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중국 경제가 4% 후반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 정부가 내세운 목표치인 ‘5% 안팎’을 밑도는 수준으로, 안으로는 부동산, 밖으로는 무역 장벽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중국 정부의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얼마나 효과를 내느냐에 따라 하반기 경기회복 양상이 바뀔 수도 있다고 봤다.
한국은행 북경사무소는 21일 ‘2024년 하반기 중국경제 전망 및 주요 이슈’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 중국 경제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 등에 힘입어 제조업 생산과 수출을 중심으로 4% 후반 수준의 성장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 북경사무소는 올해 초엔 중국의 연간 성장률을 4% 중반으로 내다본 바 있다. 산업 생산과 수출이 연초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보는 셈이다. 하지만 4% 후반 성장률은 지난해(5.2%)보다 낮아 중국 경기 후퇴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키기 충분한 수준이다.
한은은 “하반기 중국 경제가 대내외적으로 상당한 도전 과제에 직면해 있다”라고 했다. 먼저 대내 여건의 경우, 부동산 침체가 최대 위험 요인으로 꼽혔다. 상반기의 경우 부동산개발투자 감소폭이 -10.1%를 기록해 전년 동기(-7.9%)보다 부진이 심화한 바 있다. 한은은 하반기에도 부동산 조정 국면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화 대책이 주택 수급 불균형 축소와 경제 심리 개선에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가 하반기 경기회복 양상을 좌우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했다.
대외 여건 중에서는 무역 환경이 점차 악화하고 있는 점이 문제다. 상반기엔 수출이 글로벌 IT 업황 호조 등에 힘입어 전년 동기(-3.5%)보다 3.7% 증가하며 산업 생산과 함께 경제를 견인했는데, 이 동력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한은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수출이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양안(중국과 대만) 긴장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하는 가운데 미국·유럽연합(EU) 등과의 무역 갈등도 심해져 중국의 수출이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EU는 최근 중국산 전기차에 대해 각각 100%, 47.6%까지 관세를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외 부문의 경우, 소비 증가 속도는 더딜 것으로 예상됐다. 가계 소득 여건과 소비 심리 개선이 여전히 미약한 탓이다. 고정자산투자 역시 비교적 양호한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이지만, 부문별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인프라투자는 완만하게 증가하겠지만, 부동산개발투자는 부진이 지속되는 식이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 중후반, 연간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 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은은 중국 정부가 하반기 들어 재정정책의 규모와 강도를 확대할 것으로 예측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수 확대와 소비 회복이 중요한 만큼, 경제 주체들의 기대 및 성장·고용의 안정화 등을 위해 다양한 정책 지원이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인민은행이 향후 기준금리 등 정책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미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와 내외금리차에 따른 위안화 약세 우려, 국채 등 안전자산에 대한 쏠림 현상 등이 제약요인으로 작용해 조정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한은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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