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당권주자간 비난·폭로전에 지지자들 폭력까지
자폭 수준 전대에 당 분열 우려…국민 불신도 커져
늦었지만 비방 멈추고 미래 비전 제시 중점 둬야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는 결과적으론 흥행했다. 당대표 후보 4인에 관한 기사, 그에 달린 댓글 수만 보더라도 그렇다. 야당에서도 “모든 국민의 관심이 국민의힘 전당대회로 쏠렸다. 흥행몰이에 완전 성공했다”는 말이 나왔다. 긍정적인 의미는 아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전당대회는 역대급 총선 참패를 겪은 집권여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고 정권 재창출 토대를 닦기 위해 당 전열을 정비하는 기회였다. 전당대회 슬로건이 ‘NEXT 보수의 진보’로 정해진 건 이런 맥락에서였다. 이 슬로건은 미래 정당으로의 개혁, 실용적이고 범이념적 정책 정당을 지향하고, AI를 기반으로 한 혁신을 이뤄 보수가 전통적 이념의 틀을 넘어 미래로 전진해 간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과열된 당권 레이스에 이 슬로건은 무색해졌다. 전당대회는 처음부터 끝까지 서로를 겨냥한 비난·폭로전으로 점철됐다. ‘배신자’론으로 시작된 특정 후보를 겨냥한 네거티브는 ‘여사 문자 무시’ 논란, ‘댓글팀’ 의혹으로 이어지면서 ‘노상방뇨’ ‘다중인격’과 같은 원색적인 말이 난무하는 난장판을 만들었다. 당대표 후보들이 ‘언어폭력’을 서슴지 않으니, 그들의 지지자들도 욕설을 퍼붓고 의자를 던지는 등의 ‘폭력’을 행사했다. 여기에는 원희룡 후보와 한동훈 후보의 책임이 크다.
무엇보다 한동훈 후보의 패스트트랙 사건 공소 취소 부탁 폭로는 전당대회가 자해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는 비판에 기름을 부었다. 패스트트랙 사건은 2019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이 더불어민주당의 선거법·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강행을 막는 과정에서 벌어진 물리적 충돌로 나경원 후보를 비롯한 여야 의원들이 무더기로 기소된 내용이다.
한동훈 후보는 법무부 장관 시절 나경원 후보가 이 사건의 공소 취소를 부탁했다고 방송 토론회에서 불쑥 꺼냈다. 자신의 의혹을 집중 제기한 원희룡 후보에 “야당 의원 논리에 같은 편을 먹고 같은 당을 공격하느냐”고 한 그의 논리대로라면, 그 또한 부적절한 처사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당장 야당은 한동훈 후보의 댓글팀 운영 의혹과 나경원 후보의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과 관련한 고발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당권주자 스스로 사법리스크를 만들고 키운 셈이다.
이러니 “전당대회가 아닌 분당(分黨)대회”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 이후 갈등이 봉합될 수 있을지 없을지조차 모르는 형국이다. 한동훈 후보가 당대표가 되면 조기에 낙마시킬 계획을 누군가가 세우고 있다는 음모론이 한때 돌았던 게 전혀 이상하지 않을 분위기다. 집권여당에 대한 국민의 불신만 더 키웠으니 “신뢰 회복 적임자”라는 당권주자들의 호소도 결과적으론 공언(空言)이 됐다.
전당대회는 빠르면 내일, 1차 투표에서 과반 획득 당대표 후보가 나오지 않으면 엿새 뒤 막을 내린다. ‘NEXT 보수의 진보’ 슬로건이 ‘PAST 보수의 퇴보’로 더는 변질되지 않도록, 108석의 소수 여당이 더 약체가 되지 않도록, 당권주자들이 남은 기간 서로를 향한 비방을 멈추고 정책 경쟁과 미래 비전 제시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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