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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지는 은행 순혈주의…정규직 6600명 줄었는데 비정규직은 1700명 늘어

아주경제 조회수  

14일 서울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부스 사진연합뉴스
14일 서울 시내에 설치된 주요 은행들의 현금인출기 부스. [사진=연합뉴스]

견고했던 은행권 순혈주의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은행원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가운데 비정규직과 경력직원 증가세만 뚜렷하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비대면 영업 확대가 조직원 구성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1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3월 말 기준 국내 주요 은행 직원 수는 8만4181명으로 2019년 3월 말(8만9072명)과 비교해 5.5% 줄었다. 2016년만 하더라도 10만명을 웃돌았던 은행 직원 수는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국민은행에서는 정규직이 2953명 줄어 가장 큰 감소 폭을 보였다. 하나은행(-1942명)도 네 자릿수 감소세를 보였다. 이 밖에도 NH농협은행을 제외한 모든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에서 정규직이 줄어드는 등 금융권 인사 기조 변화를 뚜렷하게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전체 직원 수 감소와 별개로 은행권에 비정규직 직원 수는 증가하고 있다. 지난 5년 동안 정규직 자리는 6591개 사라졌지만 비정규직은 오히려 1700명 늘었다. 은행에 따라 비정규직 증감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 정규직 자리는 비정규직이 채웠다. 국민은행이 비정규직 1461명을 뽑았고, 하나은행도 580명을 비정규직으로 신규 채용했다.

전체 직원 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비정규직 직원 증가는 공채 순혈주의 전통을 가진 은행 조직 구성에 변화를 가지고 올 수밖에 없다. 과거에는 공채로 신입사원을 뽑아 영업부터 PB(프라이빗 뱅킹), CS(고객 만족 서비스), IT 등 은행에서 처리해야 할 모든 직군에 투입했다면 지금은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 지식이나 기술을 가진 경력자를 필요시 계약직 형태로 충원하고 있다. 은행권 공채 순혈주의 전통에 균열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이 비정규직 채용을 확대하는 배경엔 치열해진 ‘전문가 모시기’ 경쟁이 자리한다. 단순 예·적금이나 대출을 중심으로 운영해 왔던 과거와 달리 점차 종합 자산관리로 영역이 넓어지면서 금융사로서는 전문 역량 필요성이 더 커졌다. 이에 따라 올해 들어 은행권에서 공고한 주요 경력직 채용 건수만 70여 건에 달한다. 이달에도 자산관리부터 리스크 관리, 신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직을 구한다는 공고가 올라왔다.

은행업종 채용 방식 변화는 디지털 금융 영향도 작지 않다. 은행권에서 AI 도입과 비대면 영업을 확대함에 따라 은행 점포 수는 점차 축소되고 있다. 2019년 3월 말 국내 점포는 총 5616곳 운영됐지만 올 1분기 말 현재 4725개로 15.8% 감소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등장 이후 조직 효율성은 전통 은행에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비대면 영업만 하는 인터넷은행과 비교해 단순 비용만 줄여서는 은행이 효율성을 높이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현재 기존 은행과 인터넷전문은행 간 생산성은 3배가량 차이 난다. 직원 1인당 생산성을 뜻하는 ‘충당금 적립 전 이익’은 올 1분기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평균 6640만원에 그쳤지만 인터넷은행 3사 평균은 1억8900만원이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관련 분야 경력이나 자격증이 있는 전문가를 채용하는 것이 효율성만 놓고 보면 훨씬 나은 선택”이라며 “긴 안목을 갖고 공개채용으로 신입 행원을 키우는 것보다 전문 인력을 단기 채용해 재배치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아주경제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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