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를 뽑는 7·23 전당대회가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 ‘자폭’에 가까운 당권주자 간 비방전으로 투표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치러지는 결선투표 가능성도 주목받고 있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동훈 후보가 공개한 ‘나경원 후보 패스트트랙 공소 취소 부탁’ 이슈가 국민의힘 전당대회의 막판 쟁점으로 급부상했다. 나 후보와 한 후보가 물러섬 없이 대치를 이어가면서 판세가 더욱 복잡해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나 후보는 이날 “(한 후보는) 법무부 장관 재임 당시 인혁당 사건 피해자 과다 배상금 반납 지연이자 면제, 제주 4·3사건 직권재심 청구 확대 같은 일은 주도적으로 챙겨서 했다”며 “그런 의지와 추진력으로 왜 우리 보수우파의 눈물은 닦아주지 않고, 왜 우리 당은 외면했던 것인가”라고 질책했다.
이어 “2019년 나의 패스트트랙 투쟁은 ‘해야 할 일’을 했던 것일 뿐”이라며 “해야 할 일을 해서 지금까지 고초를 겪고 있지만 후회하지 않는 나 나경원,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투쟁한 동지를 범법자·불공정으로 만드는 한 후보. 누가 국민의힘을 이끌어 갈 적임자인가”라고 물었다.
앞서 한 후보는 17일 4차 방송토론회에서 나 후보가 자신의 법무부 장관 시절 ‘패스트트랙 충돌 사태’ 사건 공소를 취소해달라는 부탁을 했다고 공개했다. 이후 이어진 토론회에서도 한 후보가 나 후보의 공소 취하 부탁이 ‘개인 차원’의 청탁이었다며 공세 수위를 높이자 둘 사이의 감정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패스트트랙 사건 재판에 전·현직 의원, 당협위원장, 보좌진 등 20여 명이 연루된 만큼 한 후보의 발언이 일부 당원들의 감정선을 건드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로 인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던 한 후보의 과반 득표가 불발되고, 결국 결선 투표가 진행될 거란 관측이다.
원희룡 후보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전당대회 막바지에 ‘판’이 바뀌고 있다”며 “본인이 살기 위해 한 후보가 대통령이건 우리 동지들이건 끌어들이는 모습에서 많은 당원들이 문제점을 깨닫고 판단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윤상현 후보도 “‘어대한’(어차피 당 대표는 한동훈) 기류가 깨졌는지 예단은 못하겠다”면서도 “우려하는 의원들이 되게 많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투표일이 다가오면서 (한 후보가) 진짜 정치의 기본이 되어 있는지, 그리고 (그의) 정체성에 대해 우리 당원들이 심각한 위험을 깨달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한 후보가 단단한 지지층을 가진 만큼 실제 투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거란 관측도 있다. 한 후보 측은 이날 메시지를 내고 “상대가 인신공격에 집중할 때 저는 여러분과 함께 미래로 가겠다. 그리고 화합하겠다”며 “투표해 달라”고 호소했다.
국민의힘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기준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 투표율은 43.11%를 기록했다. 지난해 3·8 전당대회보다 7.38%포인트(p) 낮은 수치다. 일각에선 낮은 투표율이 ‘자폭 전대’ 기류에 투표층의 실망감이 커진 탓이란 분석도 나온다.
관련해 원 후보는 “공중에 떠 있는 당의 뿌리가 없는 막연한 인기와 팬덤으로는 우리 대의원들과 당원들의 표로 연결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반영된 거라고 본다”고 해석했다.
한편, 다가올 전당대회를 통해 지도부에 입성할 친한(친한동훈) 혹은 친윤(친윤석열) 최고위원의 비율도 관전 포인트다.
일단 유일한 여성 후보인 김민전 후보는 여성 할당 당규에 따라 사실상 당선이 확정된 상태다. 그 외 정치권에선 인지도가 높은 장동혁·김재원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거론된다. 남은 선출직 최고위원 1석에 박정훈·인요한 후보가 경쟁하는 모양새다. 이들 중 장동혁·박정훈·진종오 후보는 친한, 김재원·인요한 후보는 친윤 인사로 분류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