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D현대중공업이 파업 기로에 섰다. HD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 행위 찬반 투표에 나선다. 한화오션 노조의 경고성 총파업에 이어 HD현대중공업이 파업에 들어가면 업계 호황기인 ‘슈퍼 사이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 노조는 22일부터 오는 24일까지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진행한다. 노조는 쟁의행위 찬반 투표를 거쳐 파업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앞서 노조는 7월 18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행위 조정 신청을 하며 파업 수순에 들어갔다. 이후 7월 19일 중앙쟁의대책위언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과반이 찬성하면 노조는 파업권을 확보한다.
노조 이번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요구안으로 15만9800원 인상, 성과금 산출기준 변경, 정년 연장, 승진 거부권 등을 사측에 전했다. 다만 사측은 별다른 안을 아직 제시하지 않았다.
노조는 7월 17일 울산 본사에서 열린 임단협 15차 교섭에서 “15번의 교섭으로 노조 요구안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됐다고 판단했으며 4월 30일 요구안을 전한 만큼 시간으로 사측이 충분히 검토했다고 본다”며 “현재 사측의 태도는 다분히 시간 끌기다”고 주장했다.
조합원 쟁의행위 찬반 투표 종료 전 기회는 남았다. 노사는 노조의 쟁의행위 찬반 투표가 진행되는 오는 23일에도 교섭을 이어갈 예정이다. 차후 교섭 역시 지지부진할 경우 노사 갈등은 장기화될 수 있다. 여름 휴가를 보낸 뒤 교섭을 이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HD현대중공업은 오는 29일부터 8월 8일까지 9일간 여름 휴가 기간이다.
한화오션 역시 하투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화오션 노조는 7월 15일 조합원 임시총회에서 86% 찬성으로 쟁의행위를 가결시켜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했다. 같은 날 한화오션은 경고성 총파업에 나섰다. 한화오션 노조는 7월 15일 거제사업장에서 7시간 총파업을 진행했다. 이날 참여 조합원은 700여명이었다.
노조는 4월 18일 임단협 요구안을 사측에 전한 뒤 현재 11차 교섭까지 이어왔지만 사측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양도제한조건부 주식(RSU) 지급 방식을 두고 이견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이 2023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인수 당시 성과급을 RSU 방식으로 300% 지급하기로 했지만 한화오션 측은 2023년 당시 실적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RSU 지급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조선업계의 하투가 본격화될 경우 슈퍼 사이클에 접어든 조선업 호황기에 제동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HD현대의 조선 부문 중간 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수주 목표를 이미 초과 달성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올해 들어 144척(해양설비 1기 포함), 162억7000만달러(22조6000억원)를 수주해 연간 목표액 135억달러(18조8000억원)의 120.5%를 달성했다.
한화오션 역시 올해 상반기 27척, 53억3000만달러(7조4000억원)를 수주해 2023년 수주액 35억2000만달러(4조9000억원)를 넘어섰다.
HD현대중공업은 최근 사내 소식지를 통해 “모처럼 찾아온 수주 호황의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상호 수용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는 데 함께 노력하자”고 당부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사측은 노조와 협상을 통해 지속적인 대화를 하고자 한다”며 “현재 한화오션은 경영정상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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