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지난 1분기 손실 처리를 위해 털어낸 비용만 1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침체, 고물가 여파로 카드 값을 못내는 사람들이 늘어난 영향이다.
22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BC카드)의 올해 1분기 대손상각비는 1조1066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9838억원)보다 12.48% 증가한 숫자다.
대손상각비는 회수가 불확실해진 매출채권을 재무상 손실로 처리(상각)한 비용을 말한다. 연체율은 올라가지 않지만, 수익성이 악화한다. 주로 금리가 높은 현금서비스,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일부이월약정(리볼빙) 등에서 부실채권이 발생한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삼성카드 2381억원(전년比 2.49%↑) ▲신한카드 2036억원(14.78%↑) ▲KB국민카드 1642억원(7.16%↑) ▲롯데카드 1602억원(3.46%↑) ▲현대카드 1304억원(98.74%↑) ▲우리카드 1188억원(17.94%↑) ▲하나카드 913억원(8.42%↓) 로 집계됐다,
대다수 카드사의 대손상각비 규모가 증가한 가운데, 하나카드만 소폭 감소했다. 하나카드는 카드론 등 고위험상품 취급액을 줄였다. 지난해 1분기말 카드론 잔액은 2조9001억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 말 2조7171억원으로 감소했다.
카드사들의 대손상각 비중이 높아졌음에도 연체율은 지속 상승세다. 올해 1분기 8개 카드사의 실질연체율은 1.85%다. 전년 동기(1.47%)와 비교해 0.38%포인트 올랐다.
대표적인 불황형 대출 카드론 잔액이 사상 최대 40조원을 넘어서는 등 건전성 우려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카드사들이 쌓아야 하는 대손충당금도 계속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대손충당금 규모는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 2022년 처음으로 10조원을 돌파한 이후 지난 1분기에는 11조원을 넘어섰다.
문제는 대손충당금 적립이 곧 기업의 순이익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이다. 카드사들은 부실채권이 늘어날 수록 수익의 일정 부분을 대손충당금 명목으로 적립해야하는데, 결국 수익이 줄어들게 돼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게 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카드사들이 저신용자에 대한 카드론 규모를 확대하고 있어 적립해야 할 대손충당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특히 지난해 감독규정 개정으로 인해 2개 이상 복수 카드론을 이용하는 차주의 경우 대손충당금을 30% 추가 적립해야 해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전대현 기자 jdh@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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