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을 수주한 ‘팀코리아’는 체코 두코바니(5·6호기) 지역에 1GW(기가와트)급 원전 2기를 짓는다. 체코는 테멜린(3·4호기) 지역에 원전 2기를 추가할지는 나중에 결정하기로 했다. 두코바니 지역에 공급할 원전의 모델명은 APR1000으로, 한국보다 전력 사용량이 적은 체코 맞춤형으로 개발됐다.
APR1000은 최신 한국형 원전인 APR1400의 설비용량을 1.4GW(1400㎿)에서 1GW(1000㎿)로 조정한 것이다. 건설 단가는 9조원 안팎으로, 이번 수주전의 경쟁 상대였던 프랑스 EDF의 EPR1200(15조~16조원)보다 저렴하다.
APR1000은 한국보다 전력 사용량이 적은 체코 측의 요구에 맞춰 개발됐다. 내륙 국가인 체코는 바다 대신 강을 냉각수원으로 활용하기 때문에 고출력 원전을 유지하기 힘들다.
APR1000은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독자 개발한 APR1400을 개량해 만들었다. APR1000은 국내에 존재하지 않는 노형으로 이전까지 우리나라가 건설하거나 수출한 경험은 없다. 주요 설계 특성은 APR1400과 비슷해 설계수명(60년), 가동률(90%), 노심 손상 빈도(100만년에 1회 미만) 등이 동일하다. 한수원은 2016년부터 유럽 요건에 맞춰 ‘중형급 원전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APR1000 설계 개발을 추진해 왔다.
한수원은 설비용량을 기존 1400㎿에서 1000㎿로 줄이기 위해 원자로에 들어가는 핵연료 양을 줄였다. 원자로에서 생산된 열을 증기로 만들어주는 증기발생기 개수도 줄였다. 증기발생기는 원자로에서 발생한 열을 옮겨주는 ‘튜브’ 역할을 한다. 원자로를 ‘온돌 시스템’에 비유하면, 크기가 작은 집에 더 짧은 길이의 온수관이 설치되듯 원전 설비 크기를 줄인 것이다.
APR1000은 원전 인근에서 강한 지진이 발생해도 안정적으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APR1000 내진 설계는 APR1400과 마찬가지로 0.3g(중력가속도)를 적용해 규모 7 정도의 지진에도 버틸 수 있다. 국산화에 성공한 디지털 원전계측제어시스템(MMIS)도 적용했다. 원전의 두뇌와 신경망 역할을 하는 MMIS는 원전의 주제어실에서 발생하는 각종 신호를 처리하는 설비다.
한국 기업은 APR1000에 각종 기재를 공급할 예정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 신규 원전에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 펌프를 포함한 1차 계통 핵심 주기기를 공급한다. 원전에 들어가는 증기터빈 등 2차 계통 핵심 주기기는 두산에너빌리티의 체코 자회사인 두산스코다파워가 제공한다. 한전기술은 계통설계를 담당하고, 한전KPS는 시운전·정비를 맡는다.
이번 체코 원전 건설 사업비는 24조원 규모다. 최종 계약은 2025년 3월 체결될 예정이며, 2029년 건설에 착수해 2036년부터 상업 가동에 들어가는 것이 목표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