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재테크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 글로벌 경제 상황과 미 대선이 흘러가는 상황을 주시하면서 신중한 투자를 주문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될 경우 미중 무역 분쟁이 격화되고 대규모 감세 정책 시행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반감될 수 있어 현금 비중을 적절하게 유지하는 등 기동력 있는 대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19일 서울경제신문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를 대상으로 올 하반기 재테크 전략을 물은 결과 PB들은 공통적으로 섣부른 투자 대신 현금 보유 비중을 30%로 유지하면서 미국 대선의 향방을 주시할 것을 조언했다. 정재민 신한패밀리오피스 서울센터 PB 팀장은 “상반기보다 변동성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최소 20~30%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성진 KB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부센터장도 “자금의 30%는 현금으로 갖고 있어야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다”며 “종합자산관리계좌(CMA)나 머니마켓펀드(MMF) 등에 담고 대기하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
질의에 응한 PB 모두 올해 하반기 재테크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로 미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와 미 대선을 들었다. 정 팀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이 완화돼 중앙은행이 보험성 금리 인하에 나설 환경이 조성됐다”고 설명했고 정 부센터장도 “최소한 금리가 더 오를 가능성은 희박한 만큼 유동성은 지금보다 풍부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자산 시장에 호재임이 분명하지만 미 대선은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변수다. 박태형 우리은행 TCE시그니처센터 지점장은 “대선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정치적 리스크가 금융시장을 덮을 것”이라고 짚었다. 특히 트럼프가 공약한 감세와 관세 등 정책이 물가 상승을 자극해 실질금리가 오히려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박 지점장은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할 것”이라고 했고 김현규 하나은행 골드PB 부장은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며 “그만큼 불확실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풀이했다.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인 가운데서도 PB들은 성장 전망이 높은 반도체와 테크 관련 금융 상품을 포트폴리오에 담을 것을 조언했다. 정 부센터장은 “고평가 논란이 있지만 반도체 산업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할 것”이라며 반도체 관련 분할 또는 적립식 상품을 추천했다. 김 부장은 국내 반도체 상위 종목을 담은 상장지수펀드(ETF)의 분할 매수 전략을 제시했다.
또 대선이라는 커다란 변수에도 결국 미국 시장이 기회의 장이 될 것으로 봤다. 정 팀장은 “금융·에너지·가치주 등 트럼프 관련주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고 박 지점장과 정 부센터장도 “미국이 유효한 투자처”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올 하반기 과도하게 레버리지를 일으키거나 유행에 편승한 투자는 금물이다. 김 부장은 “특정 분야가 뜬다고 따라서 투자하면 수익을 내기 힘들다”며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데 섣부른 예단은 위험하다”고 조언했다. 정 팀장은 “부동산 급등에 편승해 무작정 ‘빚투’에 나서지 말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