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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전쟁·기후변화 등 ‘세계 종말론’ 불붙자…‘둠스데이 경제’ 호황

이투데이 조회수  

지하 벙커ㆍ생존 전략 강의 등 비즈니스 호황
미국 부유층은 호화로운 ‘생존주의자 단지’ 건설

냉전기 소련체제 때 지하벙커 상황실. 모스크바/신화뉴시스

세계 종말이 다가온다.

사람들의 ‘생존’ 불안감을 노린 비즈니스가 성행한다. 미국에선 전쟁, 기후변화 등으로 재난에 대비하려는 ‘생존주의자(프레퍼ㆍprepper)’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생존주의자를 겨냥한 새로운 사업이 등장했다. 전쟁을 대피할 수 있는 지하 벙커, 생존 전략을 배우는 강의 등이 그 예시다.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둠스데이 경제(종말 경제ㆍdoomsday economy)’라고 표현하며, 둠스데이 경제가 호황을 누리는 배경을 짚었다.

워싱턴D.C.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있는 웨스트버지니아에는 50에이커(약 20만1350㎡) 규모의 목장이 있다. 축구장 약 28개를 합친 면적의 목장 내부에는 크고 작은 박스형 침낭부터 지하 벙커가 있다. 이 목장을 운영하는 건 ‘포티튜드 랜치(FortitudeRanch)’. 생존주의자들이 재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곳이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이곳은 숙박 수준에 따라 2000달러(약 277만 원)에서 2만 달러의 회비를 내야 한다. 실제 재난 상황에서 이곳으로 도피하기 위해선 1인당 연간 1000달러의 회비를 추가로 내야 한다.

이곳에는 생존을 위한 모든 구성품이 준비되어 있다. 지하에는 콘크리트, 철, 목재로 지어진 넓은 대피소가 있으며 벽에는 커피와 참치통조림 등 즉석 음식이 가득 차 있다. 무기고 안에는 돌격 소총과 석궁이 걸려 있다. 접근 차량의 엔진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들을 완비해 외부 공격을 완벽히 차단할 수 있다. 바깥에는 닭, 양, 토끼를 키우는 가축장이 있어 회원들은 최소 1년 동안 하루 2000㎈ 식단을 채울 수 있다.

생존주의자들은 재난 상황에서 식량과 물을 비축하는 방법과 콘크리트 벙커를 설치하는 기법 등 다양한 전략을 배우고 나눈다. 이들의 생존 전략은 2012년 내셔널지오그래픽에까지 방영됐다. 약 10여 년 전인 당시에는 많은 사람이 그저 ‘코믹한 구호 물’ 정도로 취급했다. 하지만 십수 년 동안 전 세계가 급격한 기후변화, 전쟁, 정치 분열 등을 겪으면서 이러한 종말론은 점차 현실이 됐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이제는 전 세계적으로 상황이 바뀌었다.

재난 대비 정보를 공유하는 웹사이트 더프리페어드(ThePreparedd)의 설립자 존 레이미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시대가 변하면서 생존에 위협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났다”고 설명했다.

12개월 분량의 식량과 비상용 크랭크 라디오를 각각 2799.99달러, 59.99달러에 판매하는 아메리칸리저브스(AmericanReserves), 덫 설치와 매듭 묶기 등 ‘생존 기술’에 대한 수업을 제공하는 필드크래프트서바이벌(FieldcraftSurvival), 고급 벙커를 제공하는 비보스엑스포인트(VivosxPoint) 등은 회원권을 5만50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이러한 종말론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NYT는 대다수 미국인이 대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정치적 폭력’을 두려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연방재난관리청(FEMA)에 따르면 미국 전체 가구의 약 7%에 해당하는 약 2000만 명의 미국인이 생존주의자로 분류됐다.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는 미국인 57%가 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세 가지 이상의 조치를 취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재난 관련 물품을 모았다는 응답자는 지난해보다 15% 증가했다.

부유한 미국인들이 밀집한 실리콘밸리에서는 종말에 대비한 호화스러운 ‘생존 단지’가 지어지고 있다. 미국 래퍼 릭 로스는 올해 초호화 벙커를 짓고 있다고 발표했고,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하와이 카우아이 섬에 1억 달러 규모의 1400에이커 복합 단지를 개발 중이다.

밀러는 “이러한 움직임에 비하면 포티튜드랜치는 평균적인 미국인이 경제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이라며 “우리는 중산층을 위한 합리적인 가격의 생존 옵션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 포티튜드랜치에는 약 800명의 회원이 있다. 약 20명의 직원으로 올해 매출 200만 달러를 기록한 포티튜드랜치는 웨스트버지니아, 네바다, 위스콘신, 콜로라도, 텍사스까지 총 5개의 생존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고 현재를 즐기자.

포티튜드랜치의 기업 신조다. 생존주의자들은 이미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공유하고 있다. 그들은 정부가 평범한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켜줄 것이라는 믿음도 없다고 NYT가 덧붙였다. 포티튜드랜치의 한 회원은 “누군가 우리를 괴롭히거나 문제를 일으키면 우리는 여기서 함께 뭉쳐 자신을 스스로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투데이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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