만5792명)로 늘어 국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팬데믹이던 지난 2020년 1만445명(1.1%) 이후 꾸준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고등학교 유형별로 살펴보면 일반고에서 1만7240명, 외국어고·국제고에서 336명, 자율형 사립고에서 378명, 마이스터고에서 266명이 학업을 중도 포기했다. 이중 외국어고·국제고 학업 중단자는 지난 2022년 317명에서 지난해 366명으로 15.5%(49명) 늘어 전년 대비 증가율이 가장 컸다.
17개 시도 중 학업 중단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은 광주(2.4%)였고, 세종(2.3%), 경기·강원(2.2%), 충북(2.1%)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시 25개 자치구 내에서는 강남이 2.68%로 가장 많은 학생이 중퇴한 것으로 집계됐고, 그 뒤로 서초(2.68%), 송파(2.17%) 순이었다.
서울의 강남·서초·송파는 서울 학군의 중심지이자 사교육 1번지로 꼽히는 권역임에도 중퇴 학생 수가 많았다. 이에 종로학원은 “대입시의 측면에서 학교 내신이 불리한 학생이 정시 수능 응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려고 대입 전략을 바꾼 것으로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학업중단 후 검정고시, 정시로 대입 전략을 수정한 학생들이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올해 대입에서도 검정고시를 통한 대입 전략을 수립한 학생들도 많을 것”이라며 “특히 외국어고·국제고생들의 학업중단은 이과 선호, 의대 쏠림 영향으로도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이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학생들이 학교 공교육을 신뢰하지 않아 벌어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백병환 정책팀장은 본보와의 통화를 통해 “수능 출제 방식이 학교 교육과 연계되지 않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이 학교 공교육을 신뢰하지 않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학교 생활과 교우 관계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배우지 못하는 자퇴 학생들의 상실도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공교육이 줄 수 있는 유익보다 입시 기회를 놓치는 것이 자신에게 더 큰 타격이 될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퇴를 선택하는 사례도 있을 것”이라며 “이런 현상이 확대될 경우 학급에 남는 학생들에게도 수업 운영에 지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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