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너빌리티가 ‘팀코리아’의 일원으로서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팀코리아가 체코 신규 원전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며 두산그룹은 해외 원전에서 조 단위 수주 물량을 확보하게 됐다. 두산그룹 원전 신규 수주 배경에는 국내 원전 산업계의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은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뚝심이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그는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 현지에서 직접 발로 뛰며 세일즈에 나서기도 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에너빌리티는 팀코리아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신규 원전 건설을 최종 계약하면 총사업비 24조원 규모 중 8조원 이상을 챙길 전망이다. 이로써 두산에너빌리티는 오는 2025년부터 신규 수주 물량 10조원 이상 달성 계획에 청신호가 켜졌다.
그동안 정부를 비롯해 한국수력원자력, 한전원자력연료, 두산에너빌리티, 대우건설 등이 팀코리아를 구성해 체코 신규 원전 수주에 나섰다. 이후 7월 17일(현지시간) 체코 정부가 팀코리아를 신규 원전 건설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며 수주 낭보가 전해졌다. 향후 큰 이변이 없다면 최종 계약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연내 세부 계약 협상을 진행하고 오는 2025년 3월까지 최종 계약을 맺을 계획이다.
한국의 한국형 원자로 수출은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이후 15년 만이다. 바라카 원전 수출 역시 두산이 주기기를 공급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신규 원전에 원자로와 증기 발생기, 냉각 펌프 등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공급한다. 또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자회사 두산스코다파워가 제공한다.
두산스코다파워는 2009년 두산이 인수한 체코 현지 업체 스코다파워가 전신이다. 두산스코다파워는 1869년 설립돼 150년 이상 터빈 제조 기업으로 현지 시장에 자리매김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주전에 나서며 체코에 탄탄한 입지를 가진 두산스코다파워를 활용해 한국과 체코의 유기적 협력, 원활한 생산 등이 가능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특히 박 회장은 직접 체코 현지에서 세일즈 활동에 나섰다. 박 회장은 올해 5월 체코 프라하에서 체코 정부 측을 포함해 금융기관, 현지 기업 등 100여개 기업을 초청한 ‘두산 파트너십 데이’를 주관했다. 행사 이후 박 회장은 두산스코다파워 생산현장을 방문해 현지 점검을 이어갔다.
박 회장은 체코 방문 당시 “두산은 해외수출 1호 UAE 바라카 원전에 성공적으로 주기기를 공급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원전 수주에 최선을 다해 힘을 보탤 것이다”며 “앞으로도 두산그룹 차원에서 체코 기업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두산그룹의 체코 원전 수주 여정은 쉽지 않았다. 두산그룹은 문재인 정부 시절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두산에너빌리티(당시 두산중공업)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2020년 3월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의 긴급자금을 받기도 했다. 이로 인해 건설기계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를 매각하는 등 사업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후 두산중공업은 1년 11개월 만인 2022년 2월 채권단 관리에서 조기 졸업했다. 같은해 3월에는 사명을 두산에너빌리티로 바꾸며 새로운 도약에 나섰다.
박 회장은 당시 위기 극복을 위해 수소 등 신사업을 적극 추진하며 그룹을 재편했다. 다만 원전 사업은 소형모듈원전(SMR) 등 새 먹거리를 확보하며 기술력을 지속 보유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에 체코 신규 원전 최종 계약을 달성하면 수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게 된다.
우선 체코에서 기회가 남았다. 이번에 신규 수주 낭보가 전해진 체코 원전 2기 외에도 나머지 2기 추가 건설을 확정하면 한국 한국에 우선 협상권을 제공하는 옵션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또 두산에너빌리티는 이번 체코 원전 수주로 폴란드,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 원전 건설을 준비 중인 유럽국가에 원전 추가 수주를 도전할 수 있는 설계 경험 등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체코 원전 최종 계약까지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팀코리아의 일원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se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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