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한상희 김정률 기자 = 대통령실은 21일 22대 국회에서 개헌안을 마련해 2년 뒤 지방선거 때 국민투표에 부치자는 우원식 국회의장의 개헌 대화 제안을 “입법부 논의 사항”이라며 사실상 일축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개헌 관련해서는 입법부에서 논의해야할 사항이고, 대통령이 단독으로 결정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이 뜻을 모아야 개헌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개헌을 논의 테이블에 올리자는 우 의장 제안에 분명하게 선을 그은 것이다. 앞서 우 의장은 지난 17일 ‘제76주년 제헌절’ 행사에서 “2026년 지방선거 때 개헌 국민 투표를 하는 것을 목표로 개헌을 추진하자”며 “윤석열 대통령께도 공식적으로 개헌 대화를 제안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에 ‘헌법개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고 했다.
지난달 24일 관훈토론회에서도 우 의장은 5년 단임제의 폐해를 지적하며 4년 중임제로의 개헌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결국 개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대통령”이라며 윤 대통령과 만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여권 내에서도 개헌 취지에 공감하는 의견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야당이 윤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고 있는 시기에 개헌을 꺼내들었다는 점에서,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분위기가 주를 이룬다.
대통령실은 우 의장의 제안에 말을 아끼며 거리 두기에 나섰다. 대통령실의 이런 반응은 범친명(이재명)계인 우 의장의 개헌 제안에는 윤 대통령의 임기 단축-조기 대선을 목표로 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이 국회로 공을 넘긴 데다, 여의도 국회는 여야 간 극한 대치가 이어지는 상황인 만큼 개헌이 실제 협상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은 사실상 낮다.
설령 192석의 범야권이 개헌안을 추진한다 하더라도 국회 문턱을 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개헌안이 국회를 통과하려면 재적의원 3분의 2 찬성(200석 이상)’이 필요한데, 여당인 국민의힘이 개헌 저지선을 넘는 108석을 확보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1987년 체제 이후에도 개헌은 여러 차례 시도됐으나 번번이 어그러졌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7년 3월 대통령과 국회의원의 임기를 일치시키고, 대통령 임기를 4년 연임제로 바꾸는 ‘원 포인트’ 개헌안을 내놓았지만, 야당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인 2021년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넣는 개헌을 약속했다. 지난해 1월 신년 인터뷰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통해서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개헌을 제안한 바 있다. 하지만 정치권 대치 상황과 맞물리면서 구체적인 논의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종훈 시사평론가는 “결국 정치적 계산하고 맞물려서 개헌 논의가 계속 무산되는 것”이라며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개헌 추진 과정에서 논의가 자칫 현 대통령 임기를 단축하는 방향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개헌 논의를 기피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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