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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노태우 비자금’ 증여세 부과 검토 착수… “최대 380억원대 달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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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뉴스1

국세청이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불거진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의 흐름에 대한 실체를 확인하고, 증여세 징수 절차에 돌입할 전망이다.

19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이혼 소송에서 증거로 제출된 비자금 규모는 904억원에 이른다. 이는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인 김옥숙 여사의 메모에 기재된 것이다. 이중 선경건설(현 SK건설) 어음을 통해 자금 흐름이 인정된 300억원을 비롯해 SK 일가로 들어간 것으로 판단된 비자금의 규모는 332억원에 달한다. 행방을 파악하기 힘든 현금과 채권 218억5000만원을 합하면 증여 자산의 규모는 최대 550억5000만원에 달한다고 판단될 수도 있다.

국세청은 해당 자금의 실체 여부와 흘러간 과정을 조사할 방침이다. 국세청이 조사 이후 해당 자금을 혼인 지참금 성격의 증여로 판단할 경우, 노 관장이 내야하는 증여세의 규모는 최대 385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는 지난 1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 과정에서 드러난 비자금의 과세 여부에 대한 질문에 “시효가 남아있고 확인만 된다면 당연히 과세해야 한다”고 답했다. 불법정치자금으로 조성된 비자금의 흐름과 관련해 세정 고위당국자가 과세 가능성을 언급한 건 처음이다. 이에 실제 증여세 납부로까지 이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불법정치자금 전액 몰수 대상이지만…공소시효 지나

지난 5월 30일 서울고등법원 가사2부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의 자금이 SK그룹으로 유입된 사실을 인정하고,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로 1조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당시 재판부는 1999년 2월 12일 작성된 김 여사의 ‘현재 현금 상황’ 메모와 약속어음 사진 근거로 1990년대 초 선경(현 SK) 측에 300억원이 전달됐고, 이 자금이 태평양증권(현 SK증권) 인수 등 사세 확장에 사용됐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의 메모에는 선경 외에도 최 서방(최태원 회장) 32억원 등의 비자금 내역이 명시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다른 메모에는 본인(김옥숙 여사)의 은행 계좌와 차명 계좌에 61억원, 현금 16억원, 채권 84억원 등 총 218억5000만원 규모의 현금·채권·투자액이 적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모두 합산하면 550억5000만원이 된다.

김 여사의 메모에는 이 외에도 노 전 대통령의 동생인 노재우씨(노회장) 150억원, 고(故)신명수 신동방 회장(신회장) 100억원 등이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비자금의 경우 통상 불법정치자금특별법에 따른 추징 절차를 밟게 된다. 현행 ‘불법정치자금 등의 몰수에 관한 특례법’은 불법정치자금을 토대로 형성된 재산을 ‘불법재산’으로 규정하고, 불법재산에 대해선 몰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불법재산을 몰수할 수 없을 경우에는 해당하는 가액을 추징할 수 있다. 게다가 제3자가 불법재산임을 인지하고도 취득했을 경우, 제3자로부터 몰수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러한 몰수와 추징 절차는 사법부의 소관 업무로, 국세청이 관여하진 않는다는 게 국세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세법은 뇌물 등 불법적인 방법으로 취득한 재산에 대해서도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다만 형사소송을 통해 몰수되거나 추징이 이뤄질 경우, 실질적인 소득이나 자산 이전이 없었다고 보고 과세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번 이혼 소송에서 불거진 비자금의 경우 불법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7년)가 지났고,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이 사망했다는 점에서 공소 유지가 어려워 몰수·추징 절차가 진행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법조계와 세무업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강민수 국세청장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 ‘부과제척기간 1년’ 남아… 증여세 규모 380억원대 추정

다만 증여세 납부 의무는 아직 유효할 가능성이 있다. 증여세 징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부과제척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국세기본법에 따르면 납세자가 부정행위로 상속·증여세를 회피한 경우, 세무공무원이 해당 사실을 인지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과세를 할 수 있다. 세무공무원이 인지한 시점을 2심 판결일(5월 30일)로 본다면 내년 5월 29일까지는 징수권 행사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노 관장 측이 내야 하는 증여세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현행세법에 따르면 과세표준 30억원을 초과한 증여재산에 대해선 4억6000만원을 공제한 금액의 50%를 증여세로 부과한다. SK그룹(최태원 회장 포함) 관련 비자금과 현금·채권·투자금 550억5000만원을 증여된 것으로 판단할 경우, 증여세 과세액은 275억원이 된다.

여기에 증여세 무신고에 따른 가산세가 20%(일반 무신고)에서 40%(부정 무신고)까지 추가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비자금 증여에 따른 노 관장 측이 내야 할 증여세를 추산하면 330억~385억원이다. 가산세만 100억원 이상 붙을 수 있다.

인사청문회에서 비자금에 대한 과세를 요구한 김영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관계자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암암리에 SK그룹에 들어갔고, 이를 토대로 기업이 성장했다는 게 고등법원의 판단”이라면서 “자금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증여세를 포탈했다는 게 지금까지 드러난 정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핵심 당사자인 노 관장이 증여 사실이 있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확한 수증자가 누군지 파악하고 포탈한 세액을 징수하는 것은 국세청의 책무”라고 덧붙였다.

국세청 내부에선 핵심 당사자인 노 관장이 ‘회삿돈으로 비자금 300억원이 들어갔다’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노 관장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 자체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특정인과 특정 사안에 대한 세무 행정 처리 방침을 밝힌 순 없다”면서도 “관련 법령 등을 검토해 부과할 세금이 있다면 당연히 징수 절차를 밟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무업계에서도 노 관장 측의 증여세 부과는 당연 수순으로 보면서도, 가산세 부분에 대해선 다퉈볼 여지가 있다고 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본인이 증여 사실을 사전에 몰랐거나, 부득이하게 신고를 못했을 경우 가산세를 면제해 준 판례가 있다”면서 “가산세의 규모만 100억원대에 달하는 만큼, 조세심판이나 세무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비자금의 유입 자체를 부인하는 SK와 최태원 회장 입장에선 노 관장의 증여세 납부를 불편하게 볼 수밖에 없다. 현재 SK 측은 구체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김 여사의 메모를 근거로 노태우의 비자금 300억원이 회사로 유입됐다고 본 재판부의 판단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SK 측은 “자금 유입 및 각종 유무형의 혜택은 전혀 입증된 바 없으며 오로지 모호한 추측만을 근거로 이루어진 판단이라 전혀 납득할 수가 없다”며 “오히려 SK는 당시 사돈이었던 6공의 압력으로 각종 재원을 제공하였고 노 관장 측에도 오랫동안 많은 지원을 해왔다”고 주장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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