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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트럼프든 바이든이든 국익 위해 동맹국 후려칠 것”

프레시안 조회수  

언론 협동조합 <프레시안>은 남북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위한 시민들의 모임인 평화통일시민행동(대표 이진호)의 ‘2024평화통일시민강좌’를 연재합니다.

2024평화통일시민강좌는 일극체제에서 다극체제로 변화하는 세계정세를 깊이있게 들여다 보고 북한의 경제발전 전략과 군사력, 유엔사 부활의 문제점 및 5.18광주 항쟁과 미국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3월 30일부터 11월 30일까지 매월 1회, 서울시청 시민청 혹은 복합문화공간 종로 nuguna에서 진행됩니다.

아래는 지난 6월 29일 서울시 시민청에서 ‘남북 극한 대립과 한반도 평화의 길’을 주제로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진행한 강연의 주요 내용입니다.

지금의 한반도 위기는 어디에서 왔을까? 현재의 위기의 책임이 북한의 ‘오물풍선’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언론도 그런 식으로 몰아간다. 하지만 위기의 시작점을 ‘오물풍선’으로 보는 순간 우리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착한 전단’과 ‘나쁜 오물’

탈북민단체들을 비롯한 일부 단체들이 보낸 것은 ‘착한 전단’이고 북에서 넘어온 것은 ‘나쁜 오물’일까? 북한이 보기에 남쪽에서 날아온 전단도 ‘오물’이긴 마찬가지다. 그리고 사실을 왜곡하지 말아야 할 것은 남에서 먼저 북한을 향해 전단을 날려 보냈다는 것이다.

한국전쟁부터 1960년대 초반까지 전단을 뿌리고 한강 하구에서 비닐봉지에 쌀을 담에 북쪽으로 흘려보낸 것은 주로 미군이었다. 미군은 효과가 없다고 판단하고 전단살포를 중단하였고 그 이후로는 국군이 체제경쟁 차원에서 부분적으로 전단살포를 했다. 탈북민단체들이 미국의 지원을 받아 북을 향해 전단을 날려 보내기 시작한 것은 2000년 들어서부터다.

우리 삶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정전체제, 분단체제다. 우리는 평화 속에 살고 있다 착각하기도 하지만 사실은 전쟁 속에 살고 있다. 우리가 전쟁 중이 아니라면 인근 나라에서 풍선이 날아오고 확성기를 틀어놓는 것은 평시의 한 행위로 이렇게까지 문제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전쟁상황이므로 전단이나 확성기와 같은 심리전도 명백한 전쟁행위다.

북한은 작년 12월 말 당 전원회의를 통해 남과 북을 적대적인 두 국가로 규정했다. 2018년 북미협상 이후 북한은 종전선언과 평화협상을 계속해서 제안했다. 하지만 한미가 조건을 걸며 이를 미뤘고 결국 북한은 1953년 7월 27일의 정전체제 그대로 가기로 결심했다.

북한이 전원회의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남북이 전쟁 속에 살고 있음을 상기시킨 와중에 남한이 ‘종이폭탄’과 ‘소리대포’를 북한을 향해 쏜 것이다. 남북 사이가 좋았다면 그냥 넘어갈 수 있었겠지만 북한은 지금의 남북관계를 전쟁상태로 규정했으니 이에 대해 대응을 한 것이다.

국가는 확전을 막아야 한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확성기 방송 재개로 대응했다. 예전에는 확성기가 500개 정도 있었고, 지금은 약 40개 설치되어 있다. 확성기의 가청거리는 낮에는 10km, 밤에는 20~30km에 불과하다.

하지만 군사분계선 북쪽 30km 이내에는 민간인이 아닌 군인이 있다. 북의 군인들은 강인한 사상으로 무장되어 있다. 그리고 북한은 북쪽을 향해 확성기를 틀어 남한의 확성기 소리가 묻히게 한다. 한국정부가 확성기가 마치 대단한 효과가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국민을 기만하는 것이다.

북한은 2014년 10월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조준사격을 했고 2015년 8월에는 서부전선의 대북 확성기에 포격을 가했다. 그리고 2020년 6월에는 남측의 계속되는 전단살포에 대한 강력한 항의의 차원으로 개성의 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 지난 5월 29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발견된 북한의 대남전단 풍선의 모습.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지금의 남북관계 비극은 문재인 정부에서 시작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반성하지 않으면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2018년 평양공동선언의 1항은 9.19군사합의에 대한 내용이다. 9.19군사합의의 정식 명칭은 ‘판문점 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이다. 판문점 선언 이행에서 남과 북은 군사분야의 조치가 중요하다고 서로 인정했던 것이다.

분단 이후 600번의 남북대화가 있었고 그중 합의문을 작성하거나 발표문 혹은 언론보도문을 낸 것이 200번이 넘는다. 남과 북은 엄청나게 많은 합의와 노력을 했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남북관계는 잘 가다가도 미끄러지고 또다시 앞으로 가다가도 넘어졌다. 지금은 남북관계에서 공식적, 비공식적 접촉이 전혀 없는 가장 긴 시기이다.

그동안 정부나 시민단체는 ‘쉬운 것부터 하자’면서 경제협력이나 민간교류협력, 문화예술 교류를 앞세웠다. 그러나 역사적 경험은 서해에서 남북 교전이 생기면 몇 년 동안 쌓아 올렸던 남북관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지는 것이었다.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교류협력이 필요하고, 또 소중한 일이지만, 한반도는 전쟁을 경험했고 주변 환경들을 고려했을 때, 경제문제나 사회교류만으로 한반도 평화의 완전한 답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이제는 순서가 바뀌어야 한다. 이전에는 사회‧경제 교류협력을 하면 군사적 문제는 자연스레 따라오게 되리라 생각했다면 이제는 군사적 접근법이 같이 가야 한다는 통렬한 반성이 필요하다. 판문점 선언과 평양공동선언에서는 이 부분이 강조되었다.

사라진 완충지대

9.19군사합의 1조에서 완충지대를 설정했다. 완충지대는 육상, 해상, 공중에서 남북 간에 군사력이 충돌할 수 있는 공간을 벌려놓는 것이다. 정전협정 1조에서는 군사분계선을 경계로 남북 2km를 비무장지대로 설정했다.

그러나 정전협정은 지금까지 무수히 위반됐다. 비무장지대는 야금야금 좁혀졌고 남북이 총으로 쏴서 상대방을 맞힐 수 있는 사거리에 초소가 존재하게 되었고 결국 총질이 났다. 서로가 육안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상대의 움직임을 오해할 소지가 커졌다. 전쟁은 의도적인 것보다 의도하지 않고 일어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만약 초병이 실수로 오발을 쐈을 때, 남북 사이에 충분한 안전거리가 있다면 오발이 상대에게 도달하지 않거나 긴장이 고조되는 급박한 상황을 피해갈 수도 있다. 이렇게 완충지대를 설정하거나 비상연락선이 있다면 우발적 사고, 충돌이 일어났을 때 톤다운 시킬 수 있다. 위기관리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완충지대, 연락선 모두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9.19군사합의에서는 남북이 완충지대를 정하고 이 구역에서 훈련도 중지하자고 합의했다. 그러나 이제 서북도서를 비롯한 군사분계선의 완충지대였던 모든 곳에서 일제히 사격훈련이 실시되었다.

국방백서는 북이 정확하게 17번 9.19군사합의를 지키지 않았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부 장관은 언론이나 국회에 나가 북한이 무려 3600번 9.19군사합의를 어겼다고 말한다. 포대 커버까지 벗겼다 씌운 것까지 센 횟수다. 하지만 포대는 커버를 주기적으로 벗겨서 말려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썩게 된다. 정부는 이것까지 합의를 지키지 않은 횟수에 포함해 버린 것이다.

전쟁이 끝나지 않는 상황에서 심리전은 명백히 적아간 심리를 유도하여 이익을 취하기 위한 군사작전이자 전투 행위다. 남북은 한 치의 양보 없이 폭탄을 돌리며 상호 공멸로 이르는 겁쟁이 게임, 치킨 게임을 하고 있다. 지금은 풍선이 넘나들고 있지만 결국 진짜 총탄으로 바뀌고 미사일이 넘나들 수 있는 파국적 상황이 올 수도 있다.

▲ 6월 29일 서울 시민청에서 “남북 극한 대립과 한반도 평화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는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평화통일시민행동

NLL과 북한의 해상 국경선

1953년 7월 27일 체결한 정전협정에는 NLL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 협상 당시 지상은 군사력 대치선을 군사분계선으로 확정 지을 수 있었지만, 해상에서는 군사력의 대치선을 해상경계선으로 정하자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이미 북한의 해군력이나 공군력은 궤멸 된 상태였다.

7월 27일 당시 우리와 미군 함정들은 신의주와 청진 앞바다에 있었다. 기준선이 될 만한 게 없으니 해상의 군사분계선은 집어넣지 않고 정전협정을 체결한 것이다.

7월 27일 정전협정이 발효되었지만, 여전히 우리 군대의 함정은 신의주와 청진 앞바다에 있었다. 정전협정이 깨지는 것을 우려한 유엔군 사령관은 1953년 8월 30일, 전보로 한미 해군 병력의 남하를 지시하고 공군력의 북상도 막기 위해 한계선을 그었다. 해군과 공군력의 북방 한계선인 것이다. 당시 북한에는 통보하지 않았으나 북한도 NLL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북한은 현재 NLL을 인정하지 않는다.

북한은 남과 북이 적대적인 두 개의 국가라고 표명하고 국경선을 확정 짓겠다고 했다. 지상에서의 국경선은 군사분계선으로 하면 되니 문제는 해상경계선이 될 텐데 절묘하게도 북한은 이를 또 강조하고 있다. 북한은 해상에서의 국경선을 0.001mm라도 침범하면 바로 전쟁으로 간주하겠다고 했다. 북한의 6월 말 전원회의 이후 최고인민회의가 열릴 것으로 예상하고 여기에서 국경선을 확정 짓는 헌법 개정이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그 내용을 공개할지는 미지수다.

NLL은 국경선이 아니다. 해상에서의 군사분계선(MDL)은 강화도 서쪽까지만 그어져 있으며 우리는 남북관계를 특수한 관계로 규정하기 때문에 분계선을 더 연장하지는 않았다. 북한은 1999년에 NLL보다 남측으로 해상군사분계선을 선포하였는데 이 선이 연평도, 백령도를 포위하는 형식이었다.

정전협정은 상대방을 포위할 수 없도록 했기 때문에 북한은 급하게 섬을 연결하는 통로를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북한의 해상군사분계선의 개념은 아직도 유효하다. 그러나 군사분계선 개념과 국경선의 개념이 꼭 일치하는 것은 아니므로 해상의 국경선이 정확히 어디가 될지는 아직은 모른다.

2007년 북한은 경비계선을 긋는다. 연평도, 백령도 바로 위쪽이지만 NLL보다는 아래쪽에 위치한다.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은 연평도 포병부대가 연평도 남서쪽으로 포를 쐈는데 낙탄이 우리 측의 NLL과 북측의 경비계선 사이에 떨어졌고 이에 대해 북한이 연평도의 포병부대에 포사격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아마도 북한의 해상 국경선은 해상경계선과 비슷하게 그어질 것이라 본다. 그렇게 되면 이 지역은 한반도에서 가장 뜨거운 지역이 될 것이다.

남북의 회색지대전

육상 확성기에 대해서는 북의 대응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전반적으로 ‘회색지대(gray zone)전’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된다. 회색지대전이란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잘 모르는 상황에서 주체가 누구인지도 뚜렷하지도 않은 전쟁을 말하며 대표적으로 사이버전이 있다.

얼마 전 상하이에서 열린 ‘2024년 아시아 항공‧물류 어워즈’에서 인천공항이 ‘아시아 최고 물류공항상’을 수상했었다. 발표가 난 그날 밤 12시부터 새벽까지 북한에서 날려 보낸 풍선으로 인해 인천공항의 이착륙이 한때 중단되었다. 용산에는 무인기도 왔었고 오물 풍선도 떨어졌다. 북한 입장에서는 무인기나 풍선이 ‘효과’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얼마 전 북한의 GPS 교란이 있었다. 북한의 GPS 교란은 400W급으로, 마음먹으면 인천공항의 비행기가 못 뜨게 할 수도 있다. 북한이 사이버전을 마음먹는다면, 남한의 냉각탑을 5시간 정지시켜 폭발 직전까지 가게 만들 수도 있다. 공포스러운 일이다. 군사분계선 상에서의 총질은 옛날 방식이다. 사이버전은 누가 했는지 알 길이 없다. 지난번 무인기도 북한은 자신의 소행이 아니라고 했다.

이번에 북한에서 날아온 풍선에는 기폭장치가 있었다. 원하는 장소에서 터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남으로 내려오는 풍선을 격추 못 한다. 넘어오기 전에는 포탄이 북한 땅으로 떨어질 수 있고 넘어오고 나서는 그 풍선 안에 무엇이 있을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0년 6월 16일 총참모부 공개보도를 통해 “각계각층 우리 인민들의 대규모적인 대적삐라살포 투쟁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했다. 만약 서해에서 북의 주민을 가장해 어선에서 전단살포를 한다고 상상해보자. 우리 해군은 이 어선을 나포해야 할까? 아니면 풍선을 터트려야 할까?

9.19군사합의 파기로 이미 북한의 해안포 포문은 다 열려있을 것이다. 우리 해군이 북한의 어선에 접근하는 순간 벌집이 될 것이다. 공포스러운 일이다. 이런 위기 상황이 앞으로 벌어질 수 있다.

북한 미사일의 다종화, 경량화, 규격화, 소형화

현대의 전쟁은 과거처럼 군사분계선에서 지뢰 깔고 ‘총질’하는 그런 전쟁이 아니다. 남한의 원주나 청주 비행장에서 F-35A나 헬기가 뜨면 북쪽으로 올라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다.

북한 또한 장사정포나 미사일을 군사분계선 근처에서 발사하는 것이 아니라 훨씬 북쪽, 조중 국경 근처에 배치해 놓고 있다. 신의주에서 부산까지 670km다. 북의 장사정포 사거리는 400km~800km이다. 그렇다면 우리 전투기가 조중 국경지역에 있는 미사일 기지를 타격할 수 있을까? 안된다. 조중 국경 40km 이내 지역은 미 대통령이 승인하지 않으면 발사하지 못한다. 잘못하면 중국으로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미사일을 다종화, 경량화, 규격화, 소형화하고 있다. 북한은 미사일을 땅에서도 쏘고 기차에서도 쏘고 호수에서도 쏜다. 재미있는 것은 사일로(silo)다. 지하 격납고의 사일로에서 미사일이 지상으로 솟구쳐 나와 발사되는 방식으로 옛날 방식이다.

예전의 미사일은 액체 연료를 썼고 액체 연료는 미리 주입하면 부식이 발생하므로 발사 직전에 주입하게 된다. 이 상황이 상대에 포착될 수 있기 때문에 지하 사일로를 썼다. 하지만 현재의 미사일은 다 고체로 바뀌었다. 북의 사일로는 트릭이라고 본다.

북은 발사 장소, 방법, 패턴을 다양화시켜 한미의 요격 자산들을 무력화시키려 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북이 개마고원에 사일로를 100개 정도 만들어 놓고 위성으로 보면 사일로가 개폐를 반복하거나 지상으로 올라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한다고 상상해보자. 그중 한 두 개만 진짜고 나머지는 가짜다. 하지만 우리 공군은 사일로를 타격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킬체인 무력은 고갈된다.

북한은 이런 방식과 함께 핵무력을 완성해가고 있다. 북의 핵무력은 억지수단이다. 과거 북한의 핵무기는 미 본토를 향했다. 북한이 얼마를 때려 맞든 한 발은 미 본토를 쏘겠다는 것으로 ‘응징적 억제’의 의미를 지녔다.

그러나 북한은 이제 오키나와 평택, 오산을 겨냥하며 스펙트럼을 넓히고 있다. 북한은 2018년까지 대한민국에는 핵을 쓰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2022년 핵무력 법제화를 하면서 이제 핵무기는 남한을 향할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은 6월 26일, 다탄두 미사일 시험발사를 했다. 다탄두란 발사한 미사일이 공중에서 3~4개의 탄두로 분리되는 것으로 MD를 무력화시킨다. 국방부는 북한이 실패했다고 하지만 북한의 발표를 자세히 살펴보면 다탄두 미사일에 성공했다는 것이 아니라 다탄두 이론을 접목하여 공중에서 3개로 분리하는 시험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대기권 재진입을 하고 목표를 정확하게 타격하는 실험이 아니었다.

과거 미소 간에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늘리다 보니 서로 1만 2500발이 넘는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었다. 미국과 소련은 이러다 다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고 핵군축에 합의했다. 한국전쟁으로 북한은 농경지 80%, 산업시설 50~60%가 파괴되었고 남한은 30~40%가 파괴되었다. 그 후 우리는 한강의 기적을 이뤘고 대동강도 기적을 이뤘다.

하지만 남북 간에 다시 전쟁이 난다면 이제 그런 기적은 절대로 없다. 양쪽 모두 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결국 우리는 군비경쟁이 아닌 군비통제를 해야 한다. 우리를 지킬 수 있는 무기는 이미 충분하다. 남한의 군사력은 세계 5위이다.

▲ 27일 북한 당 기관지 <로동신문>은 미사일총국이 지난 26일 미사일기술력 고도화 목표 달성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지는 개별기동 전투부(탄두) 분리 및 유도조종시험을 성공적으로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사진은 해당 미사일 발사 장면. ⓒ로동신문=뉴스1

G0시대의 도래

과거 미소는 양쪽 진영의 패권국이었다. 자기 진영의 경제와 안보, 국제 공공재를 자기 힘으로 도와주는 것이 패권국가다. 지금의 미중은 그렇지 않다. 그래서 다극화라고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글로벌 노스’라고 하는 60개 정도 나라들이 미국 깃발 아래 이념과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140개 나라가 반대 진영에 있는 것도 아니다. ‘글로벌 사우스’, 혹은 브릭스 등 다양한 영역으로 나누어져 있다. 또한 영역이 나누어진 제로섬 게임도 아니며 이해관계도 겹쳐져 있다.

미중 전략적 갈등이라 하지만 미국과 중국이 무조건 갈등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패권국인가? 미국이 패권국이라면 동맹국의 경제 안보를 지원하고 국제 공공재를 나눌 수 있어야 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동맹국과 우방국을 등쳐먹고 있을 뿐이다.

미국은 미국 중심으로 모여있는 진영의 ‘극’이라 할 수 없다. 지금은 제로극 시대다. 다극화된 진영에서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러나 이 진영화는 미국과 반미로 약간 나누어져 있기는 하다. 이것은 중국이나 러시아가 만든 것이 아니라 미국 스스로 만든 것이다.

1945년 미소가 대립하다가 1990년 소련 붕괴 이후 30여 년 동안은 미국의 시대였다. 미국은 예전에 100국 데리고 살 때보다 200국 데리고 사는 것이 더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200개국을 다 데리고 갔던 것도 아니다. 그 중 자기 말을 듣는 나라는 잘 챙겨주고 그렇지 않은 나라는 버렸다. 소위 패권의 은총을 받지 못하는 나라는 ‘문제’를 일으켰다.

2017년 미국은 국가안보전략을 바꾼다. 미국은 2017년부터 미국의 안보와 미래를 위협하는 세력으로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을 언급하고 있다. 미국은 이때부터 이념과 가치를 내세우며 동맹국을 규합하고 있다. 군사적, 비군사적 수단의 통합뿐만 아니라 동맹‧우방국의 능력까지 포괄하는 대중국 통합억제력을 구축하고 있다.

이 전략은 오바마-트럼프-바이든으로 이어져 오고 있으며, 따라서 올해 미 대선에서 누가 당선되든 간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 동맹국, 우방국을 후려치는 것은 변함없을 것이라 본다.

미국을 향해 날아가는 중국 미사일, 한국이 실시간으로 미국에 알려주는 구조

상원 외교위원장을 지내기도 했던 바이든은 한일 위안부 합의가 맺어지던 2015년 당시 부통령이었다. 바이든은 <애틀랜틱>과 인터뷰에서 부통령 재임 기간 가장 잘한 업적으로 ‘자신이 한일 간에 위안부 협정을 맺도록 주선한 것’이라 밝힌 바 있다. 한일관계 개선은 미국의 꿈이었으며 이명박 정부 시절, 2012년 당시 김태효 대외전략기획관이 추진해 왔던 것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앞세우고자 했고 이를 위해 일본의 재무장화가 필요했다. 일본의 군사화는 미국이 아무리 해준다 해도 한국의 동의가 필요하고 그래서 한일관계 개선이 필요했다. 미국은 태평양 사령부를 인도태평양사령부로 개편하면서도 군사력은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면서 한국이나 일본, 호주의 군사력을 동원하여 자국 군사력의 증대 없이 중국에 대한 억제 확장을 꾀하고 있다.

그런데 2016년 한국의 촛불항쟁으로 미국의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전략이 난관에 봉착했다. 바이든 정권은 캠프 데이비드 선언을 통해 한미일 군사협력을 되돌릴 수 없게 만들었다. 한국은 미국의 MD 편입을 공식 부인하고 있지만 이미 편입된 것이나 다름없다.

만약 중국과 대만의 갈등이 최고조에 달해 중국의 미사일이 알래스카를 향한다고 가정해보자. 미사일을 처음 포착하게 되는 한국은 미사일 정보를 미국에 안 알려줄 수 있을까? 자동으로 연결되어 미국까지 미사일 정보가 동시에 전달된다. 한미일 군사협력은 북핵을 명분으로 하지만 한반도를 넘어서 동북아 지역의 다양한 영역에서 위험에 처할 수 있고 우리가 원하지 않는 전쟁에 개입될 수 있다.

결국 미국은 MD 체계를 강화하면서 자국의 세계안보전략에 한국을 수단화하고 있다. 글로벌 전략동맹에 따른 작계5015 개정과 유엔사 재활성화로 전작권 전환은 영원히 불가한 상황이 될 수도 있다. 북한과의 전쟁이 됐든, 대만전쟁이 됐든 유엔사나 일본이 개입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 있다. 또한 작계 5015개정으로 한미동맹의 범위가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로 확대되었다.

한국도 전략적 자율성을 가져야

외교에서 전략적 자율성이 없으면 무조건 진다. 미국 중심의 진영에서 한국과 같은 행동대원국가들은 자율성이 없다. 미국이나 일본은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가지고 중국을 대하고 있다.

그러나 반대 진영은 어떠한가?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유럽과 교역을 하고 있고 심지어 북한도 여러 나라와 교류를 하고 있다. 이쪽은 집단적 동맹체계보다는 양자적 관계로 연결되어 있어 어느 정도의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지난 6월 조러 정상회담을 두고 북과 중국이 사이가 벌어졌다고 해석하는 사람이 많지만 북한은 중국의 결정이 늦어지는 상황에서 다른 차원의 길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북중러 삼각 군사동맹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중국은 그럴 수 없다. 중국은 20~30년 후에 미국의 지위를 차지하려는 야심이 있고 그러기 위해서는 국제적으로 적이 많은 러시아나 북과는 거리를 둘 필요가 있다.

중국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평화협상 중재를 위해 뛰어다니고 심지어는 우크라이나 재건사업에도 뛰어들려 하고 있다. 중국은 대놓고 러시아 편을 들지 않는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국이 가장 중요하고 연말 미국 대선을 중요하게 지켜보고 있다. 새로운 미국 정권이 대중정책을 어떻게 펼칠지가 향후 중국에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다. 때문에 중국은 북과의 관계도 미 대선 이후로 미뤄둔 상황이다.

북은 8차 당 대회기간(2021~2025년)을 1년 남짓 남겨두고 있고 성과를 내야 하는 압박감이 있다. 북은 푸틴의 방북을 계기로 북러 간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상호 이익을 극대화하고 있다. 북중 관계가 뭔가 문제가 있다는 평가는 말도 안 되는 소리다.

▲ 6월 29일 서울 시민청에서 “남북 극한 대립과 한반도 평화의 길”을 주제로 강연하는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평화통일시민행동

북은 1990년대 미국 패권의 시기가 가장 힘들었다. 과거 냉전시기에는 미국 진영의 국가들과 교역을 하지 않아도 소련 측 국가들과 교역하며 먹고 살 수 있었다. 소련이 붕괴하고 미국에 굴복하며 살아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으니 제일 힘든 시기를 겪게 되었다. 북에 대한 제재는 모두 그 이후에 이루어졌다.

북의 입장에서는 지금의 진영화가 자신의 운신 폭을 넓히는 데 유리하다. 북한은 남한과 헤어질 결심을 했고 전략적 결심이라 본다. 북의 헌법 개정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생각이 또 바뀌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정교하게 마무리 짓느라 늦어지는 것이라 본다.

북한은 전략적 자율성을 가지고 있다. 러시아와 맺은 조약은 군사 분야뿐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의 협력을 담았다. 작년 9월 조러 정상회담 이후 최근 6월까지 아마도 북한과 러시아는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맺기 위해 서로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을지 실험하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요즘 북한의 한밤중 위성사진을 보면 많이 밝아졌다. 전기가 들어온다는 것은 에너지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북러관계의 가장 핵심은 무기거래가 아니라 에너지다. 2023년 말 전원회의에서 북한이 경제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던 것도 에너지 문제가 이렇게 해결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자연재해도 없었다. 이로 인한 자신감으로 북은 남한이나 미국의 지원 없이도 경제발전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언론은 조러 조약의 4조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4조는 무력침공을 받으면 지체없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군사적 및 기타 원조를 해준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1961년에 맺은 조소 우호 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과 같다.

그러나 ‘유엔헌장 제51조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로씨야련방의 법에 준하여’라는 문구가 새로 추가되었다. 자동개입 같으면서도 자동개입이 아닌 것이다. 이 조약은 9조에서 20조까지 군사적 지원뿐만 아니라 평시에 군사, 안보, 외교적 측면의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을 담고 있다.

지금 우리가 이럴 때가 아니다. 우리도 미국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외교적 자율성을 가지고 한러관계, 한중관계에 대한 자율성을 넓히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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