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시카와현이 고급 브랜드 포도 ‘루비로망’의 명칭이 한국으로 무단 유출됐다며, 한국 내에서 ‘루비로망’ 명칭을 쓰지 말도록 한국 국립종자원에 요청했다. 도쿄신문의 18일 보도에 따르면 이시카와현은 종자원에 대해 한국에서 생산 및 판매하는 ‘루비로망’의 품종 명칭 등록 취소를 신청했다.
이시카와현은 앞서 2022년 10월 한국 특허청에 ‘Ruby Roman'(루비로망)의 상표등록을 신청했지만 이미 품종 명칭이 등록되어 있어 등록이 어려운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내 한 종묘회사가 종자원에 루비로망 품종 명칭을 출원해 2021년에 등록됐기 때문이다. 이에 현재까지 31개의 농가가 신고해 루비로망이라는 이름으로 포도를 생산 및 판매 중이다.
도쿄신문에 따르면 이시카와현이 특허청에 이같은 신청을 한 것은 한국에서 루비로망 유통을 제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특허청은 상표법에서는 등록된 품종 명칭과 같거나 유사한 상표를 등록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어 등록을 거절했다고 올해 1월 이시카와현에 통보했다.
이에 이시카와현은 “품종 명칭 등록 취소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며 특허청에 심사보류를 요청했고, 특허청이 이달 8일 이를 받아들였다.
국제법상 품종 보호를 받기 위해서는 최초 유통으로부터 6년 이내에 각국에서 품종 보호 절차를 밟을 필요가 있다. 이시카와현은 이같은 절차를 행하지 않아 한국이 루비로망 재배를 한국 내에서 확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차선책으로 상표만이라도 취소시키면 유통을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루비로망은 이시카와현 농업연구센터가 1995년부터 약 10년간 연구해 개발한 고급 포도로, 포도알 무게가 20g 이상이며 당도가 매우 높은 점이 특징이다. 최근 한국 농가를 중심으로 ‘샤인머스캣’ 보다 비싸게 팔리고 고급스러운 이미지가 있는 ‘루비로망’을 재배하는 곳이 늘고 있다.
2022년 7월 첫 경매에서는 한 송이에 1000만원에 거래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1등급 기준 2~3송이(1㎏)가 85만원대에 팔렸다.
한국 서울 시내 상점에서 판매하는 루비로망을 조사한 결과 일본 루비로망과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것이 이시카와현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루비로망 묘목이 (한국으로)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며 “이시카와현 농가에 묘목 관리에 관해 물었으나, (유출) 원인은 특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일본 농가에서는 한국의 루비로망은 일본 품종과 비교해 형태가 가지런하지 않고 알맹이가 작으며, 당도도 이시카와현의 기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시간과 비용 때문에 자체 개발한 농산물의 품종 등록이나 상표 등록을 하지 않아 종자가 해외로 유출돼도 보상을 요구하기 어려운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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