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로트 4대 천왕’으로 한 시대를 풍미하며 국민들의 슬픔을 노래로 달랜 가수 현철(본명 강상수)이 18일 영원한 안식에 들었다.
고(故) 현철의 영결식은 이날 오전 7시 30분 서울 아산병원 장례식장에서 엄수됐다.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 속에 진행된 식에는 유족과 동료 가수 등 약 70명이 참석했다. 현장에는 유족 및 지인들과 이자연, 태진아, 설운도, 배일호, 현숙, 인순이, 김용임, 강진, 유지나, 박상철, 진성, 박구윤 등 동료들이 참석했다.
대한민국가수장으로 치러진 고인의 영결식은 묵념과 가수 배일호의 약력 소개로 시작됐다. 그는 “가슴이 미어진다”라며 “우리나라 가요사에 커다란 활동을 해오시며 노래만을 천직으로 삼고 평생 국민가수로 무대를 지켜오셨다. 대중과 함께 영원히 기억되길 빌며 평안히 안식하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조사를 낭독한 박상철은 고인의 히트곡 ‘봉선화 연정’ 첫 소절을 인용하며 “선배님의 이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게 귓가에 맴돌고 있다. 하루빨리 쾌차하시길 빌었는데 밝고 맑은 목소리 왜 절절이 가슴 아프게 들립니까”라고 말하고 “살아계실 때 잘해드리지 못한 죄책감에 후회스럽다. 흥겹게 부르시던 모습이 그립던 선배님 다시 보고 싶고 존경한다. 평안하게 영면하십시오”라고 말했다.
이어 추도사를 낭독한 태진아는 “다정다감했던 모습과 이름을 남기시고 우리 모두에게 영원히 기억될 가수로 큰 별로 남아계실 것”이라며 “안녕히 가십시오. 현철이 형 사랑했어요”라고 고인을 기렸다.
설운도 역시 흐느끼며 추도사를 낭독했다. 그는 “형님 웃으며 가시게 울지 않으려 했는데 눈물이 난다”며 “국민들의 애환과 아픔을 노래로 위로해 준 애국자시다. 형님 사랑 잊지 않고 오롯이 모든 분이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고 마지막 인사를 남겼다.
이자연 대한가수협회 회장은 고인과의 추억을 회상했다. 그는 “같이 술을 마시던 날 쏟아진 함박눈에 급히 자리를 마무리하며 다음에 만나면 술을 사겠다고 이야기했던 기억이 난다”며 “함박눈이 올 때마다 그날이 생각날 것이다. 오빠가 하늘에 별이 되어 영원히 빛나길 바라며 잊지 않겠다”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조가를 부른 가수 박구윤은 현철의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앉으나 서나 현철 생각’으로 개사해 눈물을 자아냈다. 박구윤이 “가지 말라고 애원했건만, 못 본 채 떠나버린 너 / 소리쳐 불러도 아무 소용이 없어라”라는 구절을 부를 땐 영결식장 곳곳이 눈물바다가 됐다.
고인을 ‘큰아버지’로 부르곤 했다는 박구윤은 “생전 현철 큰아버지 성대모사와 모창을 할 때면 그렇게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며 “앞으로 제가 더 많이 큰아버지 목소리로 많은 분께 즐거움과 기쁨을 드리겠다. 하늘나라에서 더 건강하고 행복하게, 즐겁게 계셔야 한다”며 기원했다.
고인은 지난 15일 8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오래전 경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뒤 신경 손상으로 건강이 악화해 투병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족으로는 부인과 슬하에 1남 1녀가 있다.
1942년생인 고 현철은 1969년 ‘무정한 그대’로 데뷔해 오랜 무명 생활을 보냈다. 이후 1980년대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 ‘사랑은 나비인가봐’, ‘봉선화 연정’, ‘싫다 싫어’ 등 히트곡을 잇달아 발매하며 인기 반열에 올랐다.
그는 태진아, 설운도, 송대관 등과 ‘트로트 4대 천왕’으로 불리며 가요계에 한 획을 그었으며 1988년 발표된 ‘봉선화 연정’으로 이듬해 KBS 가요대상을 받았다. 1990년엔 ‘싫다 싫어’로 2년 연속 KBS 가요대상을 거머쥐었다. 가요계에 남긴 공로를 인정받아 대한민국연예예술상 특별공로상,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고인은 경기도 분당추모공원 휴에 안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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