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세·내수 부진…한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물가 안정세·내수 부진…한은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韓재정건전성 양호…이젠 재정이 내수 뒷받침해야”
2%대 물가 안정세가 지속되면서 올해 하반기 중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체감 경기인 내수 경기가 되살아날 가능성이 큰 만큼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내수 부양을 뒷받침해줘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21일 정부부처와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17일(현지시간) 7월 경기동향 보고서(베이지북)를 통해 “미국 내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연은) 담당 지역 중 5개 지역에서 경제활동에 변동이 없거나 하락했다”고 평가했다.
올해 5월 말 나온 직전 보고서 때의 2개 지역보다 3곳 늘어난 것이다. 미국 내에서 경제활동이 정체되거나 감소한 지역이 늘었다는 의미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둔화세가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기준금리 인하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최근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기준금리 인하가 타당해지는 시기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혀 올해 9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높였다.
이러한 연준의 통화긴축 완화 시사에 우리나라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이 제시한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는 ‘기준금리 인하 시기 등을 검토해 나갈 것’이란 표현이 있었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에 대해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할 준비를 하는 상황이 조정됐다”고 밝혔다. 약 3년 만에 금리 인하로의 방향 전환을 예고한 셈이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진 배경에는 물가 안정세가 자리잡고 있다. 올해 1~6월 누계 소비자물가(평균)는 전년보다 2.8% 상승했다. 추가 충격이 없다면 하반기엔 물가가 2% 초중반까지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중론이다.
내수 부진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올해 1∼5월 재화소비를 뜻하는 소매판매액지수(불변)는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줄었다. 1~5월 기준으로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1% 감소한 뒤로 15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 것이다. 설비투자도 작년 5∼12월 내리 감소한 데 이어 올해도 2월부터 4개월째 줄고 있다.
이 같은 내수 부진은 상당 기간 누적된 고금리가 자리잡고 있다. 영세자영업자들이 폐업 속출 등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시장의 자금조달 여건이 제고돼 소비, 투자 등 내수 경기에 긍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 정부에 “물가 하락 추세가 확인되면 올해 하반기부터 통화정책을 완화(금리 인하)할 수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러면 올해 하반기부터 내수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란 판단이다.
일각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발맞춰 정부도 적극적인 재정 운용을 통해 내수 개선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물가 상승을 우려해 정부가 사실상 긴축재정을 의미하는 건전재정 기조를 지속해왔는데 이제는 물가가 안정세에 접어든 만큼 내수 부양을 위해 재정 투입을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내수를 부양하기 위해선 금리 인하가 필요하고, 여기에 재정정책도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비율은 3%대로 다른 국가 대비 양호한 수준이다. 재정을 조금 써도 베네핏(편익)이 코스트(비용)보다 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도 “여전히 정부가 건전재정의 틀에 갇혀서 재정을 소극적으로 운용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부분”이라며 “내수 기반 확충을 위해 양호한 재정여력을 이용해 확장적으로 재정을 운용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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