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오히려 부담 없이 쏜다면 메달이 따라올 것이다.”
여갑순(50) 사격 국가대표 후보선수 전임감독은 1992년 바르셀로나(스페인) 올림픽에서 18세의 나이에 깜짝 10m 여자 공기소총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국민 영웅’이 됐다.
당시 그는 서울체고에 재학중이던 무명의 고교생 사수였는데, 그는 우승이 유력시됐던 최강자 베셀라 레체바(불가리아)를 제치고 깜짝 금메달을 명중시켰다.
그로부터 28년이 지났으나 여갑순 감독은 아직도 바르셀로나 올림픽 당시의 금메달이 생생하다.
그는 최근 ‘뉴스1’과의 통화에서 “당시 금메달을 잊을 수 없다”며 “올림픽 시즌이 다가오면 이상하게 긴장되고 설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한국 사격 역사상 최초 금메달의 주인공이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차영철이 50m 소총복사에서 은메달을 획득했고 여갑순 감독이 4년 뒤 큰 사고를 쳤다.
여자 사격에서는 2012 런던 올림픽 당시 25m 권총 금메달을 획득한 김장미까지 단 2명 만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 감독은 “당시 어리기도 했고,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이다 보니 크게 기대하는 분도 많지 않았다”며 “그냥 편하게 결선에만 오르자는 생각으로 갔다. 내 우상이었던 레체바와 결선에서 맞붙는 것이 꿈이었는데 결과까지 그렇게 됐다”고 웃었다.
한국 사격은 ‘권총 황제’ 진종오가 은퇴한 뒤 다소 침체기를 겪었다. 최근 어린 선수들로 세대교체를 하는 과정에서 부침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회에서는 다시 과거 명성을 되찾겠다는 각오다.
여 감독이 주목하는 선수 중 한명이 바로 고교생 사수 반효진(17·대구체고)이다. 반효진은 2021년 도쿄 올림픽 당시 처음 사격에 입문했는데 3년여 만에 한국 국가대표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여갑순, 강초현을 잇는 고교생 사수로 주목을 받는다. ‘제2의 여갑순’이라는 평가도 있었다.
여갑순 감독은 “국가대표 후보선수일 때 효진이와 함께 훈련한 적이 있다”며 “그때도 물어보니 ‘1등보다 3등만 하겠다’고 하더라. 그런 마음을 갖고 경기에 임했는데 대표 선발전에서 1위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여 감독은 “나도 그렇고, 강초현 선수도 그렇고 여고생들이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단의 첫 메달을 땄다”며 “그런 과거가 있다 보니 많은 분들이 깜짝 메달을 기대하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여 감독은 고교생 사수들의 깜짝 활약과 관련해 “젊다 보니 집중력이 좋을 수 있다”며 “외국 선수들은 경험이 많아 노련미도 있지만 오히려 부담 없이 쏘는 선수가 무서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큰 대회를 앞둔 사격 후배들을 향한 진심 어린 응원의 목소리를 냈다.
여 감독은 “너무 메달을 따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면 오히려 부담이 클 것”이라면서 “결선을 목표로 세우고 했으면 한다. 자신의 기량만 발휘한다면 메달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꾸준히 현장을 지키고 있는 그는 최근 다소 침체된 한국 사격이 이번 파리 올림픽을 계기로 다시 살아날 수 있기를 희망했다.
여 감독은 “대표팀이 전체적으로 세대교체 중”이라며 “젊은 선수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한다면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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