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올림픽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한국 여자 복싱의 간판 스타, 오연지(33·울산광역시체육회)의 도전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오연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내며 그 실력을 입증한 바 있다. 또한, 2011년 전국체전에 여자 복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이후 11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국내 무대를 지배해왔다.
오연지는 2020 도쿄 올림픽에서 아쉽게도 1회전에서 탈락했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는 한국 여자 복싱 사상 첫 올림픽 메달 획득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출국 전 인터뷰에서 “이번이 두 번째 올림픽이라 도쿄 때보다는 부담감이 덜하다. 자신감도 생겼고, 지금이 더 준비됐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파리 올림픽 출전권을 얻기까지 오연지의 길은 험난했다. 그는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북한의 원은경에게 패해 16강에서 탈락했고, 올해 3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1차 세계 예선에서도 네덜란드의 첼시 하이넨에게 패했다. 그러나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2차 세계 예선에서 출전권을 획득하며 파리 올림픽 무대를 밟을 수 있게 되었다.
오연지는 “태국 예선을 앞두고는 사실 마음의 준비를 했다. 그래서 이번 올림픽이 어쩌면 오지 않았을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며 “실력을 마음껏 펼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태국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그는 김호상 감독의 지도 아래 기술적인 완성도까지 더했다. 김 감독은 “오연지는 복싱 선수로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태국 대회에서 3라운드 마지막까지 스텝을 멈추지 않는 것에 다들 놀랐다”고 전했다.
한국 복싱은 2012 런던 올림픽 라이트급에서 은메달을 딴 한순철 이후 올림픽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복싱계는 오연지가 이번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복싱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리길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오연지는 “그런 기대감은 신경 안 쓰려고 한다. 한국 복싱 부활에 힘을 보태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욕심을 비우고자 한다”고 했다.
오연지는 지난해 항저우에서 자신에게 패배를 안긴 원은경과의 재대결을 희망한다. 그는 “그때와 지금을 비교한다면 지금 더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때 아쉬움을 만회하고 싶다. 이번에 다시 경기하면 자신 있다”고 말했다. 김호상 감독은 “오연지가 만약 파리에서 북한 선수와 붙는다면 무조건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파리 올림픽을 대비해 오연지는 선수촌에 에어컨이 없는 환경을 미리 적응하기 위해 한국에서도 에어컨을 끄고 생활할 정도로 진지하게 준비해왔다. 그는 “대회를 마친 뒤가 기대된다. 내가 어떻게 경기를 풀어갔고, 어떤 결과를 얻었을지가 궁금하다. 울고 싶지는 않지만, 만약 눈물을 흘리더라도 이겨서 후련한 기쁨의 눈물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사진 = 연합뉴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