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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도 못 견딜 고문으로 네살 아이는 뇌사, 아동학대 K-스포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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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지도자들이 선수들에게 욕설, 얼차려, 체벌 등 폭력을 휘두르며 내세우는 이유가 있다. 세계적인 선수가 되려면, 메달 따려면, 국가대표 되려면 맞더라도 참고 이겨내야 한다는 것. 너희들 잘 되기 위해 우리가 폭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궤변의 수준을 넘어 뻔뻔스러운 거짓말이다. 네 살, 다섯 살 아이들이 왜 맞으며 운동해야 하나. 실력 없는 자들이 아이들 욕하고 때리다 생각해 낸 합리화일 뿐이다.

그들의 어처구니없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으려면 첫째, 어릴 때부터 세계에서 가장 많이 맞고 자란 선수들로 구성된 한국팀은 천하무적이어야 한다. 올림픽에서 미국, 중국을 누르고 1위에 올라야 하고, 월드컵 3연패 정도는 진작 했어야 한다.

하버드대 축구팀은 더 많이 맞아서 고려대에 이겼나

수년 전 아시아 여행 중 한국을 방문한 하버드대 축구팀과 고려대 축구부가 경기를 가졌다. 하버드대 선수들은 ‘입학 후 축구 동아리에 가입한 일반학생(walk-on)’들이었고, 고대 선수들은 어린 나이부터 ‘운동기계’로 성장한 초엘리트 축구선수들이다. 결과는? 시차 적응도 안 된 하버드대의 2대0 완승. 하버드대 선수들이 더 많이 맞아서 이긴 것일까?

최근 손흥민의 아버지 손웅정 손축구아카데미 감독의 아동학대 논란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스포츠의 고질적 병폐다. 특히 축구와 태권도에서 아동학대 문제가 반복되면서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이 두 종목은 우리나라에서 등록 선수 수에서 1, 2위를 자랑하는 종목일 뿐 아니라 유소년 선수가 타 종목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은 종목들이다. 그럼에도 이런 사고가 빈발하다는 점은 우리 스포츠의 처참한 수준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손축구아카데미에서 코치진은 어린 선수들을 ‘개XX,’ ‘벙어리,’ ‘미친놈,’ ‘돌대가리,’ ‘또라이’라 부르며 정서적으로 학대했고 ‘X발,’ ‘죽여버린다,’ ‘꺼지라고,’ ‘꼴값 떨지 마’ 등의 욕설과 폭언을 했으며, 손 감독은 선수에게 발길질까지 했다. 코치의 폭행까지 발생해 학부모가 고소한 상태고, 결국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청주에서 유소년 축구클럽을 운영하는 40대 박 모 감독은 2020년 당시 8살이던 아이에게 ‘엎드려 뻗쳐’를 시키고 막대기로 때렸다. 2021년엔 경기에 졌다고 아동 8명에게 ‘골대 선착순’을 시켰고, 아이들에게 “X새끼,” “X가리 들고 뛰어” 등 폭언까지 했다. 지난 16일 청주지방법원은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그에게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그 다음 날인 17일엔 의정부시태권도협회 이사를 지낸 태권도 관장이 자신의 초등생 관원들을 수차에 걸쳐 폭행하고 욕설을 하는 등 신체적,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그런데 태권도협회는 수사 중에 있는 이 관장을 어처구니없게도 국가대표 청소년 코치에 선발했다. 결국 피해 부모들이 반발해 취소됐다.

여기서 멈출 수 없다. 또 그다음 날 18일엔 김해시 한 태권도장의 50대 관장이 도복을 개지 않았다는 이유로 6살 아이의 뺨과 엉덩이를 피멍이 들 정도로 폭행해서 불구속 송치됐다. 부모는 “CCTV에서 관장은 아이에게 도복을 개는 걸 한 번 보여주곤 아이가 도복을 못 개자 때렸다”며 “51개월짜리 아기가 어떻게 그걸 접겠냐”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축구와 태권도는 아동학대의 경연장인가

“내 아이는 멀쩡히 유치원에 가고 물놀이를 하다가 태권도장에서 의식불명으로 내게 왔다.”

참으로 마음 아픈 사건은 지난 12일 네 살 아이가 양주시 태권도장 30대 관장의 가혹행위로 인해 지금도 깨어나지 못한 충격적 사고다. 그 가족은 지금 아이와의 마지막 이별을 준비 중이다.

그 관장은 돌돌 말아 세워놓은 매트에 아이를 거꾸로 집어넣어 20분간 방치했다. 아이가 “꺼내주세요,” “살려주세요”를 애타게 외쳤지만 이를 외면했다. 결국 심정지 상태가 됐다. 아이 어머니는 SNS에 “뇌는 기능을 정지했고, 아이 얼굴은 모든 혈관이 터졌고, 보고 듣고 느끼지 못하는 빈껍데기”가 됐다며 “현재 OO이는 뇌사상태이며 약물로 억지로 심장이라도 자극하고 있다”고 비통한 심경을 밝혔다.

이건 고문이다. 어른도 그렇게 거꾸로 갇혀 있으면 3분을 버티기 힘들 것이다. 네 살 아이를 그렇게 20분을 방치하다니. 그런데 듣도 보도 못한 그런 기가 막힌 고문 방법을 그 관장은 어디에서 알게 됐을까. 그 관장만의 비법(?)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가 과거 경험했던, 아니면 다른 관장에게 배운 것 아니었을까?

어른도 못 견딜 고문을 네 살 아이에게

지난 한 달 동안 축구와 태권도의 30대, 40대, 50대, 60대 지도자들이 열 살도 안 된 아이들에게 저지른 폭력만 해도 이 정도다. 스포츠계 전반에 걸친 폭력성은 바뀐 게 없고, 젊다고 해서 나을 게 없다. 이 지도자들은 아이들을 잘 가르칠 방법이나 교수법에는 관심이 없고 오직 지배하고 괴롭힐 궁리만 하는 듯하다. 당연히 실력이 없고 무능하다.

정말 무시무시하고 끔직한 것은 이들의 사고 그 자체이다. 손 감독은 해명문에서 “맹세컨대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지 않은 언행과 행동은 결코 없었다”고 당당하게 주장했다. 양주의 태권도 관장은 “내가 너무 예뻐하는 아이입니다”라고 했다. 맹세코 사랑하는 아이, 너무 예뻐하는 아이에게 욕설을 하고, 때리고, 학대하는 스승들. 단언컨대 대한민국 스포츠는 군대보다 더 폭력적이고 이 지구상에서 가장 가학적이다.

▲19일 오전 경기 의정부경찰서에서 경찰이 관원인 5세 아동을 심정지 의식불명 상태에 빠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태권도 관장 A씨를 의정부지검으로 송치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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