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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만 원에 산 소를 키워서 800만~900만 원에 팔아도 사육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있는 돈도 까먹고 있어요. 대출 자금까지 받아 축사를 지은 젊은이들은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빚지고 농약 먹고 죽는다는 사람이 나올까 봐 걱정입니다.”
충북 괴산군에서 12일 열린 한우경매시장을 찾은 강경시(64) 씨는 열심히 소를 키워도 빚만 늘어나는 현실을 개탄했다. 경매시장 인근에서 육우 85마리와 한우 45마리를 키우고 있는 이삼숙(62) 씨도 하락한 소 가격과 높아진 생산비 탓에 고민이 깊다. 이 씨의 축사 규모는 소 1000마리 이상을 충분히 수용하고도 남을 만큼 크다. 하지만 현재 상황에서 축사를 가득 채워 소를 키울 수는 없어 지금 키우는 130마리의 소가 ‘호텔식’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치솟은 사료값 때문에 보리를 재배해 사료에 섞어 한우에게 먹이고 있다. 이 씨는 축사 밖에 쌓아둔 올해 수확한 보리를 가리키며 “사료값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면 사료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면서 “보리가 소한테도 좋으니까 이래저래 섞어 사용하고 있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여파로 사료비 등 생산비가 폭등하면서 수익성이 떨어진 한우 농가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중간 유통상이 한우 소매값 상승을 부추기고 있어 이를 방치할 경우 한우 소비량 감소에 따라 축산업자와 소비자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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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통계청의 농축산물 생산비 조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축산 농가의 평균 순수익은 142만 5825만 원 적자를 기록하며 축산 농가의 가계경제가 최악의 상황에 치달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우 가격이 폭락했던 2013년 축산 농가의 평균 순수익이 57만 3275원 적자였던 점을 고려하면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코로나19와 고물가로 인한 사료비 등 사육비 증가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2014년 294만 원이던 한우 한 마리당 평균 사료비는 소폭 하락세를 이어가다 2019년 300만 원대를 돌파한 뒤 지난해 437만 원까지 치솟았다.
한우협회 관계자는 “송아지는 보통 6개월 때 300만 원쯤에 사서 24개월 정도 되면 파는데 이때까지 적어도 55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며 “출하할 때 잘 받으면 800만~850만 원인데 생산비만 550만 원이 들어가니 인건비를 고려하면 결국 밑지는 장사”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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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양평에서 60여 년 동안 한우를 키워 온 김연수(81) 씨는 “사료값은 높아지는데 지난해부터 소값 하락세가 가팔라지고 있다”며 “동네에서도 벌써 3명이 폐업했다”고 암울한 현실을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공급량 관리, 소비 진작 등을 통해 한우 가격 안정화에 힘쓰고는 있지만 현장에서 이 같은 노력이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근본적인 한우 관련 제도 개선 없이는 가격 안정화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승헌 한국생명환경자원연구원장(전 건국대 축산학과 교수)은 “한우 등급 구조 혁신을 통해 1+, 2+ 고급 고기만 생산하는 것이 아닌 육량 중심의 생산 시스템이 필요하다”면서 “이런 고기가 시중에 나와 수입산 고기와 경쟁할 수 있는 새로운 소비 시스템을 만들어야지 반짝 할인 행사 등 초단기적 소비 진작은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축산 농민들의 사료비 절감을 위해 국내 농축산 부산물을 정부가 위생적으로 관리하고 공급하는 시스템도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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